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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되레 배우러 가는 신세"…김무환 포스텍 총장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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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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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1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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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1990년대 韓 배우러 오던 싱가포르 대학들
지금은 대학순위 추월, 산·학·연·정 '빅피처' 함께 키워야

김무환 포스텍 총장/자료사진=뉴스1
김무환 포스텍 총장/자료사진=뉴스1
"싱가포르국립대(NUS)와 난양기술대학교(NTU)는 1990년대 한국의 주요 대학을 벤치마크했던 곳인데 이젠 정반대로 한국의 주요 대학들이 NUS, NTU를 벤치마크하러 갑니다." 최근에 만난 김무환 포스텍 총장의 말이다.

영국 대학평가기관 큐에스(QS)가 올해 '세계 대학 순위'를 발표하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졌다. "더 이상 뒷걸음질 칠 곳이 없다"는 자조 섞인 반응도 나왔다. QS에 따르면 NUS는 93.9점으로 11위, NTU는 90.8점으로 12위를 차지했다. 아시아권 톱을 기록했다. 반면 국내 최고 대학으로 꼽히는 서울대(81.7점)는 36위, 카이스트(KAIST, 79.1점)는 41위를 기록했다.

공과대학 순위에선 서울대가 지난해 27위에서 34위, KAIST는 16위에서 20위로 하락했다. 포스텍은 70위대로 내려앉았다. 이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 지능형 반도체, 바이오 등 국가 미래 성장동력 관련 기술 개발, 전문인재 육성 등의 측면에서 우리나라 공대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의미다. 자연대학 순위에선 국내 주요 대학 대부분이 100위권 밖으로 밀려난 실정이다.

NUS, NTU는 어떻게 이런 추월이 가능했을까. 최근 NUS, NTU를 다녀왔다는 김 총장은 "싱가포르 대학은 민간이 발전기금 출연하면 이에 대해 정부와 대학이 1.5~3배로 매칭펀드를 만들어 지원한다. 그러니까 대기업들이 대학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정부·대학·국책연구소는 함께 빅피처(초대형 연구)를 그리고 서로 끈을 묶어 한 방향을 향해 뛰는 데 미국·유럽 등 해외 선진국 명문 대학을 따라 잡는 건 시간문제로 보였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의 '글로벌 개방성'은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정신으로 이어져 민간기업과 정부, 대학, 국가연구소가 '원팀'을 이룬다. 이는 대학의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테스트베드화가 확산되는 계기를 제공하고 NUS와 NTU 등과 같은 대학은 자연스레 '기업가형 대학'으로 발전했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 R&D(연구개발) 업계는 싱가포르와 정반대의 행보다. 정부가 가는 방향, 민간이 가는 방향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 총장은 "(대학 및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선) 민간이 잘 되어 가고 있으면 정부는 지원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도 정부와 민간, 대학이 같은 방향으로 발 맞춰 가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훨씬 더 많은 예산이 과학기술에 투자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윤석열 정부가 앞으로 5년간 추진할 국정과제 100선 중엔 '정부 총지출의 5% 수준의 연구개발비'를 언급한 내용이 있다. 투자를 더 이상 늘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숫자로 못박았다. 해외 선진국의 분위기는 딴판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 AI 등 핵심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혁신법 '이노베이션 액트'(Innovation act)를 통해 향후 5년간 2500억 달러(약 300조원)를 더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상승, 전세계 인플레이션 우려 등 안갯속 경제 현안이 윤 정부의 당면 과제가 되면서 R&D는 우선 순위에서 밀려난 모습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각에선 "연구비 흐름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 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민간기업이 과학기술에 제대로 투자할 수 있는 유인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연구의 수월성·효율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인구절벽,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대학의 생존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와 함께 앞선 전망과 투자가 승자를 결정하는 대변혁의 시대도 오고 있다. 김 총장은 이렇게 대응하자고 조언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과 산업이 같이 링크돼야 한다. 민간에선 돈이 될 것 같으면 정부가 펀딩하는 것 이상의 돈을 가지고 들어올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그걸 활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앞으로 우리가 하려는 혁신은 그리 만만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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