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유예·국방물자법, 美 태양광 확대…韓 기업 영향은?

한화큐셀이 건설해 운영 중인 미국 텍사스주 168MW 규모 태양광 발전소

미국이 동남아시아에서 수입하는 태양광 패널에 대한 관세를 2년 면제하기로 하면서 미국 내 태양광 설치 확대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미국은 자국 내 태양광 제품 생산 확대를 위해 국방물자생산법(DPA)도 발동했다. 미국에 진출한 국내 태양광 업체들도 이번 조치를 반기는 분위기다.


7일 태양광업계에 따르면 미국 내 동남아산 태양광 패널 단속으로 중단됐던 수백개의 태양광 사업이 다시 재개될 전망이다. 한국 대표 태양광기업인 한화큐셀도 말레이시아 태양광 모듈 공장에서 일부 모듈을 들여와 미국 상무부 조사 대상이었지만 관세 문제에서 자유롭게 됐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중국 태양광 업체들이 관세 회피 목적으로 동남아를 통해 미국으로 우회 수출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지난 3월부터 동남아에서 수입된 태양광 모듈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미국 기업들은 동남아산 태양광 모듈이 중국산으로 드러날 경우 관세가 소급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태양광 패널 수입을 사실상 중단했다. 이에 미국 전역 318곳의 태양광 프로젝트가 취소되거나 지연됐다. 미국에서 사용되는 태양광 모듈의 82%는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4개국에서 수입된다.

상무부 조사로 미국 태양광산업협회(SEIA)는 내년까지 설치할 태양광 패널 수가 예정보다 46% 감소할 것으로 관측했다. 미국 최대 재생에너지 회사 중 하나인 넥스트에너지도 1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태양광 시설 공사가 올해 안에 완공되지 못할 것으로 봤다. 미국 내 태양광 관련 사업이 타격을 받고 기후변화 대응 구상에도 차질이 생기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동남아에서 생산된 태양광 패널에 대한 관세 한시 면제 조치를 발표했다. 상무부 조사를 사실상 중단한다는 의미다.

관세 한시 면제 조치와 함께 발동된 DPA도 태양광 패널 부품, 열펌프, 단열재, 변압기, 연료전지 등의 미국 내 제조를 신속히 확대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정부는 청정에너지 개발과 태양광 패널 제조 확대에 연방기금을 사용할 예정이다.


한화큐셀, 신성이엔지, 에스에너지 등 미국에 진출한 국내 태양광 업체들은 이번 조치로 미국 태양광 시장 규모가 확대되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 태양광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태양광 산업이 위축되지 않고 유지돼야 다른 청정에너지에 비해 경쟁력이 생길 수 있다"며 "DPA 발동 역시 태양광이 우선적으로 확보하는 자재에 포함된 것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해석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내 일부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들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솔브에너지의 조지 허쉬먼 최고경영자(CEO)는 "바이든 대통령의 결단력은 태양광 기업들의 정체된 프로젝트를 진전시키고 직원들을 다시 고용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조치가 2년간 중국산 태양광 패널 수입을 허용해 미국산 태양광 패널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업계에선 기우라는 반응이다. 미국 내 제조를 우선시하는 기조가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중국산 제품이 자리 잡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태양광업계 관계자는 "이번 관세 한시 면제 조치는 관세를 적용하기 전에 유예 기간을 둔 것으로 봐야 한다"며 "한국 업체한테도 미국 내 태양광 모듈 공장을 신·증설하는 시간을 벌어준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화큐셀이 증설 중인 미국 공장은 2023년 상반기 가동이 목표다. 한화큐셀은 현지 생산·조달을 위해 기존 미국 조지아 공장 옆에 1.4GW(기가와트) 규모 태양광 모듈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