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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나쁜 놈들 전성시대 ' CATCH ME IF YOU 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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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지웅 경제정의시민실천연합 시민입법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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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20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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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소위 검수완박 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이 공포됐다. 범죄와 처벌을 다루는 형사법 체계는 오랜 역사적, 철학적, 제도적 축적의 시간을 거쳐왔다. 중세시대의 가혹한 고문과 혹형(酷刑)에 대한 반성으로 피의자의 인권보장이 한 축으로 자리 잡았고, 범죄로부터 사회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사회방위가 또 다른 한 축을 이루게 되었다. 검찰의 수사권 문제는 우리 사회를 범죄로부터 방위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중요한 국가시스템의 문제이기 때문에 50년, 100년을 내다보는 긴 안목으로 접근해야만 한다.

개정안을 살펴보니 100년은 커녕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누더기 법안' 그 자체이다. 사법경찰관으로부터 수사결과 불송치결정을 받아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 주체에서 고발인을 제외한 부분이 가장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보인다. 환경범죄 등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렵거나, 아동·장애인 등 피해자가 스스로 고소하기 어려운 사건, 공익관련 범죄에서 시민단체 등이 제기하는 고발 사건의 이의신청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경찰의 불송치결정이 대법원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게 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게 됐다. 고발인을 제외함으로써 이익을 얻는 사람들은 극소수의 권력자, 특권층이고 이로 인하여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절대다수의 국민들이다.

고소인은 경찰의 불송치결정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으나 개정안에 따르면 검찰은 동일사건범위 내에서만 수사를 할 수 있을 뿐이다. 검찰이 보완수사를 하는 중에 공범이 발견되는 경우, 허위자백임이 밝혀져 진범을 알게되는 경우, 연쇄살인 사건처럼 새로운 피해자가 확인되거나 연결된 범죄사실이 경우에도 검찰은 그 부분에 대한 보완수사를 할 수 없게 된다. 수사가 지연되는 동안 범죄자들은 증거를 인멸하고, 해외로 도피하며, 공범들은 충분히 입을 맞출 것이고, 신고자에 대한 보복범죄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개정안은 검사의 수사권한에서 공직자범죄·선거범죄·방위사업범죄·대형참사 범죄의 수사권을 박탈했다. 공직자범죄, 선거범죄에 대한 수사권 박탈은 부패한 공직자와 권력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고, 방위사업범죄는 검찰, 군검찰, 방위사업청, 안보지원사령부, 경찰, 감사원, 국세청, 금감원 등 범정부적인 합동수사가 필수적인 영역임에도 간단히 삭제해 버렸다. 이제는 삼풍백화점 참사, 광주 붕괴 참사 같은 대형참사가 발생해도 검찰이 수사를 할 수 없게 돼 버렸다.

소위 검수완박 법안에는 범죄자로부터 우리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내용도 없고 피의자의 인권을 보장하는 내용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검찰개혁인가?'라는 자조섞인 한탄이 들려오는 것이다. 범죄자들은 제도가 안착될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는다. 그들은 날이 갈수록 고도로 지능화된 범죄수법을 장착하고 증거인멸, 도피의 기술이 발달하여 쌩쌩 달리고 있다. 오랜 시간 축적돼 온 검찰의 소중한 수사노하우를 사장(死藏)시키고, 수사역량을 꽁꽁 묶어 놓는다면, 범죄자들은 "CATCH ME IF YOU CAN"이라고 외치며 우리 사회 곳곳을 활보할 것이다. 개봉박두. 바야흐로 개정안이 시행되는 2022년 9월 10일 '나쁜 놈들 전성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정지웅 경실련 시민입법위원회 위원장(법률사무소 정 대표변호사)
정지웅 경실련 시민입법위원회 위원장(법률사무소 정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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