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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임금을 올리는 것은 노조가 아니라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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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1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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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63)는 25톤 트럭을 보유한 화물 기사다. 10여년 전 1억7000만원을 들여 트레일러 헤드와 새시, 번호판을 구입했다. 당시 살고 있던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찻값 일부는 3년 할부로 갚았다. A 씨는 매달 기름값과 통행료 등을 제외하고 300만~400만원을 집에 가져갔다. 하지만 경윳값이 리터당 2000원을 돌파한 뒤로 가져가는 돈이 최대 절반으로 줄었다.

트럭을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은 10년 남짓이다. 감가상각과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트럭을 처분하고 다른 일을 하는 게 합리적이지만 운전대를 계속 잡고 있다. A 씨는 취재를 나간 김도균 머니투데이 기자에게 "트럭을 중고로 파려 해도 사는 사람이 없다"고 일을 계속하는 이유를 밝혔다. 찻값이라는 매몰비용이 다른 노동 시장으로 옮겨가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A 씨는 "트럭 운송 업계에 젊은 사람이 오질 않는다"고 했다. 현재 A씨가 소속된 사무실엔 기사 12명 가운데 막내가 50대다. 2030은커녕 40대도 찾아볼 수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국내 물류 산업이 창출한 부가가치 60조원 가운데 트럭운송(육상운송 및 파이프라인운송업)은 절반 넘는 33조원을 담당한다. 그만큼 중요한 산업이지만 젊은이가 찾지 않는다. 진입 비용은 많이 들지만 돈은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져 있기 때문이다.

화물연대가 총파업으로 사수하려 하는 안전운임제는 이런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해 보겠다는 선한 의도로 도입됐다. 마치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최소한의 임금을 뜻하는 최저임금처럼, 화주가 화물차 운송업체나 화물차주에게 지급해야 하는 최저 운임을 일부 분야에 강제 적용했다.

A 씨의 사정만 보자면 안전운임제는 반드시 상설화해야 하는 제도같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게 있다. 운임은 화물노동자들이 제공하는 노동의 가격이다. 가격을 인위적으로 결정해 강제하는 가격통제는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

최저임금이 반면교사다. 지난 정부 초반 급격하게 올린 최저임금은 일자리를 구축(drive out)해 오히려 저임금 노동자에게 독이 됐다. 정부는 대량 실업을 막아보겠다며 일자리안정자금으로 수조원을 썼다. 이는 국가 채무가 늘어난 한 가지 이유가 됐고, 증세 필요성을 키웠다. 시장에서 결정돼야 할 가격을 정부가 통제함으로써 문제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안전운임제 역시 예상되는 부작용을 주목해야 한다. 이미 산업계는 고통을 호소한다. 한국무역협회는 안전운임제로 육상 운임이 30~40% 상승했으며 화주들 대부분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안전운임제가 운전자들의 '안전운전'을 담보하는지도 검증이 필요하다. 수입이 늘어나는 만큼 과적이나 과속, 과로 필요성이 줄어든다는 게 안전운임제를 지지하는 쪽의 논리지만, 운송 단가가 높아지면 일탈(비용)에 따른 보상(편익)도 커진다. 실제로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안전운임제 도입 이후 특수 화물차 사고는 2.3%, 과적은 1.3% 줄었지만 과속은 1.8% 늘었다.

가격은 유기적인 시장에서 결정되는 게 이상적이다. 임금을 올리는 것은 노조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손이다. 최근 몇년간 월 700만원 넘게 버는 라이더, 택배노동자가 생겨난 것은 배달시장에서 수요자들 사이에 경쟁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IT(정보기술) 업체를 중심으로 한 개발자 수요 증가는 업체간 영입 경쟁을 낳았고, 큰 폭의 임금 인상이 주요 기업들 대부분으로 확산됐다.

정부가 할 일은 진입과 퇴출을 쉽게 하는 등 시장이 잘 작동하게 돕는 것이다. 고령화한 운송업계에 정부가 나서 은퇴를 희망하는 기사들에게 트럭을 매입해주는 것도 고려할만 하다. 고령자 교통사고가 사회문제화한 상황에서 '안전운전' 확산에도 도움이 된다. 인력 감소는 자연스럽게 운송 단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시장은 모든 문제를 치유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말대로 해악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

[광화문]임금을 올리는 것은 노조가 아니라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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