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대통령실 앞 '정차 후 발언'에 無대응…100m 집회 금지는 유지

성소수자 차별 반대 무지개행동(무지개행동) 회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2022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을 기념하며 행진하고 있다./사진=뉴스1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첫 주말을 맞아 집무실 100m 이내 구간에서 처음으로 도보 행진이 이뤄진 가운데 경찰은 14일 행진에서 예정과 달리 정차해 발언한 시위대에게는 별도 대응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은 이 지역에 신고되는 다른 집회에 대해선 금지 통고를 한다는 원칙을 유지할 방침이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2022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공동행동'은 14일 오후 3시 용산역 광장에서 '싸우는 몸, 분노의 외침, 권리연대'를 주제로 기념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본집회를 진행한 뒤 오후 4시55분쯤 행진을 시작해 5시30분쯤 서울경찰청 경력과 경호원들이 배치돼 있는 집무실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성소수자 혐오 등 앞장서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세상에 외친다"고 말하며 15분 가량 정차했다. 행진을 재개한 뒤 국방부 청사 앞에 다시 한번 정차하기도 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당초 신고된 행진에 멈춰서 발언한다는 내용은 없었다"면서도 "현저한 일탈행위가 없었고 법원의 조건인 1시간30분을 지켰으니까 특별히 문제제기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무지개행동의 행진에 대해 금지통고를 내렸으나 법원은 무지개행동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1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 서울 용산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옥외집회금지통고처분취소 집행정지를 "집무실이 관저에 포함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일부 인용했다. 다만 법원은 해당 행진에 대해 '1회에 한해 1시간 30분 이내에 신속히 통과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경찰은 법원에 즉시 항고하는 한편 본안소송을 제기했다.

경찰은 본안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집무실 인근 집회·행진을 금지하기로 한 방침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집무실을 관저로 본 당초 경찰의 유권해석을 이어간다는 이야기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1조 3호는 대통령 관저와 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 공관 경계로부터 100m 이내 장소에 대해 옥외집회와 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경찰의 이같은 방침에 시민단체 측에선 헌법상 권리인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지개행동의 가처분 소송을 대리한 서채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는 "관저의 범위를 집무실까지 확대 해석하는 경찰의 입장은 법률상 근거가 부족하다"며 "특정한 지역에서의 집회를 제한하는 것은 전반적인 집회·시위에 위축 효과를 불러올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