금리상승기 '호재'인줄 알았는데 생보사 실적 '뚝'

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금융그룹 계열 주요 생명보험사들의 1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RBC(지급여력)비율도 일제히 악화됐다. RBC비율과 순익 모두 지난해보다 나빠져 생보업계를 바라보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그룹 계열 생보사들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지난해보다 줄었다. 신한라이프가 15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6% 줄었고, KB금융 계열인 푸르덴셜생명이 740억원으로 34% 감소했다. 하나생명도 순익이 지난해보다 90.2% 나빠졌다. NH농협생명만 1.1% 소폭 순익이 증가했다.

금리상승기에는 보유 중인 채권 평가가치가 떨어져 보험사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RBC비율 하락은 막기 어렵다. 실제로 신한라이프의 RBC비율은 지난해 말 284.6%에서 올해 1분기 255%로 30%포인트 가까이 악화됐다. 푸르덴셜생명도 같은 기간 342.4%에서 280.7%로 61.7%포인트가 빠졌다.

반면 금리 상승 상황은 자산운용 수익률을 끌어올려 보험사 순익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생보사들은 RBC비율 뿐만 아니라 순익까지 악화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이는 RBC비율은 동일하게 하락했지만 실적이 개선된 손해보험사들과 비교된다. KB손해보험은 1431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08% 증가했다. NH농협손해보험도 34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3.5% 순익이 늘었다. 늘 실적 발목을 잡아왔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지난해보다 좋아진 점이 손보사 순익 상승을 도왔다.


생보사들의 실적 악화는 자산 구성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변액보험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변액보험은 보험계약자가 낸 보험료 일부를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해 운용 실적에 따라 투자 성과를 나눠주는 상품이다.

주식 시장이 급락하자 대부분의 생보사들이 변액보험 보증준비금을 쌓을 수밖에 없었고, 그만큼 실적이 빠져나가는 원인이 됐다. 구체적으로 신한라이프가 증시 하락으로 1분기에 쌓은 변액보험 보증준비금만 230억원 가량이었다. 금리가 올라 좋아지는 자산운용 효과보다 지난해와 비교해 폭락한 주식시장이 더 크게 실적에 영향을 준 셈이다.

아울러 IFRS17(새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최근 생보사들은 부채 증가 효과를 주는 저축성보험 비율을 줄이고 보장성보험 판매를 강화했다. 이에 따라 관련 영업 강화에 따른 사업비용이 크게 증가한 부분도 실적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실적을 발표할 생보사 빅3 삼성생명· 한화생명·교보생명보험 비상장 (58,000원 0.00%)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RBC비율이 연말까지 더 하락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생보사 순익까지 감소하는 점을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순익 감소는 지난해 1분기 실적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기저효과 영향도 있다"며 "아직 1분기 성적이고 경영에 큰 부담이 되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