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피인수 종목 소액주주도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능해진다

금융당국이 상장사가 M&A(인수합병)로 피인수될 경우 이 종목을 들고 있던 '소액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주식양수도로 경영권이 변경될 때 소액주주들도 인수기업에 같은 가격으로 자신의 주식을 매수해달라고 요구해 일정 부분 경영권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이행계획'을 대통령실에 보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개한 '자본시장 선진화 공약'과 '공매도 개선 및 문할상장 금지 공약'이 국정과제로 채택된 데 따른 후속조치다.


계획에 따르면 상장사의 최대주주가 주식양수도로 경영권을 넘길 때 소액주주도 인수기업에 주식매수를 청구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다. 새로운 대주주에게 소액주주의 지분도 함께 사도록 하는 내용이다. 소액주주는 지분율 1%미만 또는 액면가 3억원 미만을 보유한 주주를 의미한다.

금융당국은 인수자로 나선 새 대주주가 소액주주 지분도 일정 비율 이상 공개 매수하도록 하는 의무주식공개매수 제도를 신설할 방침이다. 상장사 내부자가 주식을 매도할 때 처분계획을 사전에 공시로 보고해야 하는 의무조항도 생긴다. 경영자뿐만 아니라 기관투자자도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보도참고=[단독]"삼성가 1조 블록딜, 사는 기관도 신고의무"...내부자 지분매매 규제, [단독]먹튀 안돼…상장사 경영진, 자사주 처분 계획 미리 알려라 ) 현행법은 상장사 임원이나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등이 먼저 주식을 처분하고 난 후 5거래일 이내 지분공시만 하면 된다.

상장회사가 물적분할로 자회사를 만들어 신규 상장할 때 주주 보호 장치 심사도 강화된다. 금융위원회는 법무부와 협조해 물적분할하는 모회사와 자회사간 이해상충 해소여부, 물적분할 의사결정 방식에서 모회사 주주와의 소통여부 등을 꼼꼼히 따져본다. 특히 신사업을 분할해 별도 회사로 상장하는 경우 모회사 소액주주 보호제도를 면밀히 따진다. 금융위원회가 판단하기에 주주 보호 장치가 미흡다고 여길 경우 상장을 제한하는 강력한 조치도 마련한다.


'개미'들의 호응을 받았던 주식양도세 폐지 공약은 현실화해 적용한다. 종목에 100억원 이상 보유하고있는 '초고액 주식보유자'를 제외한 투자자의 주식 양도소득세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증권거래세는 적정수준으로 유지하되 구체적인 방향은 추후 검토한다. '공매도 서킷브레이커' 도입도 검토한다. 한국거래소와 시스템 구현 가능성을 점검하는 한편 현행 공매도 과열 지정제도를 보완하는 방안도 병행 검토한다.
尹정부 자본시장 과제 키워드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마당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단상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2.5.10/뉴스1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자본시장 관련 국제 과제의 핵심은 '개미 달래기'다. 개인투자자 1400만명 시대에 달라진 시장 환경에 맞는 제도와 틀을 다시 만드는 것이다.

상장 법인 주식소유자 수는 2018년말 561만명에서 지난해말 1384만명으로 급증했다. 게다가 자본시장도 질적·양적 성장을 이뤄냈다. 예컨대 지난해 코스피 시장의 IPO(기업공개) 금액만 17조원을 넘는다. 2019년(1조4000억원), 2020년(3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놀란 성과다.

다만 외연 확대에도 불구 투자자 보호가 미흡하다는 게 새 정부의 진단이다. '공정' 화두가 여기서 등장한다. 기관과 개미의 규제 차익, 경영진·대주주의 이해상충, 소액 주주 보호 등은 같은 맥락이다. 금융위가 정리한 국정과제를 따져보면 최근 시장을 뜨겁게 달군 이슈에서 출발한다.

우선 주가지수 급등과 동학개미 등장이 맞물리면서 주식시장에서 세금은 뜨거운 감자가 됐다. 새 정부는 금융투자소득세를 도입하기에 시간이 필요하고 여건도 여의치 않다고 본다. 새 정부 입장을 관철하려면 연내 소득세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여소 야대'의 국회 상황이 녹록지않다. 물론 개미들이 힘을 보탤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주식양도세 폐지'를 내걸며 '2년 유예' 방안을 밀어붙이는 그림이다. 부자 감세,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 원칙을 훼손한다는 비판은 예외 조항으로 피했다. 초고액 주식보유자의 정의를 종목당 100억원 이상을 두면서 대주주외 개인투자자를 포섭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공매도 역시 개미들의 선호 메뉴다. 정부는 이미 제도 개선을 했다는 입장이지만 불만은 여전하다. 윤석열 정부는 개인투자자 담보비율(현 140%) 인하 외에 공약사항이던 '공매도 서킷브레이커 도입'을 명시했다. 현재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해 다음 거래일에 공매도 거래를 금지하는 제도가 있는데 이를 즉시 거래 중단 등으로 개선하거나 보완하는 방법이다.

상장폐지 요건 정비는 상폐로 인해 주식을 바로 휴지조각이 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신라젠 (4,565원 ▼45 -0.98%) 등 시장을 달군 이슈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상폐 절차를 더 보수적으로 바꾸면 시장의 자율적인 정비·퇴출 기능이 사라져 좀비 기업을 양산한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물적분할 후 재상장 이슈는 LG에너지솔루션 (372,500원 ▼12,500 -3.25%), 의무공개매수 분야는 카카오페이 (33,450원 ▼650 -1.91%) 등의 학습효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지난 3월 문재인 정부때 모회사 주주 보호가 미흡한 경우 상장을 제한할 수 있단 경고는 이미 나온 상태다. 새 정부는 여기에 더해 모회사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방안까지 마련한단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 강화를 통해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자본시장 투자환경을 조성하는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