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최장만기 5% '미지근'…"DSR 강화되면 늘어날 것"

주요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최장 만기를 확대하며 대출을 늘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소비자들 반응은 미지근하다. 은행권은 당장 금리가 낮은 상품을 선택하려는 심리가 반영됐다고 본다. 다만 7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강화되면 대출 한도를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 최장 만기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 수 있다고 전망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주요 은행의 최근 2~7주 사이 주담대 신규 중 최장 만기 상품 비중은 5.5~32.0%다. 각 은행별로 주담대 최장 만기를 확대한 이후 취급된 신규 대출 중 만기를 가장 길게 설정한 비중으로 단순 평균하면 14.8%다. 이들 은행은 4월말에서 5월말 사이에 모두 주담대 최장 만기를 33~35년에서 40년으로 연장했다.


만기를 늘렸음에도 비중이 높지 않는 건 최장 만기 연장 조치가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담대는 신용대출과 달리 대출 상담부터 실행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길다. 만기 확대 조치 이후 당분간은 이전에 진행하던 대출이 실행된 건이 다수라는 설명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장 만기를 선택했을 때의 이점 등이 고객들 사이에서 아직 알려지지 않은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당장 금리가 더 낮은 상품을 선택하려는 소비자 심리도 은행 예상보다 낮은 비중의 이유로 꼽힌다. 은행마다 정책 차이는 있지만 같은 상품이라도 만기가 길면 금리가 더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소 올해까지는 금리가 계속 오른다는 게 확정적인 상황인데도 고정금리 대출보다 변동금리 대출을 선택하는 비율이 훨씬 높다"며 "같은 맥락에서 대출 시점에 금리가 더 낮은 상품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다만 오는 7월 DSR 규제가 3단계로 강화되면 최장 만기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대출 만기를 늘려 규제 강화에 따른 대출 한도 감소 효과를 상쇄하려는 수요가 생길 것이란 전망이다. DSR은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대출 만기를 길게 가져가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줄고 결과적으로 DSR 비율이 줄어 대출 여력이 커진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최장 만기를 선택하면서까지 대출 한도를 늘려야 하는 소비자가 적을 수 있다"며 "그러나 DSR 3단계부터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소비자가 많아지기 때문에 최장 만기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대출을 늘리기 위해 금리 인하 정책도 이어 간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12일 고정금리 상품에 가까운 5년 변동금리 주담대 금리를 0.4%포인트 내렸는데, 8월 말까지 0.2%포인트 우대금리도 적용하기로 했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31일부터 고정금리(혼합형) 주담대 우대금리를 0.2%포인트 올렸다. KB국민은행도 금리 인하 기간을 재연장해 변동형 주담대 상품 금리를 0.15%포인트, 고정금리(혼합형)는 0.45%포인트 인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