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밀 유출 현직 판사...헌재 "검찰 기소유예 처분 취소"

머니투데이

이세연 기자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이 지난 2020년 9월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0.09.18.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과 공모해 법원 내부 수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현직 판사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26일 A판사가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검찰을 상대로 청구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A판사는 2016년 10월경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과 공모해 서부지법 소속 집행관사무소 사무원들의 비리에 대한 수사 상황과 영장 정보 등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2021년 3월 A판사를 공무상비밀누설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했다. 기소유예는 범죄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피의자의 나이나 성향, 정황 등을 참작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처분이다.

A판사는 "수사 상황을 임 전 차장에게 보고한 행위가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임 전 차장 역시 관련 수사 정보를 취득할 지위나 자격이 있다는 주장이다.

헌재는 A판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헌재는 "임 전 차장은 A판사로부터 집행관사무원 비리 사건에 관한 정보를 전달받을 수 있는 지위나 자격이 있었다"면서 "보고서를 받은 임 전 차장이 대책 수립 외에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고 볼 만한 별다른 증거가 없다"고 했다.

이어 "해당 사건은 징계·실태조사·대책 수립 등 조치가 필요한 사안이었으므로 A판사가 법원행정처에 보고할 필요가 있었다"면서 "사법행정사무의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를 현저히 벗어난 정보를 전달하거나 본래의 목적과 관련 없는 정보를 제공했다는 등의 사정을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법원장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