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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국뽕' 시대의 역설…"세계에서 가장 혼란한 나라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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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경민 기자
  • 황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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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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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터뷰 : ZZINTERVIEW]15-② 20대 작가 임명묵이 말하는 2022 대한민국

[편집자주] '찐'한 삶을 살고 있는 '찐'한 사람들을 인터뷰합니다. 유명한 사람이든, 무명의 사람이든 누구든 '찐'하게 만나겠습니다.
'국뽕'의 상징과도 같은 이른바 '두 유 노우 클럽' 이미지/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국뽕'의 상징과도 같은 이른바 '두 유 노우 클럽' 이미지/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불확실의 시대'. 확실한 게 없는 오늘을 살았고, 내일을 또 맞이해야한다. 2022년에도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신냉전 구도 등으로 인해 이런 경향은 전세계적으로 더욱 심화되고 있다. 개인들은 불안하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28세의 한 젊은 논객은 그 중 대한민국이 가장 혼란한 국가일 것이라고 말한다. 1990년대생들을 명쾌하게 분석한 책 'K를 생각한다'의 저자 임명묵 작가. BTS(방탄소년단)를 비롯한 케이(K)팝, '오징어 게임' 등 K-콘텐츠가 전세계적으로 흥하고 있고, 단군 이래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혼란스러운 오늘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혼돈의 핵심에는 90년대생들이 존재한다. 어릴 때부터 '경쟁'에 내몰려왔고, 그 스트레스로 당장의 감각적 즐거움을 추구하는 세대. '탈가치'를 택했기에 자아를 의탁하고, 자부심을 느끼게 해줄 만한 정체성이 필요한 세대라는 게 임 작가의 분석이다. 그는 이런 90년대생 특유의 '탈가치화'가 고도의 '팬덤 문화'로 이어진 점에 주목한다. 이 '팬덤 문화'는 K-콘텐츠의 부흥을 이끄는 원동력이었지만, 한편에서는 사회 갈등 구도 역시 만들고 있다.

'팬덤 문화'에서 나온 갈등들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부족적인 특색까지 띄며 극단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이 갈등은 젠더 문제에서 미뤄보듯 '90년대생'을 넘어 전 세대로 확산된다.

임 작가는 한국의 젠더갈등과 같은 문제를 두고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극단적 상황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실제 우리 사회는 현재 성(性)별로만 갈라진 게 아니다. 정치 성향별로, 심지어는 인터넷 커뮤니티별로 갈라져 투쟁을 벌인다. 조그만 일에도 어김없이 발생하는 첨예한 갈등. 모두가 신경질적이고, 화가 나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문제는 한국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빠진 나라를 찾기 힘들다는 것에 있다. 더이상 다른 나라의 사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게 힘들다는 의미다. 결국 우리 스스로 해결방법을 찾는 수밖에 없다.

'찐터뷰'는 지난달 25일 서울대 입구 인근 카페에서 임명묵 작가와 만나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2022년 대한민국의 자화상에 대해 얘기를 나눠봤다. 주요 내용을 보다 상세히 기술하면 다음과 같다. 최근 만연한 'K-국뽕'에 취해있는 우리를 향한 '죽비'와 같은 말들.
임명묵 작가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임명묵 작가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의 시대


"K-콘텐츠의 공급자 자체는 70년대생들이 많다. 방시혁(1972년)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90년대생들은 수요자로 K-콘텐츠에 기여했다."

"과거에는 공급자 위주였다. 공급자가 만들면 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지금은 콘텐츠가 너무 많아졌다. 플랫폼을 통해서 이걸 다 소화할 수 없을 정도다. 이런 시대에는 수요자들이 사실상 콘텐츠를 결정하게 된다. 공급자들이 게이트 키핑을 하면서 통제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BTS가 세계적인 그룹이 된 것도 유튜브와 SNS를 많이 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방송국의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 우리가 아이돌을 봐야 했다. 그런데 BTS는 자기가 알아서 유튜브 등 채널 통해 직접 팬들과 소통하고 콘텐츠를 공급했다. 팬덤에게는 음악이나 춤도 중요하지만, 아티스트와의 정서작 상호작용 경험도 중요하다. BTS는 거의 최초로 그 점을 파고들어서 글로벌 아이돌로 성장을 할 수 있었다."


소비가 곧 창의적 활동


"윗 세대들에게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문화라는 건 이래야 돼, 작품은 이래야 돼, 이런 것들이 콘텐츠 소비의 장벽으로 작용했다. 그런데 90년대생들은 자기들이 직접 소비 주체로 나섰다. 그냥 내가 재밌는 걸 볼 거야라는 식이었다. 그게 집합적 힘, 창발적 힘으로, 어떤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Allegiant Stadium)에서 진행된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LAS VEGAS' 콘서트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빅히트 뮤직 하이브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그룹 방탄소년단(BTS)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Allegiant Stadium)에서 진행된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LAS VEGAS' 콘서트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빅히트 뮤직 하이브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90년대생 소비자들은 정말 무한에 가까운 생산품 경쟁 속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파악했다. 여론을 만들고, 재밌다고 하면서 막 퍼뜨리고, 추천을 하며 리뷰를 썼다. 그렇게 계속 소비를 했다. 이런 식으로 진화 생태계를 만들었다. 이런 소비만 하는 것부터가 이미 창의적 활동이다."


추구할 가치가 없는 세대


"90년대생들의 본질적인 틀은 '탈가치'에 가깝다. 단순 감각적 재미에 몰입을 하는 경향. 이건 사실 책임질 것 없는 행위다. 나 자신을 옭아맬 필요도 없는 것이다. '오늘도 직캠 하나 제대로 훌륭하게 봤다' 이러는 것이다. 이걸 가치 추구라고 하기에는 어렵다."

"자유, 개인주의, 평등, 정치적 민주화, 애국 이런 게 '가치'다. 일상생활로 내려왔을 때는 '가족'이 있겠다. 이런 것들에는 의무감이 있다. 엄청난 자원을 투입하고, 공력을 투입해 의무를 수행한다. 그걸 가치를 추구한다고 한다. 거기서 일상의 동력이 될 수 있는 의미를 찾는 것이다. 하지만 90년대생들에게는 먼 개념들이다."


K-키워드는 팬덤


"사람들이 본인 삶에서의 의미를 주변에서 찾지 못하게 되니까, 미디어와 정치에 감정을 이입하는 것이다. 정치도 그냥 사실상 미디어에 종속됐다. 미디어의 갈래가 됐다. 정치에서 팬덤이 나온 게 아니라, 팬덤을 하는 사람들이 정치로 간 것이다."

"팬덤들은 미디어에 고도로 몰입한 환경에서 집단행동, 여론몰이를 훈련한 이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사실상 현재 우리 사회의 주류를 선도하고 여론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거기서 만들어진 문제의식과 갈등 구도라는 것들이 사회적 영역을 계속 확장해 가면서 재생산되고 있다."
(전주=뉴스1) 유경석 기자 = 26일 전북 완주군 우석대학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전북 합동연설회장을 찾은 각 후보의 지지자들이 현수막을 펼치고 구호를 외치며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2021.9.26/뉴스1
(전주=뉴스1) 유경석 기자 = 26일 전북 완주군 우석대학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전북 합동연설회장을 찾은 각 후보의 지지자들이 현수막을 펼치고 구호를 외치며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2021.9.26/뉴스1


가장 혼란한 대한민국


"정보화에서 오는 혼란은 대한민국이 제일 극심하다. 미디어가 사람들을 모두 다 연결시켜주고 있고, 거기서 엄청난 에너지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거기에 휩쓸려 다닌다. 그런 것들을 완충시켜줄만한 어떤 다른 요소들이 없다."

"서구 사회에는 지역사회의 전통, 교회, 노동조합 등이 있다. 이런 게 많이 해체된 상태지만, 한국보다는 많이 살아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디어에 우리처럼 휩쓸리지 않는다. 소위 말하는 오프라인에서의 현생을 살아갈 만한 동력들이 서구 사회에 좀 남아 있다."

"한국은 애초에 그런 기반들이 너무 빈약한 사회였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세계 최고의 인터넷 선진국이 될 수 있었다. 반면 그로 인해 느끼는 정서적, 심리적 혼란 같은 게 훨씬 심할 수밖에 없다."


갈등 증폭시키는 미디어 환경


"엘리트가 문화를 통제하던 시절이 주는 답답함에서는 분명 해방됐다. 지금 우리는 엄청나게 재미있는 세상에서 무궁무진한 콘텐츠를 즐기고 산다. 하지만 동시에 안정감, 질서, 예측 가능성, 사회의 통합 가능성 이런 것들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 친야 성향 방송인 김어준씨. 2018.7.24/뉴스1
= 친야 성향 방송인 김어준씨. 2018.7.24/뉴스1
"수요자 위주의 저널리즘으로 인해 사람들이 원하고 싶은 걸 그냥 보여주는 방향으로 가게 된다. 그렇다면 이 시대에서 수요자가 원하는 정보가 무엇이냐. (팬덤에 기반한) 정치적 부족주의, 비난·혐오와 같은 부정적 감정들, 이런 것들을 주로 원하게 된다. 그런 것에 부응하는 언론들만 살아남게 되면, 갈등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김어준씨나 가로세로연구소 등이 정확하게 이런 문법이다."


공동체 묶는 민족주의도 퇴조


"민족주의는 공동체 특성을 공유한다. 시민들 간 연대, 문화적 접촉 창구로 역할을 했다. 하지만 한국 청년층의 민족주의는 이런 기능을 지금 거의 상실했다. 공적 가치 정체성들의 기반이 무너졌다."

"지금의 민족주의는 굉장히 방어적이다. 우리 문화 콘텐츠(한복 등)를 지켜야 하는 맥락에서 집단 행동이 일어나는 수준이다. 거기에 몰입하는 것 자체가 어떤 의미나 추진력, 행동력을 만든다. 이건 국가를 위한 민족주의와 결이 다른 것 같다. 민족주의가 퇴조했으면서도 퇴조하지 않은 현상이다."


다른 나라에서 길을 찾기 힘들어


"과거에는 어떤 모범이 되는 선진국들을 우리가 베껴오면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는 이미 다 다른 나라에서 해결이 된 거니까, 우리가 저걸 따라가면 된다라는 식으로 심리적인 안정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리 봐도 다른 곳 보다 우리나라가 더 혼란하다. 모델을 잃어버렸다. 항상 추격만 생각해왔는데, 추격할 대상을 상실한 것이다. 미국에서, 유럽에서 답이 나오는 게 아닌데 어떻게 해야 하지. 이런 점에서 오는 혼란도 있다."
임명묵 작가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임명묵 작가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지속될 공동체의 위기


"젊은 층에서의 젠더갈등, 이건 인류 역사상 초유의 사태다. 물론 '폭력'의 강도는 예전이 훨씬 강했겠지만, 지금 이런 수준의 '사회 갈등'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갈등 역시 나올 것이다. 정체성과 문화를 둘러싼 투쟁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그 전선이 어떻게 만들어질 지 여부는 구체적인 맥락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역설적으로 지금의 이 대단한 콘텐츠 제국은 90년대생들이 겪고 있는 심리적 혼란과 위기가 상업적으로 잘 연결돼 나온 것이다. 이런 것들이 콘텐츠 영역에서는 계속해서 자양분이 될 것이다. 물론 당분간 한국의 콘텐츠 패권 역시 더욱 더 강화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제 정치·사회적으로는 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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