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몰수 못하나...法, '오스템임플' 재무팀장 가족 제3자 참가신청 허락

회삿돈 2,215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모씨가 1월 14일 서울강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사진=뉴시스

법원이 회삿돈 2215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재무팀장 이모씨(44)의 친인척이 신청한 '제3자 재판 참가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씨의 친인척들은 앞으로 재판에 참가해 자신들 명의의 재산이 자신들의 노력으로 취득한 것임을 주장할 수 있게 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4부(부장판사 김동현)는 12일 오후 2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 대한 세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이날 이씨의 부인, 여동생, 처제가 제기한 제3자 참가신청을 받아들였다.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몰수될 염려가 있는 재산을 가진 제3자는 형사사건 절차에 대한 참가신청을 할 수 있다. 재판부가 신청을 받아들이면 제3자는 몰수에 관한 재판에서 피고인에 준하는 절차상 권리를 갖는다.

검찰은 횡령금 일부로 가족 명의로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기존 소유 건물에 얽힌 대출금을 갚은 뒤 건물을 이들에게 증여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법원은 해당 자산에 몰수·추징 전 보전 명령을 내린 상태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날 "피고인과 재산 문제가 있어서 몰수될까봐 (재산은) 횡령 사건과 무관하다며 방어하기 위한 것 같은데 요건상 적법하다고 봐서 신청을 받아들인다"며 "정해진 바에 따라서 권리를 주장하시라"고 말했다.


박도민 변호사(법률사무소 수훈 대표변호사)는 "형사 사건에서 제3자 참가신청을 받아들인 건 이례적인 경우"라며 "금액이 크고 사안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도 높은 만큼 이씨 가족들에게 절차적 방어권을 보장해주고 재산 형성 과정 등을 면밀하게 살펴보겠다는 재판부의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 측은 이날 범죄수익 은닉혐의 사건이 기소되면 병합해 재판을 받겠다던 기존 입장을 철회했다.

재판부는 "추가 혐의 기소만 기다리다 이 사건(횡령 혐의)에 대한 구속기간이 얼마 남지 않게 됐을 때 증거 조사를 해야 되는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변호인은 "범죄수익 은닉 관련한 증거는 이 재판에서 배제하면 상관없을 것 같다"며 "증거 의견을 밝히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검찰 측에 "추가 혐의에 대해서도 기소하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다음 공판은 다음달 2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이씨는 지난해 3월부터 법인계좌에서 자신의 계좌로 여덟 차례에 걸쳐 2215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횡령금 중 일부는 주식에 투자했다가 약 761억원 손해를 봤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3월 28일 이씨와 이씨의 부인, 여동생, 처제 부부 등 5명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