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골라 쓰세요"…문턱 낮아진 아토피 치료제

아토피 환자들의 치료제 문턱이 낮아졌다. 주사 투여 방식의 사노피 치료제에 이어 애브비와 일라이릴리의 경구용(먹는) 치료제에도 이달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돼서다. 화이자의 경구 치료제도 급여 적용을 기다리고 있는데다 JW중외제약과 LG화학 등 국내 제약사들의 개발도 진행 중이다. 한때 별다른 치료방법이 없어 민간요법에 기대야만했던 아토피 환자들의 선택지가 갈수록 늘어난다.


2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아토피 치료제인 애브비의 린버크와 일라이 릴리의 올루미언트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기 시작했다.

린버크와 올루미언트의 건보 적용 대상은 3년 이상 증상이 지속되는 만 18세 이상 성인 만성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다. 이들 중 1차 치료제로 국소치료제를 4주 이상 투여했음에도 적절히 조절되지 않고, 이후 전신 면역억제제를 3개월 이상 투여했음에도 반응이 없거나 부작용 등으로 사용할 수 없는 경우 처방시 건보 적용을 받게 된다

두 치료제의 건보 적용 전까지 국내에서 건보 적용을 받은 치료제는 사노피의 듀피젠트가 유일했다. 2020년 1월부터 건보 적용을 받기 시작한 듀피젠트의 급여 대상은 3년 이상 증상이 지속되는 성인 만성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다. 린버크와 올루미언트의 급여 기준과 사실상 같다.

아토피 환자들이 급여 테두리에서 처방받을 치료제 범위가 그만큼 넓어진 셈이다. 린버크와 올루미언트는 원래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야누스 인산화효소(JAK) 억제 계열 약품이다. JAK은 생물학적 기능에 관여하는 다양한 신호를 전달하는 세포 내 신호전달 분자다. 염증성 사이토카인과 혈관신생유발인자, 피부장벽 기능을 담당하는 인자 모두 JAK 신호전달 경로 활성화에 의해 유도돼 이를 조절하면 아토피에도 효과를 낸다. 듀피젠트는 화학합성 의약품인 린버크와 올루미언트와 달리 바이오의약품이다. 아토피 피부염의 주요 유발 원인인 인터루킨-4와 인터루킨-13의 신호 전달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기전(작용방식)이다.


이번달부터 급여 적용된 두 약품은 듀피젠트와 투약 방식도 다르다. 듀피젠트는 피부 아래 지방층에 약물을 주입하는 피하주사형 약품이다. 반면 린버크와 올루미언트는 경구용 알약이다. 듀피젠트도 환자가 직접 집에서 주사할 수 있지만, 린버크와 올루미언트의 복용 편의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린버크와 올루미언트 외에도 건보 적용을 앞둔 아토피 치료제는 더 있다. 지난해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 허가를 받은 화이자의 시빈코는 급여신청을 통해 내년 건보 적용일 받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시빈코 역시 린버크, 올루미언트와 같은 JAK 저해제 계열의 경구용 치료제다.

아직 건보 적용까지는 갈길이 멀지만, 국내 제약사들이 개발중인 치료제도 있다. JW중외제약 (28,800원 ▼1,100 -3.68%)이 덴마크 레오파마에 기술수출한 아토피 신약후보물질 JW1601는 현재 글로벌 임상 2상 단계다. 경구제로 개발중인 JW1601은 히스타민 H4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염증과 가려움증을 억제하는 이중 작용기전을 갖고 있다. LG화학도 경구용 치료제 후보물질 'LC51-0255'의 국내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과민성 면역기능 조절 단백질인 S1P1의 발현을 촉진하는 자가면역 치료제다. 궤양성 대장염을 적응증으로 개발을 시작했으나 지난해 식약처로부터 임상2상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아토피 피부염으로 적응증을 변경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의료현장에서 듀피젠트가 대세였지만 다른 기전의 복용 편의성까지 높인 약품이 보험 적용을 받게된 결과가 추후 실제 처방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건"이라며 "추가 급여 적용 약품도 속속 등장할 것으로 보여 아토피 치료제 처방에 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