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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탈원전' 앞세운 새 정부, '2050 탄소중립'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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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하정 기자
  • 홍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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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0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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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 에너지정책 차별화 공언…2050 탄소중립은 어떻게 되나

[편집자주]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다시 흡수해 이산화탄소의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carbon-neutral)’이 세계적 화두다. 국내에선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이 지난 3월 25일 시행됐다. 1년 안에 정부는 국가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지방자치단체도 국가 기본계획을 바탕으로 자체적인 계획을 내놔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환경 정책과의 차별화를 공언한 바 있다. 탄소중립은 어떻게 진행될지, 새 정부 정책과 지자체의 움직임을 짚어본다.


윤석열표 탄소중립은 ‘원전 르네상스’원전 비중 높이고 수출 다각화…신재생 에너지는 오히려 축소


▲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인 지난해 말 경북 울진 신한울 3·4호기 건설현장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봤다./사진=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인 지난해 말 경북 울진 신한울 3·4호기 건설현장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봤다./사진=뉴시스
지난달 10일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탄소중립 실현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에너지·환경 분야에서 세계적인 추세인 ‘탄소중립’에 대해 전 정부가 천명한 방향성을 바꾸지 않겠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방법론은 바뀐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기간과 당선 이후 줄곧 에너지·환경 정책에서 전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해왔다. 기조는 유지하되 정책 방향은 수정하겠다는 의미다.

◇ 尹 정부의 탄소중립 5대 정책 방향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회 기후.에너지팀은 4월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을 위해 5가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이를 실현할 구체적인 방안을 담은 전략보고서도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먼저, 합리적 탄소중립 에너지믹스 구성,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전력시스템의 혁신이다. 늦어도 8월까지 그린 택소노미(K-Taxonomy,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 활동의 범위를 정한 것)에 원전을 포함하는 등 관련 제도 정비가 수반된다. 12월 10차 전력수급계획에 새로운 정책 방향이 반영되도록 사회적 의견 수렴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둘째, 녹색기술의 획기적 발전을 위한 기술 연구·개발 체계의 고도화와 탄소중립형 신성장동력 창출. 탄소중립 에너지 기술 로드맵에 소형모듈원자로를 통합하고, 에너지 혁신 벤처와 글로벌 인재 육성 방안 등이 포함된다.

셋째, 탄소배출권 제3자 시장 참여확대,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환경 보호·사회적 가치 공헌·지배구조 윤리경영) 경영의 연계, 세제 보완 등을 통한 녹색금융의 본격화다. 여기에는 중소기업을 위한 컨설팅과 연계자금 제공, 세금 혜택 등 실질적 지원 강화와 더불어 ‘그린 워싱’(Greenwashing,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상품의 친환경적인 특성을 과장하거나 허위로 꾸며 광고하거나 포장하는 행위)을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엄격한 룰 세팅과 민간 주도의 사전 사후 검증 방안도 검토된다.

넷째는 미국 등 주요국과의 ‘기후에너지동맹’과 글로벌 협력체제 강화로, 여기에는 파리 기후변화협정 6조를 활용한 온실가스 해외 감축분의 구현과 자원, 기술 스왑 등이 포함된다.

마지막은 지금까지 탄소중립을 이끌어온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위원 구성이 편향되고, 효율성이 결여됐다는 판단에 따라 탄소중립-녹색성장 거버넌스를 전략적으로 재구성하겠다는 것이다.
▲ 원희룡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왼쪽)과 김상협 상임기획위원이 4월 12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에서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방향'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원희룡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왼쪽)과 김상협 상임기획위원이 4월 12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에서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방향'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현실성·책임 있는 계획 다시 세울 것
윤석열 정부 출범 전, 원희룡 당시 인수위 기획위원장은 “민주당 정권은 탄소중립을 외쳐왔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 대비 4% 이상 늘었고, 올해도 늘어날 예정”이라며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매년 4~6% 쌓아놓고 있고, 미래에도 그 부담을 유지시킨 채 다음 정권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도 “이미 국제사회에 약속한 탄소중립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탄소중립에 대한 정직하고 현실성 있고 책임 있는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것이 기후·에너지팀의 잠정적 결론”이라고 밝혔다.

인수위 기후·에너지팀이 관련 부처 업무보고를 분석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보다 4.16% 증가했다. 원전은 감소하고 석탄발전이 소폭 증가,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이 16% 급증했다. 올해도 온실가스 배출은 1.3% 이상 늘어 총 6억85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은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세였지만,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가동률이 낮아진 2017년 2.5%, 2018년 2.3% 증가율을 보였다. 원전 가동률이 높아진 2019년에는 3.5% 감소했고, 코로나 사태 장기화의 영향을 받은 2020년은 7.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인수위는 전기요금 총괄 원가의 80%를 차지하는 한국전력의 전력구입비 증가 대부분도 탈원전으로 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전 발전량 감소로 지난 정부 5년 동안 13조원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전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을 그대로 추진하면 현재 전기요금 4만7000원을 내는 4인 가구가 2035년에는 최대 10만원을 내야 하고, 국가경제적으로는 탄소중립 목표 시기인 2050년까지 GDP가 연평균 0.5%p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치도 내놨다. 결국 정부 에너지·환경 정책의 기본 축은 원전 되살리기가 될 전망이다.

◇ 핵심은 원전 부활…올해 신규 원전 수주에 48억 지원
정부는 한울 3·4호기 건설을 조속히 재개하고 안전성을 전제로 운영 허가가 만료된 원전을 계속 운전해 원전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원전의 계속 운전 신청 기한을 수명 만료일 2~5년 전에서 5~10년 전으로 늘려 가동중단 기간도 최소화한다.
▲ 4월 27일 개막한 ‘2022 부산국제원자력산업전’에서 관람객들이 우리나라 첫 수출 원전인 UAE 바라카 원전 1·2호기에 도입된 원자로(APR1400) 모형을 구경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4월 27일 개막한 ‘2022 부산국제원자력산업전’에서 관람객들이 우리나라 첫 수출 원전인 UAE 바라카 원전 1·2호기에 도입된 원자로(APR1400) 모형을 구경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원전의 수출 산업화를 위해선 2030년까지 10기 수출을 목표로 적극적인 수주 활동을 전개한다. 노형 수출, 기자재 수출, 운영보수서비스 수출 등으로 수출 방식도 다각화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15일 총 47억9000만원(국비 33억2000만원) 규모의 ‘2022년도 원전 수출 기반 구축사업’ 시행안을 발표했다. 우리나라가 수출한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2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했는데, 이번 사업을 활용해 민관의 수주역량을 총결집해 해외 원전수주 가능성을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올해 체코, 폴란드 등 원전 도입이 본격 추진되고 있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나라별 특성과 여건에 맞춰 원전 수출 네트워크 구축, 기자재 수출지원, 기반조성 등 다양한 수주 활동을 전개해나간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원전·방산·경협 등 패키지 지원이 가능하도록 정부 부처,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금융기관, 원전기업 등이 참여하는 가칭 '원전수출전략추진단'을 신설해 즉시 가동해나갈 계획이다.

◇ ‘신재생 에너지 70%’ 정책은 폐기…지자체·업계 고민 클 듯
원전 비중이 높아지면 재생에너지 확대는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인수위는 앞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린다는 계획을 실행하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는 단가가 비싸 전기요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205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 70%’ 정책은 폐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2030년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치를 20~25%로, 지난 정부 목표치인 30%보다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2050년 목표치는 나오지 않았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2월 전남 신안에서 열린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 48조원 투자협약식에 참석해 투자협약 체결 후 박수를 치고 있다./사진=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2월 전남 신안에서 열린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 48조원 투자협약식에 참석해 투자협약 체결 후 박수를 치고 있다./사진=뉴시스
전남 신안에 조성 중인 해상풍력단지 설치 사업은 재검토된다. 신안 해상풍력은 8.2GW 규모의 대규모 해상풍력단지로, 2030년까지 48조5000억원이 투자될 예정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해 신안을 방문해 “완전히 가슴이 뛰는 프로젝트”라며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 정부 국정과제에선 빠졌다. 태양광 역시 지난 정부에서 시장은 확대됐지만, 국토·환경 훼손 우려가 크고 소규모 사업자 난립으로 시장이 불안정해지는 등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어 개편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신재생 에너지 분야 투자를 늘렸던 업계에서는 손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2022년 2차 추경안에서 탄소중립 관련 예산이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됐다. 민주당 신영대 의원이 기획재정부에서 제출받은 ‘2022년 2차 추경안 지출 구조조정 리스트’에 따르면, 총 59조 4000억원 규모의 추경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진 예산은 7조60억원. 이 중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탄소중립 선도프로젝트 지원 예산이 8017억원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 “원전 재가동만으론 탄소중립 어려워”…“정책 일관돼야” 지적도
우리나라는 제조업 중심 국가인 만큼 탄소 배출 규모가 크다. 2020년 기준 전력 생산의 60% 이상이 화석연료에서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2030년에 탄소 배출을 40% 줄이고, 2050년 탄소제로를 이루겠다고 약속한 건 국제사회의 여론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탄소제로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이유다. 국제사회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에너지 부족 사태를 타개하기 위해 탈‘탈원전’을 선택한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원전이 재생에너지를 대체하는 방식으로는 탄소중립 실현을 이뤄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에너지·환경정책 싱크탱크인 사단법인 ‘넥스트’는 “정부가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공감한다면 원전은 재생에너지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유승직 숙명여대 기후환경융합학과 교수도 “화력과 석탄 발전 비율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려가는 게 핵심”이라면서 “재생에너지는 가격 비싸다는 문제가 있지만 기술 개발을 해나가면 단가도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가 5월 3일 머니투데이 주최 ‘2022 탄소중립 아카데미’에서 ‘에너지 정책과 탄소중립’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가 5월 3일 머니투데이 주최 ‘2022 탄소중립 아카데미’에서 ‘에너지 정책과 탄소중립’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에너지 정책의 급격한 전환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다. 머니투데이가 주최하는 ‘제2회 탄소중립 아카데미’에서 지난달 3일 첫 강연에 나선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에너지 설비를 건설하는 데 3~10년이 소요되고, 완성된 설비는 30~60년 동안 운영되는 만큼, 에너지 정책은 일관성 있게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5년 단위로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에너지 정책이 휘둘려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원활한 달성을 위해 연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 개정 불가피한 ‘탄소중립법’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 시행령은 지난 3월 25일 시행에 들어갔다. 2050 탄소중립이라는 국가 목표 달성을 위한 법정 절차와 정책 수단이 담겨 있다. 지난해 9월 24일 제정·공포된 후 탄소중립위원회 주관으로 관계부처가 협의해 하위법령 제정 작업을 거쳐 법 체계가 마련됐다. 탄소중립법 시행으로 우리나라는 2050 탄소중립 비전을 법제화한 14번째 나라가 됐다.

법은 2050 탄소중립 비전을 명시하고 중장기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로 정했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국가 전체와 지역 단위까지 기본 계획을 수립해 점검하도록 하는 등 탄소중립 이행체계를 확립했다. 법 시행 후 1년 안에 정부는 20년을 계획기간으로 하는 국가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수립(수립주기 5년)하고, 지방자치단체는 국가 기본계획을 고려해 10년을 계획기간으로 하는 시·도 및 시·군·구 기본계획을 차례로 수립해야 한다.

법에 따라 탄소중립에 대한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모으는 민관 협치 기구인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새로 구성하고, 지역 단위에서는 ‘지방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현 정부는 위원회의 전면 재구성을 도모할 방침이다.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5월 24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2 세계가스총회’에 참석해 탄소중립을 위한 기조발표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5월 24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2 세계가스총회’에 참석해 탄소중립을 위한 기조발표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탄소중립’ 비전은 어떻게 나왔나
‘2050 탄소중립’은 2020년 10월 문재인 전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서 첫 밑그림이 나왔다. 같은 해 11월 3일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세계적 흐름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밝혀 탄소중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22일 G20 정상회의에서 “2050 탄소중립은 산업과 에너지 구조를 바꾸는 담대한 도전이며,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서만 해결 가능한 과제다. 한국은 탄소중립을 향해 나아가는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고자 한다”는 의지를 전했다. 12월 7일에는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가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확정·발표했다.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실질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탄소중립 목표를 제시한 것. 이후 12월 15일 국무회의에서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과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정부안이 확정됐다. 탄소중립 선언은 중국과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세 번째였다.



‘탄소 없는 지방’ 10년 프로젝트 스타트환경수도 정하고 예산 늘리고 수소차 굴리고…‘제로화’ 잰걸음


▲ 2020년 7월 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아셈볼룸에서 열린 탄소중립 지방정부 실천연대 발족식./사진=뉴시스
▲ 2020년 7월 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아셈볼룸에서 열린 탄소중립 지방정부 실천연대 발족식./사진=뉴시스
지난해 9월 국회를 통과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이 3월 25일부터 시행됐다. 중앙정부는 1년 내 20년을 내다보는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세워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국가 기본계획을 고려해 10년 동안 진행될 시·도 및 시·군·구 계획을 차례로 수립해야 한다. 각 지자체는 시행령에 따라 2050 지방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사무국을 둘 수 있고 지자체장이 직접 참여하는 탄소중립 지방정부 실천연대가 법정 조직으로 새롭게 구성된다. 지역 기반의 탄소중립 모델을 발굴하고 확산할 전문기관인 탄소중립 지원센터도 설립된다.

◇환경부, 탄소중립 선도하는 ‘환경수도’로 수원·청주 지정
정부는 지역 중심의 탄소중립 확산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지난 1월 ‘탄소중립 그린도시 사업’ 공모를 진행했다. 선정된 지자체는 5년 동안 400억원 지원받는다. 전국 자치단체 24곳이 참여했고 지난 4월 경기 수원시와 충북 충주시가 최종 선정됐다. 수원시와 충주시는 앞으로 5년 동안 국비 240억원(60%), 지방비 160억원(40%)을 투입해 ‘탄소중립’을 실현할 예정이다.

수원시는 서부권에 위치한 고색동 일대를 ‘탄소중립 1번지’로 만들 예정이다. 태양광으로 만든 전기를 사용하는 공공건물을 짓고 수소생산기지를 늘려 에너지 전환을 이룬다는 방침이다. 방치된 국공유지를 활용해 흡수원을 확충하고 폐기물 스마트 수거시스템 등을 핵심사업으로 추진한다고도 밝혔다.

충주시는 음식물 찌꺼기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 공급하고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추출해 상용화에 나서 큰 점수를 얻었다. 시는 앞으로 바이오가스와 암모니아를 활용한 수소 공급망을 구축한다. 또 5년 동안 서충주 신도시 일대를 탄소중립 중심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수소충전소와 자전거 고속도로, 에너지 자립마을 등 수소모빌리티 스테이션을 조성하고 도심을 가로지르는 숲에 소나무와 참나무 등을 심어 기존 연간 13톤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55톤으로 4배 이상 끌어올릴 예정이다. 이 밖에도 5가지 분야에 걸쳐 탄소중립 그린도시 구현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실시한다.

▲서울시가 지난 3월 29일 건물 에너지효율 개선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저탄소건물지원센터’를 서소문청사 1동 1층에 위치한 기후에너지정보센터 공간 내 개소했다./사진=뉴시스
▲서울시가 지난 3월 29일 건물 에너지효율 개선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저탄소건물지원센터’를 서소문청사 1동 1층에 위치한 기후에너지정보센터 공간 내 개소했다./사진=뉴시스
◇서울시 전국 최초 ‘기후예산제’ 시행
중앙정부의 지원과는 별개로 전국의 지자체는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서울시는 시정 전 분야에 ‘기후예산제’를 도입한다고 지난달 5일 밝혔다. 기후예산제는 사업별로 온실가스 배출 영향을 분석해 감축이 예상되는 사업은 늘리고, 배출이 예상되는 사업은 규모를 축소하거나 배출 상쇄 방안을 마련하는 제도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산에 나서기 위한 취지로 광역지자체 중 기후예산제를 전면 도입하는 것은 서울시가 처음이다.

시는 지난해 기후환경본부·푸른도시국·물순환안전국 등 3개 본부·국에 기후예산제를 시범 도입했다. 올해 125개 사업 3725억원 규모를 기후영향사업으로 분류했고 이를 통해 감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온실가스는 약 99만t이다. 서울연구원이 기후예산제 전면 도입을 가정해 2022년 회계연도 예산을 분석한 결과 시 전체 예산 약 44조원 가운데 기후영향사업이 3조4000억원 규모로 추산됐다.

공공기관 녹색제품 의무 구매도 확대한다. 녹색제품 구매심사 기준은 현행 70만원 이상에서 50만원 이상으로 강화하고 시 녹색제품 구매액의 71%를 차지하는 건설·토목 분야는 의무 구매 비율을 지난해 32.6%(구매액 558억원)에서 2026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서울시는 민간 부문의 ESG 참여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연 2조5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공사·물품·용역 등 계약에서 ESG 우수기업을 우대하고 민간위탁 수탁자 선정 시에도 가점을 부여하도록 관련 지침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신재생에너지 생산량 1위 전남, 2030까지 수소차 4만3000대 보급
전남의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은 전국 17개 시도 중 1위다. 광주전남연구원은 지난달 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5년부터 2018년까지 ‘전국 시도별 신재생에너지 생산량’ 조사를 인용, 2018년 기준 전남이 신재생에너지 생산량 346만5666t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는 신재생에너지 지역별 공급비중에서 전국 생산량의 약 19.2%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도는 2030년까지 고속도로와 지방도 휴게소, 산업단지, LPG충전소 등에 수소충전소 37개소를 구축하고, 수소차 4만3000대를 보급해 온실가스 8만6000t을 감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수소차 1102대 보급 계획도 세웠다. 수소차 구매 시 1대당 3450만?3075만원을 지원한다. 전남도는 ‘수소차 보급 및 수소충전소 확충 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고속도로·지방도 휴게소, 산업단지, LPG 충전소 등에 수소충전소 37곳을 구축한다.

특히 올해 환경부와 국토부에서 추진하는 수소연료전지차 충전소 공모사업에 5개 사업이 선정됐다. 목포시 연산동(수소에너지네트워크·일반·30억원), 순천시 가곡동(해일로하이드로젠·특수·75억원), 광양읍 초남리(효성하이드로젠·특수·100억원), 광양시 금호동(코하이젠·특수·80억원), 장흥군 정남진휴게소(수소에너지네트워크·일반·30억원) 등에 수소연료전지차 충전소를 만들 예정이다.

▲2019년 5월 전남 여수시청에서 ‘전남 수소경제 선도 비전 선포식’이 열렸다./사진=뉴시스
▲2019년 5월 전남 여수시청에서 ‘전남 수소경제 선도 비전 선포식’이 열렸다./사진=뉴시스
◇충남, 2045년까지 탄소중립 실현
충청남도는 지난 2019년 ‘탈석탄 기후변화 대응 국제 콘퍼런스’를 통해 동아시아 지방정부로는 처음 ‘기후 비상상황’을 선포하고, ‘2050 탄소중립’을 공식화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탄소중립 실현 의지를 담은 ‘탄소중립위원회’를 출범했다.

출범 당시 위원회는 탄소중립 실현 시기를 2050년에서 2045년으로 5년 앞당기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위원회에 따르면 시나리오에는 도의 여건과 특성을 반영해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등 국가계획에 부합하는 내용이 담겼다. 도는 석탄화력발전 30기 가운데 2035년까지 17기, 2045년까지 12기 등 총 30기를 폐쇄 또는 중단할 예정이다.

◇제주, ‘탄소 없는 섬’ 인프라 적극 활용
제주의 탄소중립 정책은 올해 10년째를 맞이했다. 2012년부터 시작한 ‘탄소배출 없는 섬(CFI, Carbon Free Island)’ 정책으로 2011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4.9%에 불과했지만 2020년 16.2%로 3배 이상 확대됐다.

도는 올해를 수소경제 원년으로 정하고 에너지 자립 섬을 향한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제주의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그린수소 생산과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수소차 도입 운영 등 수소경제 전 주기 생태계를 조성할 예정이다.

도는 앞으로 ‘탄소 없는 섬 2030’ 정책 추진 경험과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탄소중립 광역자치도 조성’에 1317억원을 투자한다. 구체적으로 그린수소 기반 수소경제 구축을 본격화하고 제주형 분산에너지 활성화 기반을 조기 구축한다. 안정적 에너지 보급 기반 구축과 신재생에너지 확대, 전기차 전·후방 산업 활성화 및 상생협력도 진행한다.

또한 올해 전기차 등록 3만 대 돌파를 예상하는 도는 특히 2024년까지 3년간 86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사용 후 배터리 민간 응용제품 개발에서 시험·인증까지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경남, 기후인지예산서 발간…7월께 이행방안 최종 확정
경남도는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경남형 탄소중립 단계별 이행방안 수립’ 연구 용역을 올해 상반기에 완료한다. 연구를 바탕으로 탄소중립집행위원회와 분과위원회, 경남기후도민회의는 7월경 단계별 이행방안을 최종 확정하고 발표할 계획이다. 최종 발표될 단계별 이행방안(로드맵)은 경남의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안내서 역할을 맡는다.

도는 지난 2월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에 미칠 영향 분석 결과를 반영한 ‘2022년 경상남도 기후인지예산서’를 전국 최초로 발간했다. 기후인지예산은 기후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도에서 추진하는 각종 정책이나 사업의 효과가 기후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이를 예산 편성과 집행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예산에 편성된 정책사업 중 기후와 관련된 예산을 기후친화사업(기후정책사업, 부분감축사업)과 기후부정영향사업, 기후잠재영향사업으로 분류한다. 올해 경남도의 기후인지예산을 분석한 결과 대상 예산 7조8154억원(2972개) 중 기후친화사업 14%, 기후부정영향사업 5%, 기후잠재영향사업 2%, 기후중립사업 48% 등으로 나타났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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