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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목숨 걸고"…거칠어진 한마디, 어쩌다 나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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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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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28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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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의 재계쇄담]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핸드프린팅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핸드프린팅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사진기자단
"목숨 걸고 하는 겁니다. 숫자는 모르겠고 앞만 보고 가는 거예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입에서 지난 25일 이런 말이 나왔을 때 적잖은 사람이 놀랐다. 관용적이고 수사적인 표현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이 부회장의 평소 대외 언행에 비춰볼 때 상당히 이재용스럽지 않게 거칠고 직설적인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 부회장의 메시지는 적어도 대외적으로는, 꽤나 정제된 수사였다.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보고 오니 마음이 무겁다"(2021년 11월 미국 출장 귀국길), "과거의 실적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2020년 신년사)처럼 위기를 경계하고 속도를 독려할 때조차 다듬어지고 압축된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 정돈된 메시지가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 이 말이야"로 1등 삼성을 밀어붙였던 이건희 회장에 비해 신중함에 기운 듯한 이재용 시대의 삼성을 만들어온 것도 사실이다. (영국 유력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지난해 10월 보도에서 이 부회장이 그동안 내비쳤던 신중함보다 좀더 거침없는 면모를 보여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적이 있다.)

이재용의 "목숨 걸고"…거칠어진 한마디, 어쩌다 나왔나

그런 그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중소기업인대회에 참석하기 전 취재진에게 꺼낸 "목숨 걸고"는 준비된 멘트라기보다는 그동안 참아왔던 육성을 솔직하게 드러낸 속내라는 게 이 부회장을 가까이에서 지켜봐온 이들의 평가다.

취재진의 이날 질문은 삼성이 전날 발표한 5년 동안 450조원 투자의 의미에 관한 것이었다. 연간 100조원에 가까운 삼성의 투자 계획은 삼성을 필두로 잇따라 투자 계획을 내놓은 대기업 가운데 SK(247조원)·현대차(63조원)·LG(106조원)·롯데그룹(37조원) 등 나머지 5대 그룹의 전체 투자액과 맞먹는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시설투자(48조2000억원)와 연구개발투자(22조6000억원) 합계(총 70조8000억원)보다도 매년 20조원을 더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말이 20조원 추가지 삼성이라고 해도 조 단위 투자를 이만큼이나 추가하는 게 쉬울 리 없다. 100억원, 200억원에도 기업의 생사가 요동치는 현실에서 '연간 투자 20조원 더'가 뜻하는 리스크가 작을 수 없다. 판돈이 커지면 리스크가 곱절로 늘어나는 건 투자판의 진리다. '삼성이 설마 실패하겠어'라는 신화적인 믿음이 불변의 공식이 아니라는 것은 소니, 노키아, 야후 등 최근 20년의 글로벌 기업 흥망성쇠에서도 확인된다.

삼성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이만한 자금을 쏟아붓는 데 대한 이 부회장의 고민이 '목숨 걸고'로 튀어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 이재용의 각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시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시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재계에서는 기업이 투자 계획을 공개한다는 것 자체가 리스크라는 얘기도 나온다. 내뱉은 말은 회수할 수도 없지만 시장과 경쟁업체에 던지는 여파가 적잖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누가 언제, 얼마나, 어떻게 투자하느냐를 두고 전쟁 수준의 첩보전이 난무하는 글로벌 경쟁체제에서 내부 기밀이나 다름없는 투자 계획을 공표한다는 건 기업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이라며 "그만큼 각오가 남다르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삼성이 처한 상황은 위기론으로 '초격차'를 독려하던 시절의 감성과도 또 다르다. 좀처럼 '6만전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주식시장의 온라인 투자자 토론방만 훑어봐도 현재 진행형의 삼성 위기론이 넘실댄다. 핵심경쟁력인 메모리반도체에서 미세공정의 물리적 한계가 가까워지면서 후발주자와의 기술 격차가 줄어드는 반면,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주의 심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급격한 시장 변화 등 외부 여건도 녹록지 않다.

삼성 내부에서도 "어쩌면 오늘이 삼성의 전성기일까 두렵다"는 얘기가 고개를 드는 이유다. 지난달 자신을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입사 4년차라고 밝힌 엔지니어는 "위기라는 이야기를 꽤나 많이 들어왔지만 그 어떤 때보다도 지금 이 순간이 위태롭다고 여겨지는 요즘"이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이메일을 이 부회장에게 보냈다.

삼성의 투자 발표를 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전후 미국 현지 투자 발표에 따른 미묘한 여론을 의식한 물타기라거나 새 정부의 민간 주도 경제정책에 대한 눈치보기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감할 부분이 없진 않지만 이런 분석이 자칫 간과할 수 있는 지점은 투자는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에서 어떤 식으로든 결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건 일차적으로는 삼성과 이 부회장이고 그 다음은 우리 경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긴축 쇼크가 한창일 때 나온 선제 투자는 말 그대로 '목숨을 건 승부수'"라고 말했다. 누구도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 역사적 기로에서 우리 경제가 다시 변곡점에 선 셈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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