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선생님이 '사업 파트너'로…'롤모델' 된 삼성전기·코스모신소재 상생

지난 16일 방문한 충청북두 충주시 목행동 코스모신소재 사업장 모습./사진=오문영 기자

기업간 상생이 다시 화두다.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간 협력이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란 말까지 나온다. 코로나19(COVID-19) 위기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을 타개할 대안으로 떠오르면서다. 파트너사의 생산성 향상은 안정적 공급망 확보로, 높은 기술력은 제조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는 시대다.

상생의 필요성에 공감하더라도 실현은 쉽지 않다. 오랜 기간 각자의 길을 걸어온 두 기업이 입맛을 맞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로의 내부 상황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치부가 드러날 것을 우려해 관계가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하나의 대기업에 수많은 협력사가 있지만 밀도 높게 상생협력이 이뤄지는 사례가 손에 꼽히는 이유다.


이 가운데 삼성전기와 코스모신소재의 관계가 롤 모델로 업계의 주목받고 있다. 양사는 2008년 첫 거래를 튼 후 현재까지 변함없는 관계를 맺어오고 있다. 단순 투자나 일회성 지원에서 나아가 교육프로그램 운영과 노하우 전수 등 비자본 투자까지 겸하면서 선순환 구조를 창출해냈다는 평가다. 이들이 10년 넘게 신뢰관계를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투자없이 생산능력 15% 향상…"상생 통해 지속성장 기반 만들어"지난 16일 방문한 충청북도 충주시 목행동 코스모신소재 사업장. 안으로 들어가자 '고객품질 최우수 업체 수상'이란 문구가 쓰여진 대형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올해 삼성전기로부터 품질부문 우수상을 받은 것을 축하하는 내용이었다. 제대로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공장의 모습은 상생의 효과를 증명하는 듯 했다.

곧장 홍동환 대표이사를 비롯해 여러 임직원들을 찾아가 상생협력의 시작과 과정, 성공적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물어봤다.


임직원들의 기억 속 상생의 시작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전기는 MLCC(적층세라믹캐패시터)용 이형필름의 수급 및 품질 안정화를 위해 국내 업체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코스모신소재와 인연을 맺게 됐다. MLCC는 전자회로에 전류가 안정적으로 흐르게 하는 전자제품의 필수 부품이다. 이형필름에 전극을 인쇄해 분리한 뒤 이를 600층 정도 쌓으면 MLCC가 된다.

코스모신소재 MLCC(적층세라믹캐패시터)용 이형필름 제조 공정./사진제공=코스모신소재

첫 거래 이후 꾸준히 거래량을 늘려오던 양사는 2018년부터 본격적인 상생협력에 돌입했다. SEM-PRO 제로 스텝(0 step) 활동인 '쾌적하고 청결한 현장 만들기'에 참여해 이물개선과 1416건의 불합리 개선활동을 진행한 것이 출발점이다. 이듬해에는 다음 단계인 원 스텝(1 step)활동에 참여해 투자 없이 생산력을 15% 향상시켰고, 설비를 가동하지 않아 발생하는 낭비를 50% 줄이는 등 성과를 냈다.

엄인식 코스모신소재 IT필름 생산팀장은 "30년 넘게 오디오·비디오 사업을 진행하며 쌓아온 필름 코팅 기술이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메카니즘을 분석하는 부분이 약했다"면서 "삼성전기의 엔지니어들과 문제점을 계속해서 발굴해나가고 고치는 과정을 반복하며 공정을 개선했다"고 말했다.

교육프로그램을 통한 역량향상 지원도 함께였다. 삼성전기는 협력회사의 역량 향상을 위해 사내외 전문가와 협업해 교육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코스모신소재의 경우 최근 3년간 품질·생산성 등 22과목에 181명이 참여했다. 엄 팀장은 "과목이 세부적으로 편성돼 있고, 전문적인 교육이 이뤄져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교육열도 상당히 높다"고 설명했다.

삼성전기와의 상생협력 속에서 코스모신소재는 눈부신 성장을 일궈냈다. 후발주자로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지금은 경쟁사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지난해 말 완공된 MLCC용 이형필름 3공장은 풀 가동중으로 물량의 90%를 삼성전기에 납품 중이다. 삼성전기 물량으로 따지면 절반이 넘는 규모다. 홍 대표는 "삼성전기와 상생협력을 진행하면서 흑자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며 "지속 성장의 기반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제는 캐치볼 가능"…일방적 지원은 옛말, 이제는 신제품도 제안

지난해 4월 삼성전기와 코스모신소재가 '상생협력 혁신활동 킥오프' 행사를 진행하는 모습./사진제공=코스모신소재

양사는 이제 서로를 '없어서는 안되는 파트너'로 부른다고 한다. 상생협력의 결과로 서로가 서로를 위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논의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홍 대표는 "청소와 정리정돈부터 시작했던 상생활동이 생산성 향상, 품질 고도화 등을 넘어서서 신제품 개발까지 왔다"면서 "이제는 어느정도 캐치볼이 가능한 파트너가 된 것"이라 평했다.

코스모신소재가 개발해 현재 삼성전기에서 테스트 과정을 거치고 있는 '내첨 대전방지 수계 이형필름'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수계 이형코팅액에 수계 대전방지제를 첨가해 분산시켜 한번 코팅으로 이형성과 대전방지성능을 동시에 갖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이형 코팅액에 사용되는 유기용제 대신 물을 사용해 친환경적이고, 정전기를 방지해 제품 결함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코스모신소재는 2020년 하반기 이 제품 개발에 착수할 때부터 삼성전기와 소통을 이어왔다고 한다. 코스모신소재 관계자는 "올해 3월 말에 시험생산을 진행했다"면서 "고객사 평가와 승인 과정을 거치면 2023년 상반기에 양산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엔 반감도 있었지만…" 양사가 말한 10년 상생의 비결은코스모신소재 임직원들은 양사가 10년 넘게 신뢰관계를 이어온 비결로 의사소통을 꼽았다. 활발한 대화가 꾸준한 상생을 낳을 뿐 아니라 협력의 범위를 전 분야로 넓히는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홍 대표는 "상생협력 초기에는 일부 불신과 반감을 가지고 수동적이고 소극적으로 활동을 시작했었다"면서도 "변화를 체감한 이후부터는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하며 전분야에서 혁신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로가 의사소통하며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홍 대표는 삼성전기의 높은 상생협력 의지도 성공 배경 중 하나로 짚었다. 그는 "삼성전기의 상생을 위한 파트너쉽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상생협력을 담당하는 책임자가 바뀌어도 변화하지 않고 늘 연장선상에서 활동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기는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이 미래를 위해 필수라는 철학 하에 상생협력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성원 삼성전기 상생협력팀장(상무)은 "변화하는 시장흐름에 주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상생협력의 선순환 체계를 더욱 굳건히 할 것"이라며 "자금 지원과 생산현장 혁신활동, 교육 등도 지속 강화해 협력사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