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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중소기업 사장으로 34년, 남겨진 빚만 25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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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인(경기)=이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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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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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납품할수록 적자, 중기의 비명①한국박스산업협동조합 황창성 이사장 인터뷰

[편집자주] 원자재 가격은 폭등했는데 중소기업의 대기업 납품단가는 변동이 없다. 이를 고스란히 중소기업이 떠안는 동안 주요 대기업은 지난해 역대급 성장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빈사 상태다. '제발 원자재 가격 인상분이라도 쳐달라'는 게 중소기업의 호소다.
경기 용인시 원미포장 전경./사진=이재윤 기자
경기 용인시 원미포장 전경./사진=이재윤 기자
"34년째 박스만 만들었는데 남는 건 빚 뿐이네요. 부채가 25억원 정도 되는데 1~2년 사이에 5억원이 늘었습니다. 원자재 가격은 폭등했는데 납품단가는 그대로이니 방법이 있나요. 어떻게든 공장을 돌려야 하는데 자재대금은 하루만 늦게 입금해도 거래 등급이 떨어지고 단가가 올라가 버려요. 직원들 월급 주고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면 어쩔 수 없죠."

황청성(66, 원미포장 대표) 한국박스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의 하소연이다. 그는 1988년 창업해 소위 '종잇밥'을 30년 넘게 먹고 있다. 그런 그에게 최근의 원자재 가격 상승이 '전례가 없는 수준'이다. 그의 회사는 자동차 부품용 박스를 중견·대기업에 공급해 연매출 20억~30억원 가량을 올리는 알짜기업이었다. 그런 회사가 지금 생존의 기로에 섰다.

[르포]"중소기업 사장으로 34년, 남겨진 빚만 25억원"
박스업계는 제조·유통구조상 원자재 가격 인상에 민감한 업종이다. 하지만 납품단가 결정권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원재자 비중이 40~50%에 달하고 중견·대기업(제지·골판지업체)으로부터 원자재를 사서 제품을 사용하는 다른 중견·대기업에 공급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원자재 구입과 납품과정에서 이른바 '이중갑질'을 당한다. 박스업계가 자조적으로 '제지업계 머슴'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이처럼 원자재 가격을 '통보'받지만 납품단가를 올려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환경부 자원순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골판지(박스) 가격은 2019년 12월 1㎏당 58.5원에서 올해 1월 149.1원으로 2.5배 가량 상승했다. 황 이사장의 회사는 이 기간 한 차례도 납품단가를 못 높였다.

황 이사장은 "1년 사이에 원자재 가격을 3번 올렸지만 단 한 번도 미리 말해 주지 않았다"며 "팩스 한 장 보내고 끝"이라고 했다. 30년 넘게 이어 온 관행이다. "이유를 물어도 자세한 대답은 해 주지 않는다"고 했다. A사의 경우 거래업체를 3등급으로 나눠 공급단가나 결제일을 달리하고, 심기를 건드리면 등급을 떨어 뜨려 공급을 안 하기도 한다고 했다.

납품단가를 올려 받는 일 역시 쉽지 않다. 그는 "납품단가를 더 달라고 해도 보통 3~6개월은 끌다 올리거나 아예 거래를 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제품을 만들어놓고도 납품업체가 요구한 날짜까지 보관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창고비용까지 하청업체에서 감당해야 하는 셈이다.

황 이사장이 납품단가 연동제를 주장하는 배경이다. "상생협력법 등도 있지만 원·하청 관계의 현실을 고려할 때 무용지물"이라고 했다. 납품단가 연동제를 하되 가장 시급한 것은 표준 계약서와 안내문을 첨부하는 방식이다. 나아가 납품단가 연동제를 불이행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했다. 제재수단이 없으면 역시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황청성(원미포장 대표) 한국박스산업협동조합 이사장./사진=이재윤 기자
황청성(원미포장 대표) 한국박스산업협동조합 이사장./사진=이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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