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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넛크래커 속 중소기업과 삼성전자의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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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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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30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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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넛크래커/사진=이미지투데이
넛크래커/사진=이미지투데이
넛크래커(nut-cracker)는 흔히 아는 호두까기 도구다. 악력기처럼 위아래로 압력을 주면 안에 있는 호두는 쉽게 부서진다. 그동안 넛크래커는 한국 경제를 설명할 때 자주 등장했다. 기술력이 뛰어난 선진국과 인건비가 저렴한 개발도상국 사이에서 생존해야 하는 한국을 표현하는데 쓰였다.

최근에는 중소기업의 현실을 이야기할 때 자주 인용된다. 대기업 사이에서 자본의 논리에 밀려 합리적인 거래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빗대 '넛크래커 속 호두 신세'라고 표현한다. 이런 중소기업의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일례로 탄산음료가 생산되는 과정을 보면 대기업인 정유사가 나프타 부산물로 만든 탄산을 가져다 중소기업이 가공·압축해 다시 식품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 판매한다. 지난 4월부터 정유사의 일정에 따라 탄산 수급이 급감했지만 식품기업은 계약을 이유로 안정된 공급을 요구하면서 중소기업이 곤란한 상황에 놓여있다.

돈의 영역으로 진입하면 더 각박해진다. 교섭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안정된 수급통로 유지를 위해 원자재는 비싸게 구매하지만 가공해서 대기업에 팔 때는 원가상승분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예컨대 창호·커튼월 중소기업계는 프레임 주재료인 알루미늄 가격이 1년새 2배 올랐어도 건설 대기업과의 계약기간이 1~3년이다보니 원가인상분을 떠안고 있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 원자재가격 상승분을 납품가에 모두 포함시킨다는 중소제조업은 4.2%에 불과하다. 한푼도 올리지 못하는 곳이 절반이나 된다.

그래서 등장한게 납품단가 연동제다. 원재료 가격이 오를 때 대금을 연동시켜 올려주도록 하는 제도다. MB정부 때 법제화를 추진했지만 시장경제 원칙에 반하고, 해외 아웃소싱이 늘어 국내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반대에 밀려 의무가 아닌 협의사항으로 결론났다. 구속력이 없는 제도가 활성화될 리 만무했다.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 연동제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얘길 들어본 적이 없다. 철저한 을(乙)에 놓여있는 중소기업이 강한 구매력을 가진 대기업을 상대로 이의를 제기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가운데 중소기업이 모범사례라며 추앙하는 대기업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삼성전자다. 자체적으로 1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철판 등 원자재 가격 변동시 변동분을 부품단가에 반영한다. 2018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16.4% 급등했을 땐 2020년까지 4500억원을 풀어 거래처를 지원했고, 기술을 갖고있지만 상용화하지 않은 보유특허 8000건을 중소 협력사에 개방하기도 했다. 2019년 창립 50주년 땐 그룹비전을 '동행'으로 삼았을 정도다.

이외에도 현대자동차는 협력사와의 거래에서 알루미늄 등에 대해 국제가격 연동제를 실시하고 있고, 삼성엔지니어링은 아예 원자재를 직접 구매해 협력사에 지급하기도 한다. 강제로 규제하지 않더라도 대기업의 자율의지가 산업생태계를 바꿀 수 있단 얘기다. 문제는 자율성을 강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여전히 많은 대기업들은 하청기업의 고혈을 짜내 이익을 늘리는 방식을 선호한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납품단가에 의무적으로 적용하는 연동제 도입이 무르익은 데는 '실천없는 상생'에서 비롯됐는지 모른다. 연동제 도입 여부와 무관하게 대기업에 상생문화가 확산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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