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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窓]반도체 대전의 교두보 '양자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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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형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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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2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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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칼럼

반도체 초강대국 구상이 새 정부의 정책 1순위로 부상 중이다. 지난해 선정된 10대 국가전략기술 역시 대부분 반도체 초격차 기술 확보라는 국가적 목표로 수렴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층 격화되고 있는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의 최대 승부처가 반도체라면, 양자기술은 반도체 대전의 우위를 위해 반드시 선점해야 할 전략적 교두보라 할 수 있다.

양자기술은 특히 0.1나노미터(nm)의 원자 단위 수준까지 근접한 반도체 초미세 공정 이후의 미래를 누가 먼저 차지하게 될지를 결정지을 중대한 분수령이기도 하다. 원자 세계를 지배하는 양자역학을 이해하고 활용하지 못한다면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더 이상의 전진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투데이 窓]반도체 대전의 교두보 '양자기술'
양자역학은 자연 상태의 물질이 모두 도체나 부도체 중 하나여야만 했던 고전역학의 틀을 깨고 전자의 성질을 제어할 수 있는 반도체의 시대를 열며 인류의 삶 전반에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 왔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텔레비전과 조명, 나노기술이 적용된 화학소재, MRI와 유전자검사, 레이저와 원격통신에 이르는 21세기 첨단문명의 대부분이 원자라는 미시 세계에 대한 이해 없이는 탄생하지 못했을 기술들이다.

하지만 양자기술은 완성형이 아니다. 이제 막 커튼이 올라가는 서막에 불과하다. 양자역학이 탐구하는 원자의 세계가 여전히 고전역학 시대의 상식과 언어로는 도저히 표현하기 힘든 난해한 현상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슈퍼컴퓨터가 1만년에 걸쳐 수행해야 할 연산을 불과 200초 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양자컴퓨터의 상용화는 아직 먼 미래의 일이다. 양자컴퓨터 시대가 도래하면 인공지능(AI), 신약개발, 에너지와 우주 등의 다양한 난제가 한꺼번에 해결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마찬가지다. 양자기술은 엄청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무엇 하나 장담이 어려운 가능성의 영역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주요국들이 막대한 투자로 양자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미래의 산업은 물론 특히 국가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될 사안이기 때문이다. 양자컴퓨터가 완성된다면 현존하는 소인수분해 기반 암호체계의 붕괴는 시간문제다. 중첩과 얽힘, 관측의 영향에 따라 정보가 바뀌는 양자 현상의 기술적 실현은 곧 해킹으로부터 영원히 자유로워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 반도체 산업의 최대 경쟁상대 중 하나인 중국이 서방세계의 집중 견제로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마냥 마음을 놓을 수만은 없는 것도 양자기술 때문이다. 중국의 양자기술은 현재 미국을 위협하는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2016년 대량의 정보를 순식간에 원격 이동시키는 양자 얽힘의 공간적 거리가 1200km에 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증명한 양자실험위성 묵자(墨子)의 경우처럼 양자현상을 이용한 통신 분야에서는 이미 미국을 추월했다는 평가도 있다.

알려진 대로 우리나라의 양자기술 연구는 미국, 중국, EU, 일본에 비해 뒤늦게 시작됐다. 구글과 IBM 등이 초전도 양자컴퓨터 기술로 저만치 앞서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은 차별화가 가장 효과적이다. 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의 양자 연구팀은 극저온 초고진공 상태가 필수적인 초전도 기반의 양자기술 대신 상온에서 작동하는 플랫폼 기술이란 전혀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양자기술에 대한 지식과 경험은 컴퓨팅, 통신, 센싱, 반도체까지 여러 분야에 걸쳐 두루 통용될 수 있기 때문에 양자기술 전반에 걸쳐 동반성장이 필요하다. 양자기술이 본격적으로 산업에 응용되기에 한 발 앞서 양자소재 기술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경쟁력의 원천이 될 것이다.

한층 격화되고 있는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서 후발주자의 추격과 역전은 이제 더욱 힘든 일이 되고 있다. 미래의 중요한 교두보 확보를 위해서 국가적 관심과 정책 역량의 집중 뿐만 아니라 도전적인 1등 전략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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