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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지금은 '그랭이질'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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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26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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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학 대표
이윤학 대표
전북 부안에 있는 내소사에 가면 봉래루라는 누각이 있다. 그냥 소박하고 수수한 사찰의 누각인데 가만히 보면 누각의 기둥이 마치 주춧돌 속에 박힌 형상이다. 그런데 이건 착시다. 자연석 위에 정교하게 다듬고 깎아서 박혀 있는 듯 보일 뿐이다. 사실 우리나라 전통 건축물에 주춧돌을 깔고 기둥을 세우는 방식에는 주춧돌을 정교하게 다듬고 수평을 잘 맞춰 그 위에 기둥을 세우는 방식과 원래 모양 그대로의 바위를 가져와 기둥을 세우는 '덤벙주초' 방식이 있다. 봉래루는 덤벙주초 방식이어서 주춧돌에 기둥이 박혀 있는 듯 보이는 것이다. 자연석을 그대로 가져다 쓰니 기둥과 주춧돌의 표면이 서로 맞지 않아 이를 딱 맞게 다듬어야 하는데 이를 '그랭이질'이라고 한다. 그랭이질을 해서 주춧돌과 기둥을 서로 잘 맞물리면 오히려 안전하다. 덤벙주초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는 매우 독톡한 건축양식으로 인위적으로 주춧돌을 깎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석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우리 선조들의 자연순응적인 삶을 느끼게 한다

아프리카의 쇼나(Shona)조각에서도 이런 자연순응적인 예술의 경지를 만날 수 있다. 쇼나조각은 짐바브웨의 조각공동체 '텡게넨게'에서 태동해 현대조각의 한 축으로 자리잡은 제3세계 미술이다. 쇼나는 짐바브웨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부족이름으로 기원전부터 독특한 석조문명을 이뤄왔다고 한다. 쇼나조각의 특징은 서양 조각작품과 달리 작품구상을 먼저 한 후 재료를 고르지 않는다. 돌멩이의 원형을 훼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고 사색해 영감을 얻고 정과 망치 등 전통적 도구만을 사용해 영혼을 불어넣는 자연의 조각품을 만든다. 그래서 쇼나조각을 '아프리카의 영혼'이라고도 한다.

세상살이에서 가장 쉬운 듯 어려운 일이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돌은 반듯하지 않다. 덤벙주초는 원래 바위 모습 그대로 '덤벙덤벙' 쓰지만 그랭이질을 하면서 맞춰가는 것이다. 쇼나조각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서 사색하고 영혼을 불어넣는 것이다.

시장이 어렵다. 원자재가격이 오르고 물가도 뛰고 있다. 사실 자본시장은 그리 합리적이지 않다. 루카스가 주장한 '합리적 기대가설'은 이젠 교과서 속 유물이 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 투자행위는 '졸렌'(Sollen, 당위)이 아니라 '자인'(Sein, 실재)이 돼야 한다. 마땅히 그러해야 한다는 당위를 가지고 시장에 접근하면 백전백패다. 철저히 실재(實在)로 무장하고 시장에 순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시장만이 유일한 정답이다. 올해 초 대부분 전문가는 주가지수가 3000 이상에서 머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지금은 2600선도 무너졌다. 미국 나스닥의 경우 고점 대비 주가가 반토막난 기업이 40%를 넘어섰고 이익을 내지 못하는 테크기업 주가는 평균 70% 이상 급락했다.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지금보다 주가가 더 많이 하락한 국면과 비교해볼 때 미국 증시는 밸류에이션상 PER 조정이 거의 마무리돼간다. 그러나 바닥국면의 진입이라는 말이 저점을 확인하고 반등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 과정에서 공포스러운 순간은 언제든 더 나올 수 있다. 예측이나 예단은 금물이다. 다만 추세가 다시 상승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를 준비해야 한다. 지금은 그렝이질을 할 때다. 시장만이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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