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로켓배송'서 돈 벌었다…쿠팡, '멤버십 인상'으로 흑자 속도

10일(현지시간) 뉴욕 월스트리트 심장부에 휘날리는 태극기. 쿠팡의 상장을 앞두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건물에 쿠팡의 로고와 함께 태극기가 게양돼있다. 2021.03.10

쿠팡이 다음달부터 기존 와우 멤버십 회원에게도 인상된 요금을 적용한다. 흑자 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해 수익화 개선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쿠팡은 이번 요금 인상으로 매달 188억원, 연간 2257억원의 수입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다음달 10일부터 와우 멤버십 기존회원 대상 이용 요금을 월 2900원에서 4990원으로 변경, 72% 인상한다. 지난해 12월 말 신규회원 대상 와우 멤버십 요금을 4990원으로 올린 데 이어 기존 회원들에게도 동일한 요금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번 멤버십 가격 인상은 수익성 개선 노력의 일부다. 창사 이래 흑자를 기록한 적 없는 쿠팡은 최근 꾸준히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 묻지마 환불 정책을 변경한 것도 마찬가지다. 본래 와우 회원이라면 로켓배송 상품을 30일 이내 조건 없이 무료 반품해줬지만, 지난 3월부터 포장이 훼손됐거나 라벨이 없는 상품은 교환·반품이 불가능하다고 공지했다.

실제 올 1분기 쿠팡 실적은 수익성에 의구심을 품던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계기가 됐다. 올 1분기 쿠팡은 51억1668만달러의 매출을 냈다. 올 1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인 1205원을 기준으로 하면 약 6조1653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21.6% 늘어난 것으로 종전 역대 분기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 같은 기간 영업적자는 2억6731만달러에서 2억570만달러(약 2478억원)로 23.0% 줄었다. 순손실은 2억9503만달러에서 2억929만달러(약 2521억원)로 29.1% 감소했다. 특히 로켓배송과 로켓프레시 등 쿠팡의 핵심 사업인 제품 커머스 부문 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전 이익)는 287만달러(약 34억원)로 첫 흑자를 냈다. 핵심 사업인 로켓배송 사업에서 돈을 벌고 있다는 뜻이다.
김범석 의장은 실적 발표와 함께 연 콘퍼런스콜에서 "각종 프로세스 개선과 자동화, 공급망 최적화를 통해 이런 실적을 낼 수 있었다"며 "제품 커머스 부문에서 흑자가 정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 속 쿠팡이 멤버십 가격을 올릴 경우 인상분인 2090원을 적용하면 한 달에 188억원(900만명x2090원), 연간 2257억원에 달하는 수익 증대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로켓와우 회원 수는 약 900만명이다. 일각에선 멤버십 요금 인상으로 회원 이탈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지만 반면 쿠팡은 다양한 멤버십 혜택으로 락인(Lock-in·자물쇠) 효과를 구현한 만큼 이탈 우려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쿠팡 멤버십 인상에 대한 온라인에서의 여론도 유사하다. '무료 반품의 혜택을 포기할 수 없다', '쿠팡플레이만 챙겨도 본전은 뽑는다' 등 멤버십을 유지하겠단 여론이 우세하다. 한 e커머스 관계자는 "쿠팡 와우 멤버십 인상 소식에 주로 '그동안 멤버십 가격이 너무 쌌다'거나 '요금 인상이라기보단 요금 현실화' 등의 여론이 주를 이뤘기 때문에 회원 이탈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e커머스 관계자도 "네이버멤버십, 스마일멤버십 등 다른 e커머스들도 멤버십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지만 쿠팡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무료배송 뿐만 아니라 쿠팡플레이 등의 추가 서비스가 있기 때문에 쿠팡 와우 멤버십 가입자가 꾸준히 늘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EBITDA 기준으로 유통 사업 부문이 처음으로 흑자전환했다"며 현재 쿠팡의 유통 사업에서 영업손실은 현금흐름과 무관한 감가상각비가 대부분이며, 영업손실 증가는 신규사업(쿠팡이츠·OTT·페이·글로벌)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멤버십 가격 인상으로 올 3분기에는 500억원 내외의 이익 개선이 가능하다"며 "3자거래 비중 상승의 경우 추가 비용 없이 수수료만 매출과 이익으로 계상되기 때문에 수익성 개선의 핵심 요인"이라고 짚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멤버십 요금 인상으로 이탈하는 회원이 일부 있겠지만 수익성 증진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한편 와우 멤버십 가입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900만명으로 2020년(600만명) 대비 50% 증가했다. 와우 멤버십에 가입하면 쿠팡플레이, 로켓프레시 새벽배송, 무료반품 서비스 등 12가지 혜택을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