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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의 영웅' 정은경 떠난다…확진자 급증땐 '25번 사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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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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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17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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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사진=뉴스1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어 방역당국자로서 송구한 마음입니다."

지난 3월 21일 질병관리청 정례브리핑에서 정은경 청장은 "오미크론 대유행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대유행을 타고 누적 확진자가 1000만명을 넘어서기 직전이었다. 정권이 바뀌고 신임 질병관리청장이 임명된 이달 17일까지 정 청장은 질병관리청 수장으로서 이 같은 사과를 공식석상에서 25번 이상 했다. 대통령을 포함, 지난 정부의 방역정책 결정권자들 중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였다.

정은경 초대 질병관리청장이 물러난다. 'K-방역의 영웅'으로 통하며 질병관리본부가 청으로 승격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동시에 일관성 없는 거리두기 정책을 타고 유행이 확산되거나 백신 도입 차질이 빚어질 때 마다 '방역의 얼굴'로서 고개를 숙였다. 지금도 평가가 엇갈리는 K-방역 2년 5개월과 초대 질병청장 정은경의 명과 암은 떼놓을 수 없다.

1965년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나 전남여고와 서울대 의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석사(보건학)·박사(예방의학) 학위를 받은 정 청장은 1994년 양주군 보건소에서 의사 경력을 시작했다. 그 곳에서 전염병 신고 기준을 마련했고,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1995년 질병관리청의 전신인 국립보건원 연구관 특채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2015년 메르스 확산 당시 정 청장은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으로 현장점검반 반장을 맡았다. 고군분투했지만 당시 정부가 방역 책임을 물었다. 우여곡절끝에 감봉 1개월 경징계 처분을 받고 질병관리본부에 남았다. 이후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아 1급을 건너뛰고 차관급인 질병관리본부장에 파격 발탁됐다.

파격은 그 뒤 더 커졌다. 2020년 1월 국내 코로나19가 유입됐고 질병관리본부장으로서 유행에 대응했다. 당시 머리 감을 시간이 아까워 뒷머리를 자르고 식사도 도시락과 밥차로 챙기며 24시간 긴급상황실(EOC)을 지킨 일화는 유명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들은 정 청장을 '진짜 영웅'으로 칭했고 영국 BBC방송은 정 청장을 '올해의 여성 100인'에 선정했다. 2020년 7월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됐고 그는 초대 청장이 됐다. 코로나19 국면과 청장으로서 그의 경력을 떼 놓고 설명하기 힘든 이유다.
= 2018년 9월 8일, 당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진환자 발생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 2018년 9월 8일, 당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진환자 발생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그가 받아든 2년 5개월간의 코로나19 방역 성적표는 누적 사망자 2만3771명(치명률 0.13%), 누적 확진자 1783만429명, 전체 인구 86.8% 2차 접종률이다. 이에 대한 평가는 진영과 정파는 물론 의료계에서도 엇갈린다.

누적 치명률(0.13%)과 인구 10만명당 사망자 수(45명)가 지금까지 OECD 국가 중 각각 세번째, 다섯번째로 낮다는 사실은 그에게 높은 점수를 줘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다. 평소 정 청장의 발언대로 마스크 착용률 세계 1위인 한국 국민의 충실한 개인 방역에 가장 큰 공을 돌려야 하지만, 한정된 방역 자원으로 '핀셋방역'을 하며 지난해 중반까지 확산을 최대한 억제한 질병관리청의 역할도 분명히 조명돼야 한다.

메르스를 경험한 정 청장의 전문성이 그 토대가 됐다는 것이 의료계 시각이다. 정 청장은 감염병 국면에서도 틈틈이 질본 관계자들과 연구를 진행해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가 발간하는 저널에 국내 역학조사와 방역과정을 정리한 논문을 발표하는 등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했다. 국내 최고 전문가인 그가 질병관리청을 이끈 것은 당연하다는 평도 나왔다. 2017년 7월 정 청장이 당시 질병관리본부장에 파격 발탁되던 날, 전임 본부장이던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최고 전문가가 임명돼 다행"이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그의 성적표가 '최선'은 아니었다는 지적도 있다. 방역 고삐를 조여야 할때 푼 정책이 반복된 결과물이 전체 인구의 34% 감염이라는 것. 매년 반복된 이 같은 엇박자 거리두기 정책은 올해 오미크론 대유행을 맞아 더욱 두드러졌다. 1월 시작된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지난 3월 23일 누적 확진자가 1000만명을 넘겼지만, 정부는 1월 17일부터 3월까지 오히려 총 네 차례 거리두기 조치를 완화했다.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방역정책이었고, 정부 정책에 도움을 주던 의료 전문가들도 이 같은 엇박자를 비판하며 등을 돌렸다. 조여야 했을 때 조였다면 급격한 확진자 및 중환자 증가를 막을 수 있었을 테고, 무엇보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사망자 수를 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엇박자 정책이 방역 고비마다 나와 확진자들이 늘어날 때 정 청장은 사과를 했다. 공개석상에서 "송구하다"는 발언이 확인된 것만 25번이다. 방역 정책 결정권자들 중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이 같은 엇박 정책을 정 청장만의 '암'으로 평가할 순 없다는 말이 나온다. 정 청장이 '방역 컨트롤타워' 격인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을 맡고 있었지만 거리두기 정책을 주도한 것은 총리가 본부장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였다. 게다가 청와대는 방역기획관 자리도 신설해 둔 상태여서 엇박 정책이 정 청장 주도로 결정되는 구조가 아니었다는 것.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오히려 정 청장은 정부의 거리두기 완화에 앞서 방역 위험을 경고했다. 대표적 사례가 델타변이 확산으로 신규확진자가 급격히 불어난 지난해 7월이다. 7월 대유행 시작 전이던 6월 정 청장은 브리핑을 통해 "해외 유입 차단과 국내 확산 방지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 8월 말까지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수칙 준수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는 거리두기 개편과 백신 인센티브 등을 밀어붙이며 방역완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냈고 이는 7월 대유행으로 연결됐다.

이와 관련, 당시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방역대책의 주도권을 질병청장한테 주지 않고 있다"며 ""모든 지표가 나빠지는데 경고음 없이 돌진해서 박아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계에서는 오히려 정 청장의 암은 '사과'에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고비마다 방역이 악화될 우려가 크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테지만 (정 청장이) 소신을 강하게 얘기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 부분에서는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책 핵심 결정자들이 누구인지 가려진 상태에서 정작 대중 앞에서의 사과는 정 청장이 다했다"며 "진짜 방역 컨트롤타워가 어디인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데, 이는 비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자기 목소리를 못내고 'K-방역의 얼굴' 역할에 그친 것이 아쉽다는 지적이다.

감염병 전문가인 신임 질병관리청장도 아직 끝나지 않은 감염병 국면에 얼마나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느냐가 '과학 방역'의 관건이라는 것이 의료계 중론이다. 신임 청장으로 임명된 백경란 성균관대 의과대학 교수는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내과 과장를 지낸 감염병 전문가로,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을 지냈다. 2015년 메르스 유행 당시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병 대응에도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위원장 추천으로 사회복지문화분과 위원으로 참여했으며,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100일 로드맵) 등 밑그림을 그리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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