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금리상승 부담 덜어준다…RBC 규제 넘도록 제도 개선

금융당국이 제도개선을 통해 자본건전성 부실에 빠진 보험사를 구제하기로 했다. 금리상승으로 인한 RBC(지급여력비율) 저하가 개별 보험사 문제가 아닌 업계 전체의 문제라고 봤다. 제도 개선을 통해 RBC 비율이 규제비율을 넘길 수 있게 하고, 자체적인 자본확충도 유도할 계획이다.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제도개선을 통해 최근 발생한 보험사의 자본 건전성 위기를 해결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감독원은 업계에서 건의한 내용을 정리해 금융위로 보낸 상태다. 제도개선 방안은 이달 중 발표해 2분기 회계에 반영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큰 틀에서 보험사 RBC비율이 100%를 넘길 수 있게 제도를 조정하기로 방향을 정했다. 보험업법상 RBC비율이 100% 이하로 떨어지면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된다. 우선 급한 불부터 끄겠다는 셈이다.


보험업계는 LAT(책임준비금 적정성평가) 활용과 적기시정조치 유예, 채권 계정 재분류 등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LAT는 보험사의 부채를 결산시점에 재산출해 이전 부채보다 크면 그 차액만큼 책임준비금으로 적립하는 제도다. 보통 금리가 오르면 결산시점 부채가 이전보다 낮아 잉여금이 발생하는데 이 중 일부를 자본으로 인정해달라는 게 업계 요구다.

채권 계정 재분류는 최근 3년 사이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한 채권을 다시 만기보유증권으로 변경해달라는 것이다. 매도가능증권은 시장가치로 평가돼 금리하락 시에는 채권가격 상승으로 RBC를 높이는 역할을 하지만 금리상승 시에는 반대로 작용한다. 매도가능증권으로 평가한 채권을 재분류하기 위해서는 3년을 기다려야 한다. 다만 이 방식에는 보험사가 재분류 여부를 직접 선택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인식이 많다.

이와 함께 보험사의 자체적인 자본확충 방안을 유도해 금감원 권고 기준인 RBC 150%를 넘기게 유도할 것으로 전해진다. 건전성 개선을 위한 금융당국의 노력뿐만 아니라 개별 보험사의 자구노력도 필요하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개별 보험사 아닌 업계 전체의 문제...내년 새 제도 도입으로 건전성 문제 해소일부에서는 위험 관리를 하지 못한 금융사를 금융당국이 돕는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특정 보험사에 특혜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도 그 부분을 고민했지만 현재 시장 상황이 개별 보험사의 문제가 아닌 업계 전체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현재 업계 5위권의 NH농협생명(131.5%)과 함께 △DGB생명 108.5% △한화손보 122.8% △DB생명 139.1% △흥국화재 146.7%는 모두 RBC 150%를 밑돌고 있다. 최근 금리 상승으로 보험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가격이 떨어지면서 순자산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 업계에서는 계속되는 금리 상승으로 RBC 150%는 물론 100%를 밑도는 보험사도 속출할 것으로 전망한다.

내년 IFRS17와 함께 새 재무건전성 제도(K-ICS)가 도입되는 것도 영향을 줬다. 내년부터는 자산만 시가로 평가하는 RBC 대신 K-ICS가 쓰인다. K-ICS는 자산과 부채 모두 시가로 평가돼 금리 변동성에 영향을 덜 받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급격한 금리상승으로 RBC가 하락하는 것은 보험업계 전체의 문제로 봐야한다"며 "당장 RBC를 높이기 위해 고금리의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것은 결국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악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