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난에 쟁여놨더니 안 팔려"…美소매업계, 이젠 재고에 한숨

/로이터=뉴스1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후 급증한 수요에 창고 채우기에 여념이 없었던 미국 소매·유통업체들이 이제는 쌓여가는 재고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역대급으로 치솟은 물가에 미국인의 소비력이 억제되면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2022년 회계연도 1분기(2~4월) 미국 주요 소매업체 6개 사의 평균 재고회전일수는 전년 동기 대비 10% 늘어난 68일로, 2016년 이후 최고 수준에 달했다. 재고회전일수는 창고에 쌓인 재고가 다 팔릴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미 소매·유통업계는 팬데믹·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늘어난 수요에 대응하고자 제품 조달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 과정에서 제품 가격 인상도 이뤄졌다. 이들은 일상생활 복귀, 경제활동 재개로 가격 인상에도 수요 증가세가 여전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40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른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에 미국인의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수요가 줄기 시작했고, 미 소매업체들의 재고는 점점 쌓였다. 팬데믹 시대 대용량 제품, 평상복과 가정용품 등을 주로 구매하던 미국인들의 소비 방식이 일상 회복과 함께 소용량 제품, 출근을 위한 정장 등으로 변한 것도 업체들의 재고 부담으로 이어졌다.

미국 소매업체 타깃 /로이터=뉴스1

"원치 않는 품목 재고 늘어"…재고 정상화, 2~3개 분기 소요 전망 WSJ에 따르면 미 최대 소매업체인 월마트의 1분기 재고회전일수는 전년 동기 대비 7.5일 늘어난 45일이었고, 재고자산 규모도 1년 전보다 32%가 증가했다. 미 대형 소매업체 타깃의 재고회전일수는 59일로 전년 동기보다 9.5일이 늘었다. 특히 4월 말 기준 재고 규모는 151억달러(약 18조9339억원)로 집계됐는데, 이는 1년 전보다 무려 43%가 급증한 수준이다.


더그 맥밀 월마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일 연례 주주총회에서 "(공급난 속) 재고 증가는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현재 재고 수준은 회사가 원하는 것 이상으로 높다. 또 최근 늘어난 재고의 약 20%는 우리가 원하지 않는 품목"이라며 "(재고 수준이)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돌아가기까지 몇 분기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닛케이는 월마트 재고 수준 정상화까지 2~3개 분기가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재고할인' 소매업 수익 타격 주지만…"물가안정엔 도움"

/로이터=뉴스1

소매업체의 재고 증가는 대규모 할인 등 공격적인 재고 처리 마케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수익도 단기적으로 타격을 받는다. 실제 타깃은 2분기 동안 초과재고를 모두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세우고, 영업이익률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이 여파로 7일 타깃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31% 하락했다.

브라이언 코넬 타깃 최고경영자(CEO)는 CNBC 인터뷰에서 재고 처리를 위한 공격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고, 계획 실행 과정에서 단기적 수익이 흔들릴 것이라며 2분기 영업이익률 전망치를 종전의 5.3%에서 2% 안팎으로 낮췄다. 타깃은 3주 전 1분기 실적발표에서는 2분기 영업이익률이 1분기와 비슷한 수준(5.3%)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재고 처리 할인으로 이미 실적이 크게 흔들린 업체도 있다. 갭의 저가 브랜드인 올드네이비의 1분기 매출은 주요 소비층인 저소득층의 소비 감소로 전년 동기 대비 22% 급감했고, 할인 횟수 확대에 이익도 줄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소매업체들의 재고 처리 움직임이 물가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소매업체들이 하루라도 빨리 재고를 처분하고자 대규모 할인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이는 자연스레 물가하락으로 이어져 치솟는 물가를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체리 레인 인베스트먼트의 릭 멕클러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이 도달했을 수도 있는 첫 번째 큰 신호 중 하나"라며 미국 물가상승률이 소매업계의 재고 처분으로 줄어 물가안정에 힘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