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뿐인 승리' 이재명…文 전대통령 혹은 정동영 '갈림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개표상황실을 방문해 개표 방송을 지켜본 뒤 상황실을 떠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6·1 지방선거에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선거를 진두지휘했던 이재명 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당초 야권에선 이 위원장이 오는 7~8월 전당대회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았으나, 이번 지방선거 결과로 당권을 장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천 계양을에서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를 크게 앞선다는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에도 이 위원장은 별다른 대답 없이 자리를 떠났다.

이재명, 인천 계양을 '54.1%' 이겼지만…
이날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의 KEP(KBS, MBC, SBS) 공동 출구조사 결과 이 위원장은 54.1% 득표율로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45.9%)를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두 후보 간 격차는 8.2%포인트(p)다.


반면 민주당은 같은날 치러진 전국 17개 시·도지사 선거에서 사실상 완패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세 지역은 민주당 텃밭인 광주, 전북, 전남, 제주 등 4곳에 그쳤고 서울, 부산, 대구, 울산, 인천, 경북, 경남, 강원, 충남, 충북 등 10곳은 큰 격차로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격전지로 꼽힌 경기를 비롯한 세종, 대전은 접전을 벌이나 오차범위 내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소폭 앞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위원장의 표정이 어두워지는 대목이다. 특히 김동연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에 패할 경우 이 위원장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이 위원장은 직전까지 도정을 맡았던 경기도가 아닌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 경기도 민심을 술렁이게 했다. 민주당 경기도지사 경선에 도전한 도내 현역 의원들의 지역구나 정치적 고향인 성남이 포함된 경기 성남분당갑에 도전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었으나 이 위원장의 선택은 인천이었다.


인천시장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인천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경합 지역으로 분류된 가운데 야권 내 유일한 전국구 스타인 이 위원장이 가세해 바람을 일으킨다는 계획이었으나 높았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인천 계양구을 재·보궐 선거에 출마선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가 이달 25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OBS경인TV 스튜디오에서 열린 계양구 선거관리위원회 주관 '국회의원 보궐선거 계양구을선거구 후보자 토론회' 시작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전당대회' 이재명 시험대…文대통령 혹은 정동영 '갈림길'
결국 7~8월 전당대회가 이 위원장의 향후 입지를 판가름할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에야말로 민주당이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인 가운데 대선 기간 정치 교체를 주창한 이 위원장에 당원들이 힘을 실어줄 경우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

야권 일각에선 이 위원장이 당 쇄신과 의정활동에서 뚜렷한 성과를 통해 문재인 전 대통령의 행보를 밟을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문 전 대통령은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박빙 승부 끝에 패한 후 절치부심 끝에 19대 대선에서 국민 선택을 받았다.

반면 이 위원장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면서 중량감 있는 정치인의 입지를 잃을 것이란 우려도 높다. 2007년 12월 대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참패한 후 이듬해 4월 총선에 도전했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우려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개표 상황실에서 출구조사 발표 후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떠났다. 이 위원장은 '계양을 주민들께 한마디 해달라', '출구조사 결과를 예상했나' 등을 묻는 질문에 특별한 답변 없이 자리를 떴다.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개표 종합상황실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의원들이 퇴장해 텅 비어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