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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프리즘] '실패 수순' 日디지털청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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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02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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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프리즘] '실패 수순'  日디지털청의 교훈
# 십 수년 전의 일이다. 한 우리 중소기업이 일본 굴지 대기업에 업무용SW 공급을 추진했는데 최종 계약까지는 2년이 소요됐다. 알고보니 반 년만에 제품에 대한 검토가 끝났음에도 이후 행정절차에만 1년이 넘게 걸렸다. 실무진 회의에 이어 팀장회의, 다시 임원회의까지 구성원 전원이 동의해야 다음 단계로 상정되는 지난한 의사결정 구조 때문이었다. 최대한 책임을 분산시켜서 예기치 않은 상황에 아무도 책임 지지 않으려는 포석이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2년새 기존 SW의 기능이 크게 바뀌면서 해당 업체가 또다시 이를 설명하느라 진땀을 뺀 것이다. 기술이 광속으로 발전하고 혁신의 방향만큼 속도가 중요한 시대, 일본 IT산업의 미래가 암울해 보인 것은 당연했다.

# 10여년의 세월에도 일본의 아날로그 문화는 별로 바뀌지 않았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은 일본 디지털 인프라의 후진성을 더욱 각인시켰다. 특별정액급부금(우리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IT시스템을 제 때 못 만들어 서너달만에 우편으로 받거나 전국 각지의 감염자 집계를 팩스로 처리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례다. 자성의 목소리는 그때 뿐이었다. 지난해 10월 지진이 발생하자 기상청 과장이 A4용지로 출력한 브리핑 자료를 모니터에 띄워놓고 손으로 페이지를 넘기는 방식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생방송으로 이를 지켜본 전세계인들은 경악했다. 2년만에 해외에서 복귀한 한 일본 기업인은 입국할 때 50장이 넘는 종이서류에 수기로 기입해야하는 현실에 대폭발했다. 그야말로 고질적이고 뿌리깊은 아날로그 사랑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 그렇다고 일본이 디지털 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력을 안한 것은 아니다. 2000년 시행한 'e재팬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과거 김대중 정부가 추진했던 전자정부와 같은 사업인데, 일본을 3~5년 안에 세계 최첨단 IT 국가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에 무관심했던 관료들의 판단미스, 오락가락 행보에 결국 예산지원이 중단되며 흐지부지됐다. 최근 설립된 디지털청도 다르지 않다. 출범 6개월이 지난 현재 실패 수순을 밟고 있다. 자존심을 꺾고 한국의 디지털 혁신사례를 벤치마킹했지만, 조직구성 당시 대대적으로 영입한 민간 전문가들 상당수가 짐을 싸서 떠났다. 그들은 한 목소리로 똑같은 내용의 회의가 너무많고 각종 서류작업에 지쳤다는 반응을 보였다. 더욱이 디지털청은 일본 디지털 행정혁신의 컨트롤타워로서 다른 부처에 개선을 권고하는 등 강력한 권한을 행사해야 했지만 부처간 기득권 다툼에 가로막혔다. 디지털청을 세운 전현직 총리 모두 입으로만 디지털 강화를 부르짖을 뿐 별다른 힘을 실어주지 않았다.

# 일본의 거듭된 실패를 보면 한국이란 나라에 사는 게 다행스러움을 느낀다. 그러나 마냥 남의 나라 얘기로만 치부해서는 곤란하다. 사실 새 정부의 디지털플랫폼 정부 구축 공약에 대해서도 최근 비슷한 우려가 나온다. 디지털플랫폼 정부는 국정운영 의사결정에 인공지능과 데이터 시스템을 도입하고 원스톱 행정서비스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컨트롤타워를 세우고 강력한 리더십으로 관련 부처를 통할해야 가능하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과거 박근혜 정부 당시 '정부3.0'과 뭐가 다르냐고 반문한다. 앞서 정부3.0은 대통령이 선포식까지 열며 거창하게 출발했지만 공유나 협업 개념만 홍보하다 끝났다.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자고 했지만 성과없는 부처간 회의만 반복했다. 고질적인 부처 이기주의와 아날로그적 법제도에 가로막혔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무관심했다. 현 정부의 4차산업혁명 위원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 디지털전환이 초래하는 각종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고자 했으나 법적근거와 예산권이 없어 실행력이 한계에 부딪혔다. 새 정부의 디지털플랫폼 정부가 성공하려면 무엇을 해야하는지 이미 답은 나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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