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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250마리 엄마가…'화장실' 앞에서 잔다[체헐리즘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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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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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0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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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 없는 대전 유기견 보호소 '시온쉼터', 죽을뻔한 개들 살리느라 일상이 빚더미…4월 1일엔 화재로 소장님 숙소까지 불타, 매달 사룟값과 인건비, 청소 비용만 월 1300만 원, "매일 새벽 잠도 오질 않아요, 제가 버틸 수 있을까요"

[편집자주] 2018년 여름부터 '남기자의 체헐리즘(체험+저널리즘)'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해봐야 제대로 안다며, 동떨어진 마음을 잇겠다며 시작했습니다. 격주로 토요일 아침이면 자식 같은 기사들이 나갑니다. 꾹꾹 담은 맘을 독자들이 알아줄 때 가장 행복합니다. 그러나 숙제가 더 많으니, 차마 못 다한 뒷이야기들을 가끔씩 풀고자 합니다.
보호소에 화재가 발생한 뒤 화장실 앞에서 텐트를 치고 지내는 오은숙 소장./사진=시온쉼터
보호소에 화재가 발생한 뒤 화장실 앞에서 텐트를 치고 지내는 오은숙 소장./사진=시온쉼터
개 250마리 엄마가…'화장실' 앞에서 잔다[체헐리즘 뒷이야기]
시골에서 밭을 지키며 살던 개가 있었다. 그 개는 어느 날 새끼를 배었다. 주인은 개가 임신했다며 잡아먹으려고 했다. 그걸 차마 못 보았던 누군가 대전의 사설 유기견 보호소 '시온쉼터'에 제보했다. 제발 살려달라고 했다.

오은숙 소장(56)은 사실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쉼터엔 이미 개 250마리가 지내고 있었다. 보호자에게 버려지거나 학대당하고, 개농장에서 잡아 먹힐 뻔한 개들을 살린 거였다. 더는 구할 형편이 아니란 걸 알았다.

그러나 임신한 어미에 작은 새끼들까지 잡아 먹힌단 말에 오 소장은 차마 모른 척하지 못했다. 곧장 가서 구조해 왔다. 개의 이름을 '사랑이'라 지었다.
시골에서 밭지킴이로 살다가 임신한 뒤, 잡아먹힐뻔 했다가 구조돼 시온쉼터로 온 '사랑이(왼쪽)'. 새끼까지 무사히 잘 낳았다./사진=시온쉼터
시골에서 밭지킴이로 살다가 임신한 뒤, 잡아먹힐뻔 했다가 구조돼 시온쉼터로 온 '사랑이(왼쪽)'. 새끼까지 무사히 잘 낳았다./사진=시온쉼터
3월 마지막 날, 사랑이는 새끼 둘을 무사히 출산했다. 오 소장은 두 아이의 이름을 '믿음이', '소망이'라 지었다. 감정이 있고 사랑을 주는 귀한 존재를 먹으려던 인간의 기억을 잊고, 잘 자라서 행복하게 살길 기도하고 바랐다.

그리고 하루 뒤인 4월의 첫째 날, 시온쉼터에 불이 났다.



누전으로 숙소 불타고…개·고양이 8마리 다쳐



시온쉼터 화재를 진화하기 위해 온 소방관들./사진=시온쉼터
시온쉼터 화재를 진화하기 위해 온 소방관들./사진=시온쉼터
화재는 오 소장이 잠시 자릴 비운 사이에 났다. 개들을 먹일 사료를 사러 갔을 때였다. 사료를 충분히 사놓고 먹이면 좋으련만, 형편이 여의치 않아 10~20포씩 자주 사러 다녀오곤 했다.

그 사이 오 소장의 작은 숙소에 불이 났다. 누전 추정 화재라고 했다. 자욱한 연기를 본 인근 주민이 다행히 119 신고를 빨리했다. 오 소장이 부리나케 달려와 개와 고양이들이 다칠까 봐 펄펄 뛰어다녔다. 진화된 뒤 보니 숙소는 전부 불탔고, 견사는 세 칸이 불타서 없어졌다.
화재로 새까맣게 변해버린 시온쉼터의 모습./사진=시온쉼터
화재로 새까맣게 변해버린 시온쉼터의 모습./사진=시온쉼터
다행히 죽은 녀석은 없었다. 대신 강아지 7마리, 고양이 1마리가 화상 등으로 다쳤다. 병원비만 2000만 원이 나왔는데, 마음 약한 동물병원 원장이 절반은 깎아줘서 1000만 원을 냈다. 오 소장은 "병원비를 갚느라 죽을뻔했다"고 했다.

그러니 본인 숙소 따윈 돌아볼 겨를도 없었다. "뼈를 갈아서라도 개들은 치료한다"던 그에게, 본인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건 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럼 어디서 자냐고 물었더니 오 소장이 답했다. "화장실 앞에서 텐트를 치고 자지요." 그런데 그 장소 역시 화재 피해로, 지붕이 언제 무너질지 몰라 위태롭다고 했다.



한 달 사룟값만 800만 원…대형견 223마리를 살린다는 건


화재로 새까맣게 변한 유기견 보호소, 그리고 그곳이 유일한 쉼터인 개들./사진=시온쉼터
화재로 새까맣게 변한 유기견 보호소, 그리고 그곳이 유일한 쉼터인 개들./사진=시온쉼터
굳이 불까지 나지 않았어도 늘 하루하루가 위태로웠다. 그래서 시온쉼터의 화재 소식을 듣고 마음이 돌덩이처럼 묵직해져 왔다.

시온쉼터는 '안락사' 없는 사설 유기견 보호소다. 그걸 해낸다는 건 이런 거다. 예컨대, 잘 운영되려면 1. 후원이 사룟값과 인건비, 치료비를 감당할 만큼 충분해야 하고 2. 입양을 잘 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구조와 입양의 선순환이 이뤄진다.

한 달 정기후원은 약 400만 원인데, 지출은 최소 1300만 원 이상이 든다고 했다. 223마리가 먹는 사룟값만 월 800만 원(하루 200kg 소비)이 들고, 인건비와 배변 치우는 비용 등을 합치면 고정적으로 그렇게 나간단 설명이었다. 빚이 계속 늘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보호소 땅이 개발제한구역(아버지 땅)이라 대전 유성구청에서 '이행강제금'을 5년째 부과하고 있다. 그동안 쌓인 이행강제금이 총 5300만 원이다. 그나마도 유성구청이 지난해 말 이행강제금 4200만 원을 부과하겠다 한 것을, 견사 300평을 겨우 철거해 매년 1000만 원을 내는 것으로 줄였다. 이행강제금과 철거하느라 든 인건비, 밀린 병원비까지 합치면 약 1억 원이 빚이다.
7개월 때 한 남자 보호자에게 버려진 리트리버 윌리엄. 미국으로  입양가 이리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오은숙 소장은 "애들 가서 잘 사는 게 보람"이라고 했다./사진=시온쉼터
7개월 때 한 남자 보호자에게 버려진 리트리버 윌리엄. 미국으로 입양가 이리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오은숙 소장은 "애들 가서 잘 사는 게 보람"이라고 했다./사진=시온쉼터
입양도 힘들다. 시온쉼터엔 국내 입양은 거의 힘든 대형견만 250마리가 있다. 사룟값도, 치료비도 더 많이 든다. 게다가 해외입양이라도 보내려면, 1마리당 300만 원은 든다고 했다. 해외 이동봉사자가 있으면 그나마 100만 원 정도는 적게 든단다.



기사 후원으로 모인 7000만 원도…


개 250마리 엄마가…'화장실' 앞에서 잔다[체헐리즘 뒷이야기]
지난해 11월 13일, 시온쉼터의 힘듦을 기사로 썼었다. 그때 독자의 감사한 마음이 모여 후원금 7000만 원이 모였다. 오 소장은 "그 돈으로 빚진 이행강제금 일부인 2000만 원을 냈고, 견사 철거 비용 1000만 원을 썼고, 사료 10톤(약 1700만 원)을 샀다. 덕분에 겨울에 사료를 잘 먹였다"고 했다. 평소엔 여의치 않아 조금씩 사 오는데, 모처럼 그런 걱정 없이 먹였다는 거였다.

기사는 마감했으나 그걸로 '해피 엔딩'은 아녔다. 개 250마리는 계속 살아가고 있으니까. 오 소장의 속도 모르고 보기만 해도 반가워서 꼬리를 흔들고 좋아하니까. 그러나 자립이 힘든 사설 유기견 보호소는, 여전히 그리 위태로운 거였다.

생명을 살리는 그의 삶은 죽을 만큼 더 힘겹다. 새벽 4시 30분까지 사료와 물을 준다. 새벽 6시까진 후원 요청과 후원금 정산 등 SNS 글을 올린다. 오전 10시에 일어나 하루의 유일한 한 끼를 사 먹고 잠깐 쉰다. 견사마다 다니며 그릇을 빼고, 설거지를 하고, 사료를 붓는다.
매일 죽을듯이 버티는 힘든 속도 모르고 개들은 오은숙 소장이 마냥 좋다고 한다. 자신을 돌봐주는 이라서. 어떤 인간에게 버려졌으면서도, 죽을뻔했으면서도, 살려준 사랑을 받아봤단 이유로, 다시 사람이 좋다고 한다. 웃고 꼬리를 흔들고 그 모습도 슬프다./사진=시온쉼터
매일 죽을듯이 버티는 힘든 속도 모르고 개들은 오은숙 소장이 마냥 좋다고 한다. 자신을 돌봐주는 이라서. 어떤 인간에게 버려졌으면서도, 죽을뻔했으면서도, 살려준 사랑을 받아봤단 이유로, 다시 사람이 좋다고 한다. 웃고 꼬리를 흔들고 그 모습도 슬프다./사진=시온쉼터
체력이 부친다. 일하고 쉬고, 또 일하고 쉰다. 저녁은 안 먹는다. 오 소장은 "밥 한 끼 먹는 걸 알게 된 이들이 빵을 보내준다""이젠 밥을 한 끼 먹는 게 익숙해져서, 그 이상 먹으면 배가 아프다"고 멋쩍게 웃었다.

화재 이후 오 소장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신경과 약을 먹는다고 했다. 고개를 못 들 정도로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눈에는 뭔가 막이 씐 듯 잘 보이지 않고, 오른쪽 세 번째 손가락은 일을 많이 해 구부러졌다. 매일 '몇 년이나 버틸 수 있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개들을 돌보는 오은숙 시온쉼터 소장./사진=시온쉼터
개들을 돌보는 오은숙 시온쉼터 소장./사진=시온쉼터
그가 내게 전한 마지막 말이 묵직했다.

"유기견 보호소 소장이 끝이 안 좋다고 합니다. 암으로 죽던지, 극단적 선택을 한다고요. 맨날 병원비 때문에 속 끓이고, 누군가에게 도와달라 하면서 속 끓이고요. 이미 병이 든 것 같습니다. 한 사람이 망가진다고 할까요. 홀로 이 아이들을 지키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기자님, 제가 무얼 어떻게 해야할까요?"

그 말에, 난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시온쉼터를 위해 도울 수 있는 일들


시온쉼터의 개들./사진=시온쉼터
시온쉼터의 개들./사진=시온쉼터
1. 정기후원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후원회 조직이나, 개들과의 일대일 결연이면 더 좋겠지요.

2. 시온쉼터에 있는 개들은 거의 대형견들이라 국내 입양이 어렵고, 해외 입양은 비용이 많이 듭니다. 그래서 해외 이동봉사자가 늘 필요합니다.
개 250마리 엄마가…'화장실' 앞에서 잔다[체헐리즘 뒷이야기]
3. 중성화가 다 안 돼 있어 새끼강아지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중성화를 도와주실 분이 필요합니다.

4. 돌봐줄 인력이 항시 부족하니 봉사해줄 분도 필요합니다.
시온쉼터에서 미국 LA로 입양가 좋은 가족을 만난 '세미'. 웃고 있다./사진=시온쉼터
시온쉼터에서 미국 LA로 입양가 좋은 가족을 만난 '세미'. 웃고 있다./사진=시온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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