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 공방', 지방선거 최대 이슈로… 與 '총공세', 野 '혼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왼쪽),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가 27일 김포시 고촌읍 아라 김포여객터미널 아라마린센터 앞 수변광장에서 열린 김포공항 이전 수도권 서부 대개발 정책협약 기자회견에서 정책협약서에 서명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6·1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띄운 김포공항 이전 공약 논란이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국민의힘은 해당 공약의 비현실성, 제주관광 악영향 등을 지적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민주당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면서 당내 혼란이 번지고 있다. 이 위원장은 반대 주장을 정치적 선동으로 규정하며 공약 이행을 고수했다.


김포공항 모인 오세훈·김은혜 "이재명·송영길, 국민 농락… 심판해야"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김은혜 경기도지사 후보가 30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강남역에서 출근길 유세 도중 손을 맞잡고 있다. 2022.5.30/뉴스1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김은혜 경기지사 후보, 허향진 제주지사 후보, 부상일 제주을 국회의원 후보 등은 30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3층 출발장 앞에서 '김포공항 이전 관련 공동대응 협약식'을 가졌다.

오세훈 후보는 "김포공항 폐쇄 이슈에 모든 게 함몰돼서 더이상 민생과 관련된 중요한 본질적 토론이 사라지고 이 이슈 하나로 투표장에 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는 것 자체가 가장 큰 문제"라며 "투표를 3, 4일 남기고 나온 이 공약이 대한민국 미래에 그렇게 중요한 공약이냐? 얼마나 준비했는지 (이재명, 송영길 후보에게) 밝히라고 묻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요한 공약을 전혀 숙성 과정 없이 막 던져놓고 의견을 모으자는 분들이 민주당 대선후보와 당대표였다. 서글픈 현실을 서울시민, 경기도민, 인천시민, 제주시민 등 국민께서 엄중히 지켜본다"며 "정치를 바라보는 눈, 국민에 대한 마음가짐을 바로잡아서 두 분을 좀 더 겸손한 정치인으로 만들어주실 것을 유권자들께 호소드린다"고 강조했다.

김은혜 후보는 경쟁자인 김동연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에게 날을 세웠다. 김 후보는 "이 후보의 김포공항 이전 공약은 경기도민의 이익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김 후보는 출마로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김 후보의 선택은 이재명이냐, 1400만 경기도민이냐"고 말했다. 이어 "말도 안 되는 국민 농락 행태는 지방선거에서 심판받아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 이재명 "모자라거나 악의적 선동"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간사. /사진=뉴스1.

당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전날 오영훈 제주지사 후보와 제주도당이 공개적으로 김포공항 이전 공약 철회를 요구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조응천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대선 당시 송영길 대표가 무지하게 밀었고 이재명 후보도 상당히 관심이 있었다"며 "제가 여러 가지로 분석해서 이건 안 된다고 얘기했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슬롯(시간당 최대 이착륙 횟수)을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는 이상 인천공항에서 제주로 가는 국내선을 처리할 여력은 없다"고 지적했다.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은 "중앙당 공약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윤 위원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해당 지역 후보들이 유리하다고 판단해서 내놓았으리라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김포공항 이전 문제는 한 개 지역에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제주도와 또는 국내선으로 연결되는 지방 도시들과 모두 다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각 지역 의견을 듣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정부 정책으로 채택할만 한가 안 한가 이 판단은 차차 해봐야 될 일"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여당의 반대를 비판하며 김포공항 이전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캠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천공항으로 통폐합할 경우 제주 관광 산업이 영향을 받는다, (이 주장은) 저는 좀 모자란 생각이거나 악의적 선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총공세 불씨 당긴 이준석… 대선에선 '김포공항 존치' 약속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대전 서구 둔산동 KB국민은행 앞에서 이장우 대전시장 후보 등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2.5.30/뉴스1

김포공항 이전 논란은 이 후보의 공약에서 촉발됐다. 이 후보는 25일 "김포공항을 인천공항으로 기능을 통합해 옮기겠다"고 밝혔다. 김포공항 이전으로 마련한 부지와 인천 계양구, 경기 김포, 서울 강서구를 연계한 수도권 서부 대개발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이다. 여기에 송영길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동조하면서 두 후보는 27일 수도권 서부 대개발 정책 협약을 체결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 후보의 김포공항 이전 공약 직후부터 연일 저격 발언을 쏟아내면서 비판 여론 결집에 나섰다. 이 대표는 이날 이 후보가 김포공항 이전이 제주 관광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반박을 내놓자 "이 후보의 주장은 전체적으로 거짓말 그리고 막말의 조합일 뿐 아무 내용도 없다"고 힐난했다.

이 후보의 김포공항 이전 주장이 실현가능성을 떠나 '말 바꾸기'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는 대선 공약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올해 1월 23일 총 311만호의 부동산 공급 정책을 발표하면서 김포공항 존치를 약속했다. 김포공항이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주변 공공택지를 개발해 8만호를 신규 공급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제시했다. 당시 정책 발표 직전까지 이전 방안을 검토했으나 3개월 만에 공약을 뒤집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여당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