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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해방일지' , 구씨와 손석구는 추앙을 요구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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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준호(칼럼니스트) ize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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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2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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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씨의 직업을 호스트바 마담으로 설정한 박해영 작가의 의도는?

사진제공=스튜디오피닉스, 초록뱀미디어, SLL
사진제공=스튜디오피닉스, 초록뱀미디어, SLL
종합편성채널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극본 박해영, 연출 김석윤)의 주인공 구씨(손석구)의 직업을 두고 시끌시끌하다. 베일에 싸였던 그의 직업은 바로 호스트 마담이었다. ‘나의 해방일지’는 픽션(fiction) 드라마다. 작가의 상상에 따라 어떤 설정도 가능하다. 분명 말할 수 없는 과거사를 가진 인물일 것 같았던 구씨의 직업은 무엇이든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적잖은 시청자들이 "왜 하필 호스트바 마담이냐"는 푸념을 늘어놓고 있다. 왜일까?


#왜 대중은 구씨의 이 직업을 거부할까?


‘나의 해방일지’의 인기는 구씨의 직업을 추측하는 일종의 게임과 같은 형태를 보였다. 극 중 염미정(김지원) 가족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 역시 구씨의 직업에 관심을 가졌다. 그의 거친 외모와 눈빛, 그리고 신분을 숨기는 듯한 뉘앙스에서는 "숨어 사는 조직 폭력배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고, 염미정의 날아간 모자를 가져오기 오기 위해 엄청난 도움닫기와 함께 날아올랐을 때는 "멀리뛰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일 것"이라는 호기심이 꼬리를 물었다. 극 중에서는 구씨 성을 가진 멀리뛰기 선수를 검색해보기까지 했다.


"옛날에 뭐했어요""라고 묻는 염미정과 시청자들의 구씨를 향한 ‘관심’의 또 다른 이름은 무엇일까? 이는 바로 작가가 이 드라마에서 제시한 주요 키워드인 ‘추앙’이다. 추앙(推仰), ‘높이 받들어 우러러봄’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다. 염미정은 "할 일 줘요? 술 말고 할 일 줘요? 날 추앙해요. 난 한 번은 채워지고 싶어.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라며 "사랑으론 안 돼. 추앙해요"라고 강조한다. 이 날 이후 구씨는 염미정을 추앙하기 시작하고, 염미정 역시 구씨를 추앙하며 서로에게 의미있는 대상이 되어 간다. 그 과정에서 시청자들 역시 구씨를 추앙하기 시작한다.


사진제공=스튜디오피닉스, 초록뱀미디어, SLL
사진제공=스튜디오피닉스, 초록뱀미디어, SLL


구씨와 더불어 그를 연기한 배우 손석구의 인기까지 천정부지 솟는 현상이 빚어졌다. "조직폭력배면 어때"라는 반응도 적잖았다. 그 정도는 인정해줄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었으리라. 그렇기 때문에 호스트바 마담이라는 그의 과거 역시 껴안을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왜 하필 호스트바 마담이어야만 했냐?"는 반발 역시 거세다. 왜일까?


이는 호스트바 마담이라는 직업이 대중에게 주는 어감과 인식을 정확히 포착한 박해영 작가의 ‘한 수’라 할 수 있다. 구씨는 염세적인 사람이다. 속을 알 수 없고 다가가기 쉽지 않다. 그만큼 쉽게 마음을 열지도, 곁을 내주지도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보니 은근히 주변 사람을 챙기고 숨겨둔 재주도 많다. 상대방을 구속하지도 않고,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묵묵히 곁을 지킨다. 스스로도 역시 비가 오면 비를 맞고, 소주 딱 두 병에 만족한다. 어떤 과거를 가졌건, 지금의 구씨는 이 동네 사람들에게 무해한 존재다. 이 드라마의 제목이 가진 ‘해방’에 아주 적합한 인물로 보였다.


하지만 호스트바 마담은 어떤 직업인가?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인간 장사’를 하는 사람이다. 인간을 성적 대상화하는 동시에, 이성에 대한 감정을 돈으로 사고파는 부류다. 해방과 가장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더욱이 추앙의 대상이 되긴 어렵다. 그러니 그동안 그를 추앙하던 시청자 입장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벽을 만난 셈이다.


#왜 박해영 작가는 이같은 직업을 설정했을까?


여기서 궁금한 건 박해영 작가의 속내다. 수많은 직업군 중 왜 하필 호스트바 마담이었을까? 그동안 그의 작품 세계와 ‘나의 해방일지’의 통찰력을 곱씹어왔을 때, 구씨의 직업이 공개되면서 벌어질 후폭풍을 내다보지 못했을 리 없다. 이건 분명 의도된 배치로 읽힌다. 다시 한번, 그렇다면 왜일까?


이는 결국 염미정을 비롯해 시청자들이 해방을 원하면서도 스스로 구속받으러 걸어들어가는 성향을 보이는 것에 대한 일침이라 할 수 있다. 극 중 구씨는 무엇도 한 적이 없다. 누군가의 긍정적 관계 설정을 위해 노력한 적도 없고, 자신을 꾸미려 한 적도 없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오히려 상대가 다가오는 것을 꺼린다. 쉽게 표현하자면 일종의 ‘신비주의’였다.


사진제공=스튜디오피닉스, 초록뱀미디어, SLL
사진제공=스튜디오피닉스, 초록뱀미디어, SLL


그렇다면 그 신비함은 누가 만들었을까? 적어도 구씨는 아니다. 주변부다. 그의 허름한 반바지와 티셔츠 밖으로 보이는 건장한 신체, 엄청난 멀리뛰기 능력, 말수는 적지만 우직해보이는 모습을 보면서 지레짐작 그를 좋은 사람으로 포장했다 . 이는 대중 역시 마찬가지다. 구씨는, 그를 연기한 손석구는 "인기를, 사랑을 달라"고 한 적이 없다.


결국 해방과 반대되는 구속은 외부적 요인에 의해서도 만들어지지만 스스로 만든 함정일 때가 있다. 무언가를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할 일도 적은 법인데, 많은 이들이 이 기대감을 갖고 누군가에게 다가간다. 염미정이 "할 일을 주겠다"며 "나를 추앙하라"고 한 것 역시 먼저 관심을 표했다고 할 수 있다. 구씨는 이에 따랐을 따름이다.


결국 시청자들은 호스트바 마담이라는 구씨의 직업에 적잖은 실망감을 느꼈다. 스스로 만들어놓은 기대감이 무너지는 경험을 한 셈이다. 또 몇몇은 "호스트바 마담이면 어떴나"며 "그래도 좋다"고 말한다. 어차피 구씨는 드라마 속 인물이니까. 그런데 만약 내가 현실 속에서 호감을 가졌던 인물이 과거 호스트바 혹은 호스티스바 마담이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많은 이들은 자신이 만들어놓은 판타지 속에서 살아간다. 판판이 그 판타지가 깨지면서도 또 몽상을 한다. 그래야 잠시나마 행복하니까. ‘나의 해방일지’ 역시 다르지 않다. 구씨의 판타지가 깨지고, 이 드라마가 끝나면 많은 이들이 또 다른 드라마와 캐릭터를 향해 부나방처럼 달려갈 거다. 정말 해방이 되고 싶다고? 그렇다면 스스로 만드는 구속에서 벗어나는 것이 먼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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