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와 싸우고, 더울 때 또 싸운다...철강·조선 '폭염주의보'

삽화/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철강·조선업계의 여름이 올해 유독 뜨거울 전망이다. 여름 평균기온이 예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작업자 안전을 지키기 위해 무더위와 싸워야 하는 상황에서, 노조가 고강도 '하투'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업계 모두에 험난한 여름이 될 전망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요 철강·조선사마다 여름철 작업자 안전을 지키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야외작업이 주를 이룸과 동시에 철강사의 경우 고온의 쇳물과 가까이서 근무해야 하고, 조선사들 역시 달궈진 선체 내에서의 작업이 잦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작업자가 근무 중 온열 질환을 입게 돼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중대재해법 처벌 대상이다.


특히 올 여름은 예년보다 더욱 무더울 것으로 예측되면서 기업들마다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상청이 발표한 '3개월 전망'에 따르면 이달부터 오는 8월까지 3개월 동안 각 달의 평균기온이 예년 평균치보다 낮을 확률은 20%에 불과한 것으로 예측된다. 유독 뜨거웠던 최근 2년보다 더욱 높은 온도를 기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포스코·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사들과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주요 조선사들은 폭염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세우고 있다. 그늘막을 설치하거나 물·얼음·빙과류·과일 등을 곳곳에 배치하는 수준을 넘어 안전한 작업환경을 만들기 위해 보양식 위주의 식사 메뉴를 준비하고, 가장 온도가 높은 점심시간을 길게 조정해 충분한 휴식시간을 보장한다.

실외 냉방기를 곳곳에 설치하고 공기호스를 길게 늘어뜨려 시원한 바람이 작업자 코앞까지 닿을 수 있게 조치를 취한다. 쿨스카프, 얼음조끼 등을 제공하는데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차가운 바람이 유입되는 에어자켓도 보급되는 추세다. 매년 폭염을 극복하는 새로운 대비책을 마련하고, 경쟁사의 방안이 좋다고 판단되면 도입을 서두르는 등 노동자 안전을 보호하는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기업들은 폭염과 함께 다가오는 노조와의 갈등에도 대비하고 있다. 여름은 노동계의 대표적인 투쟁 시즌이다. 지난 2일부터 전국건설노동조합 울산건설기계지부 덤프지회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으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도 오는 7일 0시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운송에 차질을 맞으면서 물품 출하에도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각 사 노조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현대제철은 400만원의 특별격려금을 놓고 노사가 갈등 중이다. 현대제철 노조는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이 지급한 400만원의 특별격려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하며 지난달 2일부터 당진제철소 사장실을 한 달 넘게 점거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이번 불법점거가 쉬이 해결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최근 노조를 경찰에 고발했다.

400만원 특별공로금을 둘러싼 이견과 노조의 사장실 불법점거, 이에 따른 회사의 고발로 노사 관계가 악화 일로를 걷게 된 가운데 이달부터 협상이 시작되는 금년도 임금협상 역시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노조가 고발장을 접수한 사측을 향해 "(투쟁의)불쏘시개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올 여름 양측의 갈등이 최고조에 오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대중공업도 비슷한 처지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현대중공업·현대건설기계·현대일렉트릭 등 3사 노동자들로 구성됐다. 3사 1노조 체계인 이들과의 협상은 3사 조합원 총회가 모두 찬성·가결돼야만 조인식을 열 수 있다. 최초 합의안이 부결되고 새로운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총파업 등 각고의 진통 속에 지난달 31일에서야 전년도 임금협상을 끝마쳤다.

이달부터는 금년도 협상을 위한 새로운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3사 노조 집행부는 오는 주말 수련회를 통해 공동요구안 초안을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요구안을 두고 노사 합의안이 만들어지게 된다. 최근 노조가 외국인 근로자 채용을 반대하고 나서면서 금년도 임금협상 역시 파업 등 다양한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노동자 권익이 높아지는 동안 사업 환경은 극도로 악화된 모습"이라면서 "노동계도 요건을 갖추지 못한 불법적인 투쟁법을 지양하고 회사·업계·업황 등의 사정을 두루 살펴 합리적인 노사관계 정착에 힘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