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사드 사태?"...尹정부, 美中 사이 '경제안보' 첫 시험대

(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 (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아시안 태평양계 미국인 문화 유산의 달을 맞아 열린 리셉션서 연설을 하고 있다. (C) AFP=뉴스1

윤석열정부의 '경제안보' 중심 외교가 첫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우리나라가 참여키로 하자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서다. 중국은 IPEF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자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는 만큼 일각에선 한국의 IPEF 참여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과 같은 후폭풍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IPEF가 중국 견제 성격보다 국익에 도움이 되는 안정적 공급망 구축에 있다는 점을 우리 정부가 분명히 함으로써 중국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8일 대통령실과 정부부처 등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이달 24일 일본에서 열리는 IPEF 출범 선언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여한다. 윤 대통령은 IPEF 회의에 앞서 이번 주말 서울에서 열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에서 IPEF 참여 의사를 밝히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시정연설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 인도 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통한 글로벌 공급망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이 참여키로 한 IPEF는 역내 국가들이 참여하는 일종의 '경제안보' 플랫폼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동아시아정상회의(EAS)를 통해 IPEF 구상을 처음 밝혔다. IPEF는 무역과 공급망, 탈탄소 및 인프라, 탈세 및 부패 방지 등 4개 주제를 중심으로 참여국간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핵심이다. 세부적으론 △무역 원활화 △디지털 경제·기술 표준 △공급망 안정성 △인프라 협력 △탈(脫)탄소·청정에너지 협력 △노동 표준 등 6개 분야를 협력 대상으로 한다.

문제는 이러한 이슈들이 대부분 중국의 핵심이익과 연관돼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주요 외신들은 미국이 IPEF를 추진하는 이유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중국이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주도하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추진하는 등 아시아지역에서의 경제적 영향력을 강화하고 나서자 이를 제지하기 위한 '대항마'라는 분석이다.

IPEF에는 우리나라와 일본,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가 주요 국가로 참여한다. 미국은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일부 아세안 국가의 참여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 중심의 군사동맹 체제인 '쿼드(Quad)'처럼 중국을 포위하는 형식이다.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16일 이뤄진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화상통화에서 "(한국의) '디커플링'(탈동조화)에 반대한다"며 "신냉전의 위험을 방지하고 진영 대치에 반대하는 것은 양국 근본이익과 관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IPEF 참여와 같이 한국이 경제분야에 있어 미국의 대 중국 압박에 동참하지 않도록 견제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IPEF가 군사적 목적이 분명한 쿼드와는 달리 중국을 직접적으로 겨냥해 고립시키는 체제로 나아가긴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미 IPEF 참여 대상으로 꼽하는 한국과 일본은 물론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국가들 대부분이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관계가 치밀하게 구축돼 있다. 코로나19(COVID-19) 이후 공급망 재편의 필요성이 증대된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을 배제한 완전히 새로운 공급망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따라서 IPEF는 참여국들의 현실적인 경제적 이익 담보를 위한 '프렌드 쇼어링(friend-shoring)' 형태의 협력체계로 출범할 가능성이 더 크다. 이 경우 동맹의 가치를 공유하는 IPEF 참여국 간의 경제협력을 강화하더라도 개별국가 입장에선 중국을 경제적으로 배제할 필요는 없다.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아직 IPEF의 구체적인 내용은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이고, 참여하는 국가들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만큼 지역내 경제공동체로서 실제 작동할 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IPEF에 참여했다고 우리나라가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을 포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미국 입장에선 IPEF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겠지만, IPEF의 내용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분명 중국이 얻어낼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며 "한국이 IPEF에 참여한다고 해서 중국이 당장 2016년 사드 사태와 같은 경제적 보복에 나설 것으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