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라면 또 오르나…치솟는 물가에 기름 붓는 '팜유 대란'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28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식품코너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팜유 생산 1위 국가인 인도네시아가 이날부터 팜유의 수출을 금지한다. 팜유는 식물성 유지로 식용유나 가공식품 제조에 쓰이는 원료로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 팜유 공급의 55%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국이며, 말레이시아가 30%로 그 뒤를 잇는다. 2022.4.28/뉴스1

식품업계가 지난해 곡물가격 급등으로 일제히 라면 스낵제품의 가격을 올린 가운데 이번엔 팜유가격이 뛰면서 가격인상 압박에 직면했다. 팜유 수출 1위국 인도네시아가 팜유의 수출을 금지한 데 따른 나비효과다. 장기화될 경우 또 한번의 국내 라면·과자 가격의 인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3일 자산분석사이트 트레이딩뷰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산 팜유 선물가격은 지난달 28일 기준 톤당 7014링깃(204만1424원)으로 뛰어올랐다. 지난달 초 5500링깃(160만원) 수준에서 한달 동안 27% 상승했다. 지난해 말까지만해도 4200링깃 수준이었고, 2년 전에는 2000링깃 초반에 가격이 형성돼 있었다. 2년 만에 3.5배가 오른 셈이다.

말레이시아산 팜유는 국내 식품업계가 라면과 스낵제품에 주로 사용하는 원료다. 라면시장 1~2위 농심 (373,500원 ▼6,500 -1.71%)과 오뚜기 (395,500원 ▲3,500 +0.89%), 제과업계 1~2위 오리온 (90,300원 ▼900 -0.99%)과 롯데제과 (127,000원 ▲3,000 +2.42%) 등 대부분의 라면·제과기업들이 모두 말레이시아산 팜유를 쓴다. 업계에 따르면 팜유는 라면 원가의 6%를 차지한다. 밀가루(15%)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비중이다. 스낵 제품의 경우 라면보다 팜유 비중이 높다.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중단조치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진 않는다고 해도 비축해 둔 말레이시아산 팜유가 소진되면 원가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는 평균 3개월치 팜유를 선물거래를 통해 보유하고 있다.

라면 과자같은 가공식품의 가격 변동은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통계청 발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기대비 4.8% 증가해 13년6개월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가공식품이 7.2% 올랐다.

라면 제과업계는 당장은 추가 인상을 검토하지 않고 있지만 팜유 가격 변동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발 팜유 파동이 수개월 이내에 해소되지 않는다면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감내할 수 있을 때까지 버틴다는 계획이지만 팜유가격이 계속 오르면 가격인상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팜유제품업계는 인도네시아 수출금지 조치가 한달 이상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인도네시아 내 재고 저장시설이 한정돼 있고 무역수지에도 악영향을 미쳐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