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연쇄살인' 강윤성, 국민참여재판서 무기징역 선고

전자발찌를 끊고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윤성이 지난해 9월7일 오전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스1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여성 2명을 살해하는 등의 혐의로 기소된 강윤성(57)이 국민참여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이종채)는 26일 강도살인, 살인, 사기, 공무집행방해, 전자장치부착등에관한법률위반,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7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강윤성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배심원들은 강도살인 범행에 대해 계획적인 살인이라는 의견이 다수였고 (두 번째로 이뤄진) 살인에 대해서는 우발적이라는 의견이 다수였다"며 "배심원의 양형 의견은 사형이 3명, 무기징역형이 6명이었다"고 했다.

이어 "사람의 생명은 무엇보다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하고 절대적 가치"라며 "피고인은 누범 기간 중임에도 채무 변제를 독촉 받아 경제적 곤궁에 처하자 첫 번째 살인 피해자를 목 졸라 살해하고 방치했으며 두 번째 살인 피해자도 살해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사형은 인간의 생존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냉엄한 형이며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며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잘못을 뉘우치는 점, 두 번째 살인 피해자에 대한 범행은 우발적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사형을 정당화할 수 있을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전과 14범인 강윤성은 특수강제추행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가출소한 지 3개월여만인 지난해 8월 금전 목적으로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강윤성은 범행 이후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하다가 지난해 8월29일 서울 송파경찰서를 찾아 자수했다.

강윤성은 첫 번째 살인 피해자의 신용카드를 훔쳐 휴대전화 기기를 596만원어치 구매한 혐의도 받는다. 구속 수사를 받는 도중에 송파경찰서 유치장에서 경찰관의 목을 조르는 등 소란을 피운 혐의도 있다.

강윤성이 첫 번째 살인 범행 당일인 지난해 8월26일 오후 3시57분쯤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철물점에서 공업용 절단기를 구입하는 모습. /사진=뉴스1

강윤성은 이날 하얗게 센 머리에 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했다. 재판 내내 고개를 푹 숙이고 눈을 감은 모습이었다. 재판부가 발언 기회를 주자 코를 훌쩍이고 몸을 들썩이며 울먹였다. 검사가 공소사실을 낭독한 이후에는 20여 분간 안경을 쓰고 증거기록을 넘겨가며 스스로를 변호하기도 했다.

검찰은 강윤성이 범행 당일 오전 차량을 빌리고 식칼과 절단기를 구매한 점을 토대로 볼 때 계획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무기징역도 피고인을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시키는 형벌이지만 가석방이 가능하다"며 "피고인은 무고한 여러 사람의 생명을 빼앗았고 다시 석방되는 경우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어 엄중한 형벌을 내려야 한다"면서 사형을 구형했다.

강윤성 측 변호인은 최후진술에서 "현재 대한민국에서 사형은 극히 예외적이고 신중하게 선택하고 있다"며 "양형은 배심원 개개인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해야겠지만 비슷한 유형의 사건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강윤성은 최후진술에서 "고인이 되신 피해자분과 유가족분들께 깊이 사죄드린다"면서도 "지금까지 나를 믿어주고 사랑해 준 단 한 사람만 있었어도 이 자리에 있지는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죽을 때까지 올바른 신앙생활을 하며 참회하고 열심히 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