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자녀들 모두 상속포기…5.18 단체 "손자까지 책임 안 묻겠다"

머니투데이

차현아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망한 23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전광판에 전 전 대통령의 사진이 나오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의 자녀는 물론 손자녀들까지 모두 유산상속을 포기한다. 이에 전씨의 회고록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5.18 단체들은 상속자인 부인 이순자 씨와 회고록을 발행한 아들 전재국씨만 대상으로 소송을 이어갈 계획이다.

광주고법 제2민사부(재판장 최인규)는 25일 5월 단체와 고 조비오 신부의 조카인 김영대 신부가 전씨와 아들 전재국씨를 상대로 낸 회고록 관련 소송 항소심 마지막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변론기일은 회고록 저자인 전씨의 사망 이후 소송 승계절차를 위한 재판으로 진행됐다.

발행인인 아들 재국씨 대상 소송은 상속 문제와 상관없이 그대로 유지되며 전씨의 소송 승계는 부인인 이순자씨가 단독으로 상속하게 됐다.

민법에 따르면 배우자인 이순자씨는 1순위 상속자인 자녀 네 명과 같은 자격으로 상속을 받게 된다. 만약 자녀 네 명이 전씨의 상속을 포기하게 되면 후순위자인 손자녀들이 이순자씨와 함께 상속을 받게 된다. 손자녀들이 재산은 물론 소송까지 물려받게 되는 것이다. 이에 전씨 측 법률 대리인은 "손자녀들도 상속 포기 절차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5.18 단체 등 변호인은 "이 소송은 전씨가 5.18과 관련해 허위 주장을 하고 당사자 명예를 훼손한 역사적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라며 "재판 지연을 막기 위해서라도 부인 이씨의 상속 지분에 대해서만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전두환씨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 등으로 표현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1심에서는 2018년 북한군 개입, 헬기 사격, 계엄군 총기 사용, 광주교도소 습격 등 전씨의 회고록에 기술된 23가지 주장을 객관적인 근거가 없는 허위사실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