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엔지니어도 '탈중국' 행렬... 中, 과학기술패권의 꿈 '흔들'

(베이징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11일 (현지시간) 코로나19 봉쇄령이 내려진 중국 베이징의 펜스가 세워진 주거 지역 앞에서 배달원이 스쿠터를 타고 있다. (C) AFP=뉴스1

중국 과학기술을 이끌어갈 인재들이 코로나19 봉쇄에 몸서리 치며 '탈중국'을 구상 중이다. 이민을 생각하는 이들 중에는 중국의 자랑 화웨이 소속 엔지니어까지 포함됐다.


1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한 달간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에서 '이민'이라는 키워드 검색량이 무려 400배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중국판 카카오톡 위챗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이민을 생각하는 이들 중심에 엔지니어들이 있다. 이민과 해외 유학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베이징 소재 '잉중 법률사무소' 궈스쩌 파트너에 따르면 상하이 봉쇄가 시작된 3월 말 이후 이민 문의가 이전보다 2배 넘게 늘었다. 이민을 꿈꾸는 이들이 자산가에서 엔지니어 위주로 바뀌었다.

궈씨는 "고객이 급증해 주말에도 쉬지 못할 지경"이라며 "전문 인재들이 불확실한 미래와 돈벌이에 불안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민을 고려 중인 이들 상당수가 화웨이 같은 대형 IT(정보기술) 기업 소속 엔지니어들은 물론 제약사 임원들이다. 심지어 IT기업 오너들도 있다. 40대 초반으로 중국 여러 IT기업에서 근무해온 량모씨는 "우리 같은 엔지니어들에게 이민은 흔한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지금처럼 가족의 안전과 재산을 놓고 불안한 적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캐나다 국적자로서 영화계 종사자였던 익명의 남성은 상하이를 떠나면서 "노인들이 병원에서 당한 일 같은 것들은 뉴스에 나오지 않았다"며 "우리 가족은 견딜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코로나19에 감염된 한 노인이 격리 병동에서 병원 직원에 폭행당해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소식은 언론이 아닌 인터넷상에 유포됐고 폭행과 사망은 모두 사실로 확인됐다.

미국에서 일하는 중국 국적의 젊은 엔지니어들은 귀국을 꺼린다. 캘리포니아에 소재한 IT 기업 주니퍼 네트웍스의 한 중국인 직원은 "트럼프가 집권했을 때 많은 미국 대학을 졸업한 많은 중국 젊은이들이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했다"며 "중국에서 개인의 권리가 무시당하고 무력하게 느껴지면서 미국을 떠나더라도 싱가포르로 향하려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상하이는 봉쇄 50일을 훌쩍 넘겼다. 전면적 봉쇄에 버금가는 조치가 진행 중인 베이징에서는 베이징대를 포함해 곳곳에서 크고작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노무라홀딩스에 따르면 4월 이후 중국 내 45개 도시에서 약 3억7300만명 인구가 어떤 형태로든 봉쇄를 겪었다.

인재 유출 움직임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과학굴기' 실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 주석은 2050년까지 '과학기술 혁신강국' 건설을 목표로 설정하고 인재 양성 및 외국 전문가 영입이 목표 달성의 핵심이라고 강조해왔다. SCMP는 "이민 문의 급증이 중국에서 인재 유출로 이어질지 여부는 지켜봐야겠지만 미국으로부터 과학기술패권을 쟁취하려는 계획이 틀어질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