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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아재의 건강일기] ⑧ '정상 체형' 180cm 72kg이 서글픈 이유

머니투데이
  • 김고금평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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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12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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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육체는 하루하루 배신의 늪을 만든다. 좋아지기는커녕 어디까지 안 좋아지나 벼르는 것 같다. 중년, 그리고 아재. 용어만으로 서글픈데, 몸까지 힘들다. 만성 피로와 무기력, 나쁜 콜레스테롤에 당뇨, 불면증까지 육체의 배신들이 순번대로 찾아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건강은 되찾을 수 있을까. 코로나 시대와 함께한 지난 2년간의 건강 일기를 매주 토요일마다 연재한다.

뱃살에 집중된 마른 비만. /사진=유튜브 캡처
뱃살에 집중된 마른 비만. /사진=유튜브 캡처
많은 사람들이 키 180cm에 몸무게 72kg의 기자 신체가 어떻게 당뇨이고, 비정상 체중이며 여기서 더 몸무게를 빼서 건강을 지킬 수 있는지 의문을 표시한다. 누가 봐도 이 수치는 '정상'으로 기록될 만큼 부족함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 신체가 문제여서 3주 만에 8kg을 뺀 64kg가 되어서야 비로소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고 건강해졌다는 사실을 많은 이들이 믿지 않는다.

나도 그랬다. 다른 이들의 지적처럼 180-72가 제일 보기 좋고 건강한 모습이라는 인식 때문에 금연하고 살찌우며 생애 최초 70kg 고지를 밟으며 나름 만족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의 체형과 건강 수치는 제각각이다.

40대 중반까지 65kg 넘어보는 게 소원이었지만 수십 년간 허리 28인치, 몸무게 60kg 초반 때 머물던 '말라깽이 흑역사'는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다. 심지어 입대할 땐 3kg만 빼면 군 면제라는 말을 들었을 정도로 나무젓가락 체형을 유지해왔다.

금연 이후 늘어난 몸무게로 '자랑스러운' 70kg대를 얻었지만, 남들처럼 보기 좋은 체형이 아니라 허리와 배에만 몰리는 '올챙이 체형'을 그리고 있었다. 시리즈 첫 회에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던 바다. 사실상 배만 가리면 여전히 마른 체형인 것만은 확실했다. 이 이상적인 180-72의 구도는 그러나 심각한 결과를 남겼다. 여러 차례 언급했듯 LDL 콜레스테롤 수치 180, 당화혈색소 6.9, 공복혈당 109, TG(중성지방) 170으로 약물 치료가 불가피한 수준에 다다랐고 확실한 해결책이 필요했다.

김고금평 기자의 앱 인바디 분석 결과. /사진=김고금평 기자
김고금평 기자의 앱 인바디 분석 결과. /사진=김고금평 기자

이 모든 것을 한 방에 해결해 줄 열쇠는 다름 아닌 '살빼기'였다. 배에 몰려있는 살을 빼야 수치는 정상으로 돌아온다. 그렇게 8kg을 뺐더니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원위치됐다. 180-72가 겉으로 보기엔 '정상'으로 보이지만, 나 같은 특별한(?) 경우엔 뱃살 집중 몸무게 증가로 비정상적 체형이 됐고, 따라서 나의 가장 건강한 수치는 안타깝지만 말라비틀어진 모습일지언정 180-64를 유지해야 하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다만 몸무게를 늘리기 위해 뱃살 대신 근육을 강화하는 데 골몰했다. 하지만 50대 중년 아저씨가 근육을 늘리는 일이 어디 쉬운가. 가만히 있어도 매년 1kg 근육이 빠지는 상황에서 있는 근육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어쨌든 식이습관과 운동을 병행하면서 중요하게 여긴 패턴은 64kg을 지키면서 근육을 잃지 않는 것이었다. 말라 보여도 나란 사람에게 이 수치는 병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최적의 몸무게라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180-72에서 가장 좋아 보였던 부분은 얼굴 살이 통통하고 윤기가 졸졸 흘러 너무 건강해 보이고(속으로는 썩어들어가는 건강 적신호) '있어' 보인다는 점이었다. 8kg이 빠진 얼굴 살은 '없어' 보이고 안쓰럽기까지 했다. 얼굴만 매끈해 보였던 180-72의 체형은 샤워기 앞에서 여기저기 튀어나온 허리와 뱃살로 얼굴이 화끈거렸다. 살을 빼고 근육을 찌운 뒤 다시 들여다 본 몸은 탄탄해 보였다. 무엇보다 상체와 하체 근육이 보기 좋게 붙었다. 하루 턱걸이 15회, 평행봉 20회, 달리기 3km 완주, 스쿼트 90회에 이르는 반복적인 운동의 결과였다.

힘들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이 운동에 집착하거나 이 운동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다음 3가지다. 첫째는 거울 속에 비친 상체 근육에서 받는 놀라움, 그리고 만졌을 때 굳은살처럼 단단해진 허벅지의 견고함 때문이다. 근육이 가져다주는 각종 혜택(노화 방지, 당뇨 등 성인병 감소, 체력 증가 등)을 내가 실질적으로 맛보고 있다는 만족감은 빵과 아이스크림, 탄수화물을 포기하고 얻는 대가치고는 기대 이상으로 컸다.

/사진=유튜브 캡처
/사진=유튜브 캡처

둘째, 피트니스 앱을 통해 얻은 결과는 어림수라도 하루의 건강을 증명했다. 가령, 미밴드를 통해 하루 운동과 체중으로 얻은 결과를 보면 체중 64.15kg 기준 BMI 19.7, 체지방 14.1%, 근육 52.33kg, 수분 59.0%, 단백질 22.6% 등으로 나온다. 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결과다. 무엇보다 근육량이 52kg으로 전보다 10kg 이상 증가했고 체지방은 10%대로 오히려 정상보다 낮았다. 다만 내장지방만은 쉽게 줄지 않았다. 내장지방 수치는 8과 9를 오가는 '표준'을 기록했지만, 아무리 열심히 운동한다 해도 그 수치가 눈에 띄게 줄어들지는 않았다.

가장 기분 좋은 항목은 신체 나이 25세. 이 앱은 이상적인 체중을 70kg라고 적시했지만, 64kg를 넘어가면서 얻는 결괏값을 보면 신체 나이도 덩달아 올라갔다. 어떤 개인은 정상 체중보다 더 낮아야 더 건강한 몸매를 유지할 수 있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잔병치레 걱정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운동하고 몸무게를 관리하기 전엔 만성피로는 기본, 무기력은 선택, (목, 무릎) 통증은 필수였다. 우스갯소리 보태 좀 과장해서 말하면 이젠 그런 것의 정의가 무엇인지 인지하기 어렵다. 피부 가려움증이나 비염 같은 알레르기 반응도 좀처럼 만나기 어려웠다. 운동 전에도 매일 아침 '1일1똥'의 규칙적인 배변 습관은 지켜졌으나, 가끔 설사를 동반하며 두 번 이상 화장실을 찾아야 하는 때가 적지 않았는데 그런 경우도 대부분 사라졌다. 기억의 밑바닥에서 아른거리는 기타 잔병들은 더 이상 열거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사진=유튜브 캡처
/사진=유튜브 캡처

180-72가 어떤 이에겐 표준이나 나에겐 비정상적인 수치인 것은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것도 아니다. 나 같이 뱃살에 집중된 마른 비만의 유형은 동양인에겐 흔히 나타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서양인은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크기가 동양인보다 12% 정도 크다. 췌장이 크기에 인슐린을 효율적으로 분비할 수 있다. 같은 양을 먹어도 미국인이 우리보다 당뇨에 적게 걸리는 것도 췌장이 커서다. 미국인이 당뇨에 걸린다면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이 먹는 과식 습관 때문이다.

반면, 한국인은 미국인보다 적게 먹어도 인슐린의 작동이 더뎌 당뇨에 더 많이 걸릴 수 있다. 다시 말하면 180-72처럼 정상 체형이어도 췌장 크기로 당뇨에 걸릴 확률이 높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당뇨는 동양인에게 불리한 병인 셈이다. 굳이 비유하면 백인은 피부암에 불리하고 동양인은 당뇨에 불리하다.

당화혈색소 6.9를 한 번 찍었기에 나는 '당뇨인'의 기록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상 체중보다 훨씬 더 낮은 몸무게와 규칙적인 운동으로 이제 6.2의 수치까지 낮출 수 있었다. 어쩌면 나는 평생 남들이 흔히 말하는 180-72의 환상적인 체형을 가지지 못할 수 있다. 내장지방 대신 근육만으로 온전히 채울 자신도 없을뿐더러, 그렇게까지 하며 인생의 다른 재미를 포기하고 육체에 '올인'하는 방식도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살 빠진 얼굴이 보기에 좋지 않지만, 옷 속에 숨겨진 일부 단단한 근육에 감사하며 이 체형을 유지하는 해법을 얻었으니, 더 이상 무엇을 바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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