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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음 한 음이 숨 막히는 '위로의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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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고금평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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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23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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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21일 6년만에 펼친 곽진언의 솔로 콘서트…느린 창법에서 얻는 깊은 울림

21일 벨로주 홍대에서 6년만의 솔로 콘서트를 펼치는 가수 곽진언. /사진제공=뮤직팜
21일 벨로주 홍대에서 6년만의 솔로 콘서트를 펼치는 가수 곽진언. /사진제공=뮤직팜
가수 곽진언이 공연 시간 오후 6시를 조금 넘기고 무대 앞에 섰다. 무대에는 사람 둘, 악기 둘 뿐이었다. 들릴락 말락 곽진언의 어쿠스틱 기타 소리가 숨죽이듯 4마디 이어지더니, 옆에 나란히 선 피아니스트가 다시 4마디를 추가로 살포시 얹는다.

연주는 느리고 희미했다. 전주가 길어 지루하다 느낄 참에, 곽진언이 '당신은~'하고 첫 음을 내뱉었다. 순간 닭살이 온몸에 퍼졌다. "와"하는 작은 탄식도 반사적으로 튀어나왔다.

대부분의 관객이 말은 안 했지만, 기자처럼 몸을 움츠렸다. 고작 '당신은' 3음절을 읊었을 뿐인데, 그 안엔 수십 가지 상황과 표현이 내포돼 있었다. 힘든 하루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한숨을 털어내는 안도의 기쁨일 수도 있고 방금 헤어진 연인 앞에서 무뚝뚝했던 자신에게 속내 울음을 자극하며 위로를 안기는 내레이션 같기도 했다.

그 무엇이든 그의 첫 3음절은 놀랍고 위대했다. 이 최적의 효과를 위해 음반에도 드러나지 않은 길고 나지막한 8마디 악기 연주를 덧댄 것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앞섰다. 약간은 어설프고 조금은 단순한 이 연주 뒤로 드러난 '당신은'의 의도적(?) 연출은 곽진언 공연의 핵심이기도 했다.

지난 21일 벨로주 홍대에서 열린 곽진언의 소극장 콘서트 'Op.1'은 아무리 느린 속도로 노래해도 듣는 내내 달아오른 열화(熱火)의 감정을 식히지 못할 만큼 빨리 끝나버린, 시간의 역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무대였다.

일본의 위대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류이치 사카모토가 반 박자 느린 템포로 영혼을 잡아 삼키듯, 곽진언도 13곡 모두 비슷하게 느린 템포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박자는 느렸지만, 한 음 한 음에 새긴 숨 막히는 감정의 실타래들이 또렷한 발음에 실리자 심장은 제멋대로 빨라졌다.

2014년 Mnet '슈퍼스타K 6' 우승자 가수 곽진언이 지난 21~22일 벨로주 홍대에서 6년 만에 소극장 콘서트를 열었다. /사진제공=뮤직팜
2014년 Mnet '슈퍼스타K 6' 우승자 가수 곽진언이 지난 21~22일 벨로주 홍대에서 6년 만에 소극장 콘서트를 열었다. /사진제공=뮤직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악기가 절대 목소리라는 선을 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악기 소리가 약하고 느린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누구도 흉내 내기 어려운, 스토리를 품은 보이스가 얼마나 매력적이고 섬세한지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기타는 엄지 살로 긁는 듯 마는 듯한 주법으로, 피아노는 코드 대신 멜로디 연주로 일관하는 방식으로 곽진언 무대의 스타일을 정의하고 완성했다.

음악에서 중요한 리듬 악기인 베이스와 드럼을 두지 않은 것도 리듬에 '맞춰' 틀리지 않게 부르기보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의 변화에 따라 부르는 '서사의 확장'을 고려한 의도로 읽혔다.

4분의 3박자로 시작한 첫 곡 '눈 내리던 날', 곽진언 스스로 가장 댄서블한 곡이라고 평가한 '바라본다면', 그리고 그의 노래 대부분을 결정짓는 느린 4분의 4박자 곡들까지 같은 정서 속에서 다른 결의 음악을 선보이는 능력도 남달랐다. 모든 곡은 그렇고 그런 비슷한 장르의 아류가 아닌, 각자 제 것의 서사로 독야청청 빛날 뿐이다.

무엇보다 그의 소리는, 아니 그의 언어는 열병에 시름하던 우리에게 건네는 미음 같았다. 때론 위로라는 우의로 우리 위로 쏟아지는 비와 바람을 막아주는 방패막이고 때론 가장 낮은 자세로 내 슬픔에 반응하는 신우(信友)다.

곽진언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그의 음악은 음반보다 라이브가 100배 낫다. 설명하지 않고 느낄 수밖에 없는 감정의 근육들이 생생하게 살아 숨쉬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클래식 음악의 작품 번호처럼 콘서트 제목을 'Op'(출판된 순서로 매겨지는 번호)로 명명한 것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매력의 일련번호라는 점에서 불가피한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당신은 혹시 내가 필요하지 않나요/~" 첫 곡 '눈 내리던 날'의 가사처럼, '당신은'의 3음절이 준 충격처럼 '우리는 정말 당신이 필요합니다'로 화답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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