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된 '원조 월드스타'…강수연은 누구인가, 그의 발자취

강수연.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배우 강수연이 뇌출혈로 쓰러진 지 사흘 만에 별세한 가운데, 고인의 업적과 성취가 재조명되고 있다.


7일 영화계에 따르면 강수연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강수연은 지난 5일 서울 강남구의 자택에서 뇌출혈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그는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인근 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졌지만 의식이 없는 상태로 치료를 받아오다 타계했다.

강수연은 4살이던 1969년 동양방송(TBC) 전속 아역배우로 브라운관에 데뷔했다. 드라마 '똘똘이의 모험'(1971), '오성과 한음'(1979), '풍운'(1982) 등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았다.

1980년 KBS로 회사를 옮긴 그는 1983년 드라마 '고교생 일기'를 통해 하이틴 스타로 전성기를 누렸다. 1987년 영화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 '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까지 연이어 흥행시키며 최고의 주가를 달렸다.


특히 임권택 감독을 만나면서 그의 인기는 세계로 뻗어나갔다. 임 감독의 영화 '씨받이'로 베네치아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아 한국 배우 최초 세계 3대 영화제 수상이라는 역사를 썼다.

임 감독과 두 번째 호흡을 맞춘 영화 '아제 아제 바라아제'도 대박을 쳤다. 강수연은 비구니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모스크바영화제 최우수여자배우상을 거머쥐는 영광을 누렸다.

이후에도 '경마장 가는 길'(1991), '그대 안의 블루'(1992), '지독한 사랑'(1996)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전성기를 이어 나갔다.

그의 작품엔 한국 영화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변화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씨받이', '아제아제 바라아제' 등 1980년대 출연한 작품은 고난을 겪는 한국 여인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넓고 깊게 담아냈다.

1990년대 출연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5),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 등에서는 변화하는 여성상을 표현했다.

강수연은 1994년 개봉한 영화 '장미의 나날'이 실패하면서 잠시 주춤했지만 2001년 10년 만에 찍은 드라마 '여인천하'가 최고 시청률 35%를 기록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부산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으로도 활동했다. 이후 연상호 감독의 영화 '정이' 촬영을 마치고 복귀를 앞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