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바이든 평택서 '반도체 동맹' 한목소리...韓美 협력 의미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사진=뉴스1(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국 반도체 산업이 새 국면을 맞았다."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에서 첫 만남을 가진 것을 두고 업계서 나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한미 반도체 동맹이 실질적으로 선언되면서 실리 중심으로 움직였던 양국간 산업 지형이 전방위적 협력 노선으로 전환될 것으로 본다. 한국의 제조기술과 미국의 수요가 맞아떨어지면서 서로가 윈윈 효과를 거둘 것이란 전망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가동 중인 주요 시설을 둘러본 뒤 삼성전자가 곧 양산에 들어가는 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 반도체 웨이퍼에 방문 소감을 적었다. 이어진 연설에서는 두 사람 모두가 반도체가 산업에서의 협력 필요성을 언급했다. 사실상의 동맹의 메세지를 전 세계에 알렸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에서는 이날 한미정상의 행보로 양국 간 반도체 산업 협력이 더욱 공고히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협력의 결과는 양측 모두에게 플러스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반도체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미국에게 반도체 제조 강국인 한국은 꼭 잡야야할 대상이다. 바이든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자국 내 반도체 공장 신설을 통한 공급망 재건에 관심을 보여왔다. 여기에는 전세계 반도체 생산력의 75%가 동아시아에 집중돼 있는 분업 체제가 미국의 경제·안보적 취약성을 만들었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전세계 반도체 제조업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37%에서 현재 12%로 떨어졌다.



한국 입장에서도 미국과의 협력은 좋은 선택지란 분석이다. 반도체 산업 종주국인 미국은 막대한 핵심원천기술을 보유한 나라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반도체 장비의 45%를 미국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반도체 원판 위를 정밀하게 깎아내 회로를 만드는 식각 공정 관련 장비 시장에서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램리서치는 넘사벽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날 평택공장 시찰 과정에서도 라인 내 이들 업체의 장비가 소개됐다.

미국에 대형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이 포진해 있는 만큼 고객사 확보 차원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관련해서 바이든 대통령 수행단에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최고경영자)가 함께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퀄컴은 세계 최대 통신칩 팹리스로 파운드리시장에서 큰손 고객으로 통한다.

이광만 제주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서로가 업계에서 강력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지만 각자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라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자율성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미 양국 정부가 경제안보 동맹을 내세우면서 기업들이 일부 시장 진출이나 사업 확대 과정에서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미 반도체 동맹이 향후 '칩4 동맹' 등으로 구체화하면 대척점에 서있는 중국의 대응이 뒤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한국과 일본, 대만 정부에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추진하는 동맹 결성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중국은 한국의 반도체 최대 수출국이다.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공장이 중국 시안에, SK하이닉스 D램 공장이 우시에 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한국의 메모리반도체는 중국 IT(정보통신)기업들에게도 필수적인 제품"이라며 "한국이 미국 중심의 반도체 동맹에 참여해 장비를 받아야 중국 기업들에게도 칩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