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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 시장의 위축, 지난한 눈높이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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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국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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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17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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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들과 투자자들 사이의 눈높이 차이가 좀체 좁혀들지 않고 있다. 바뀐 환경에 적응하기까지는 조금 더 고통스러운 적응의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한 증권사 IB(투자은행) 담당 임원의 얘기다. 불과 반년도 채 되지 않아 자금조달 환경이 확 달라졌다.

경기재개 기대감에 늘어난 수요로 찔끔씩 오르던 물가가 공급망 불안으로 재차 고공행진한다. 금리도 치솟았다. 주요국 통화당국 역시 긴축으로 대폭 선회했고 경기회복세를 희생시켜서라도 물가를 잡아야 한다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자본시장으로 썰물처럼 밀려들던 자금 흐름이 주춤하다가 이제는 본격적으로 이탈하려는 모습이 나타난다. 과거 2년간 높아질대로 높아진 기업과 투자자의 눈높이를 맞추는 과정에서 진통이 일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주식시장에선 IPO(기업공개)를 철회하는 기업들이 잇따른다. 불과 1년전, 아니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신규상장 기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후했다. 종목에 따라 옥석 가리기가 심화되는 모습도 있었지만 지금만큼 박하지는 않았다.

채권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올들어 현재까지 4개월반 동안 회사채 순발행액은 8조6330억원으로 지난해 1월부터 5월 중순까지 순발행액(19조3941억원)의 44% 수준이다.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신용등급을 불문하고 마이너스 스프레드에 채권조달에 성공했던 기업들이 올해 가파른 금리상승 및 스프레드(가산금리) 확대에 발행을 주저한 결과다.

돈은 수익률이 낮은 데서 높은 데로 옮겨간다. 과거 2년여 기간은 자본시장에 유례없이 돈이 흘러들어왔다. 코로나19 충격 상쇄를 이유로 막대한 자금이 풀린데다 저금리 속 조금이라도 더 높은 수익을 좇아 투자자들이 자본시장에 발을 들였기 때문이었다.

코스피가 3300, 코스닥이 1060을 넘어설 수 있었던 것도 자본시장의 상대적 매력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었다. 내가 서 있는 자리는 그대로이더라도 내 주변이 가라앉으면 상대적으로 내 자리가 더 높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돈이 많아졌고 금리가 낮아졌으며 상대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더 큰 분야에 그만큼 더 돈이 몰렸다. 이 기간 아무리 공격적인 밸류에이션을 적용한 공모가가 나와도 IPO시장에서 무난히 소화됐다. 신용등급을 불문하고 더 낮은 스프레드에 회사채 발행에 성공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투자자들은 깐깐해졌고 자본시장 이외의 선택지가 생겼다. 문제는 과거 높아진 눈높이가 하향조정되기까지 시차가 있다는 점이다. 주식·채권 공모시장에서 뿐만 아니라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들에 대한 눈높이 조정도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행히 기업들로서는 당장 유동성을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지난 2년간 우호적 환경 하에서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해둔 덕분이다. 그러나 결국은 투자자와 눈높이를 맞춰야만 할 것이다. 눈높이 조정은 항상 어렵다. 낮추는 과정이라면 더 그렇다. 아직 바뀐 시장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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