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지각' 거래소, 'IPO 심사 45일' 넘긴 기업만 15곳…이럴거면 왜?

"상장이 늦어지면 자금은 어떻게 조달하나요?", "상장승인을 받긴 하는건가요?", "회사에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한국거래소에 예비상장심사를 청구한 뒤 약속한 시간이 지나도록 결과를 통보받지 못한 IPO(기업공개) 희망기업들이 투자자와 거래처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기업들은 쏟아지는 질문에 답조차 할 수 없는 처지다. 상장심사에 대한 모든 권력을 쥔 거래소의 눈치만 살필 뿐이다.

거래소 상장규정에 따르면 예비상장심사신청 접수 후 45영업일 이내 해당기업에 상장 심사 결과(승인 또는 미승인)를 통보해야 한다. 하지만 7일 현재 15개 기업(유가증권시장 3개, 코스닥 12개)에 대한 심사가 45영업일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소의 '지각'은 이제는 '당연한 일'이 됐다. 지난해 상장한 기업들 중 74.63%의 심사기간이 45영업일을 넘겼다. 100일을 넘긴 곳도 4곳이다. 지난해 유가증권·코스닥 상장기업 91개의 평균 예비심사 기간은 60일이다.

현대오일뱅크와 교보생명보험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청구한지 반년이 다 돼간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2월13일, 교보생명은 같은달 21일 상장청구를 했다.


거래소는 상장심사기한을 연장할 경우 해당 기업과 주관사에 공문으로 통보하고 있으나, 심사가 연장될 경우 시장에서는 상장이 난관을 겪고있다는 추측을 하고 있다.

예컨대 신선식품 플랫폼 마켓컬리 운영사인 컬리에 대한 구설수가 많다. 최근 IPO 시장이 얼어붙은데다 '45영업일'을 넘기면서 상장 '완주'가 불투명해진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다만 거래소는 현대오일뱅크, 교보생명보험, 컬리 등은 경영안정성 등과 관련하여 추가보완사항이 있기 때문에 심사가 장기화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반면 기업 입장에선 미리 설정해둔 시계의 알람이 울렸지만 알람을 끌 수도, 다시 시간을 맞출수도 없는 애매한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IPO 기업들은 공모 이후 자금조달 일정도 미리 짜둔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언제'가 확실하지 않다. 당연히 '미래'를 미리 계획하기 힘들다. '다음'을 기다리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현재상황을 설명하기도 어렵다.

상장주관을 맡은 증권사 IB부서도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해당 업무를 맡을 인력들을 배치해둔 상황에서 그 기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투자시장이 가장 꺼려하는 '불확실성'이 생겼다.

모순적이게도 거래소가 상장심사 기간을 '45영업일'로 정해둔건 '빠른 심사'를 위한 포석이었다. 증권시장 선진화 방안 중 하나로 3개월에서 2개월로, 2개월에서 45영업일로 심사 기간을 줄여온 것.

하지만 '45영업일 내 심사' 규정탓에 오히려 상장대기 기업들의 신뢰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 그럼에도 거래소 측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규정을 고치려는 움직임도, 심사에 속도를 내기 위한 노력도 없다.

거래소 관계자는 "가급적이면 기한을 지키려고 하지만 추가자료와 투자자보호 방안 등 보완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기업들과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기간이 길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