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랩 추천!" 주식 사두고 방송 출연해 36억 꿀꺽…무죄→유죄 뒤집혔다

/사진=뉴스1

증권방송에서 자신이 매수한 종목을 추천하고 주가가 오르면 되팔아 36억원 상당의 차익을 챙긴 투자 전문가가 받은 무죄 판결이 두번째 대법원 상고심에서 유죄 취지로 뒤집혔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김재형)는 12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43)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죄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A씨는 2011년 10월부터 약 한 달간 케이블TV 증권방송에서 자신이 매수한 주식을 추천하고 주가가 오르면 적정한 매도 시점에 되파는 수법으로 36억여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A씨는 2011년 10월4일 안랩 주식 7만6074주를 30억9498여만원에 매수한 다음, 같은 날 저녁 10시쯤 케이블TV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 일반 투자자에게 안랩 종목을 추천했다. A씨는 다음 날 오전 해당 프로그램 코너에서 안랩 종목을 추천 종목에 편입시켰다. A씨는 또 다른 인터넷 증권방송에서 유료 회원들을 대상으로 수차례 주식 매수를 추천하고 사전에 매수한 주식을 전량 매도하기도 했다.

A씨는 이같은 방법으로 안랩 등 3개 종목의 주식을 매매해 36억9800만여원을 챙겼다.


1심과 2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2심은 "A씨가 방송한 내용 중에 허위 사실이 있었다고 인정할 근거가 없고, A씨에게는 자신의 주식 매수 사실을 시청자들에게 알려야 할 의무도 없었다"며 "시청자들은 통상 자신의 판단에 따라 거래에 임하며 A씨와 시세조종을 위해 공모한 사람이 없었다"고 무죄 선고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후 첫 상고심은 심리가 미진하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지만, 파기환송심 역시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두번째 상고심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해당 방송의 파급력과 당시 A씨의 지위 등을 볼 때 A씨가 투자자들에게 증권의 매수 추천 행위를 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방송에 출연해 안랩 등 3개 종목과 관련해 소개하거나 밝힌 내용은 투자자의 매수 의사를 불러일으키는 행위, 즉 증권의 매수 추천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가 방송을 시청하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자신이 해당 종목을 미리 매수해 보유하고 있고 추천 후 이를 매도할 수 있다는 이해관계를 표시하지 않는 채 증권 매수 추천을 한 것은 유죄"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