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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던 공무원 합격했는데…"환상 와장창, 철밥통 깨고 나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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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1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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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식어버린 공시열풍(下)

[편집자주] 공무원시험 경쟁률이 추락하고 있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안정성, 공무원연금의 혜택 등 '공시족'을 양산했던 매력이 더 이상 작용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공시족들이 몰렸던 노량진 학원가 등의 분위기를 중심으로 공무원시험 경쟁률 하락 요인을 살펴본다.


보통고시에서 7·9급 시험까지…59살 공무원시험 '롤러코스터'


꿈꾸던 공무원 합격했는데…"환상 와장창, 철밥통 깨고 나갈래"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공무원 시험은 '보통고시'로 불렸다. 지금과 같은 공무원 임용시험의 역사는 1963년 개정 국가공무원법에 근거한 공개경쟁시험 신규채용 원칙이 확립되면서부터다. 이때부터 자격시험이 아닌 임용을 목적으로 하는 공무원 시험이 처음 치러졌다.

당시 공무원 직급은 일반직공무원의 경우 1~5급과 기능직으로 구분됐는데, 신규채용 규정에서 '공무원의 채용은 공개경쟁시험에 의한다'고 처음 명시했다. 이땐 조건부 임용 규정도 있었다. 3급은 1년, 4급 및 5급은 9개월, 기능직은 6개월의 기간 각각 조건부로 임용하고 그 기간 근무성적이 양호한 경우 3급은 시보, 기타는 정규공무원으로 임용했다. 다만 5급 공채의 경우 대학 3학년 수료자, 7급 공채의 경우 초급대학 졸업자 등 학력 조건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1973년부터 공개경쟁채용시험 응시 자격에서 학력과 경력 제한이 전면 폐지됐다. 인사혁신처는 이때부터 실력 본위의 인재 채용 기틀이 마련됐다고 본다.

1981년부터는 직급이 1~9급까지 늘어나고, 행정고등고시(5급)와 7급 공채, 9급 공채가 처음 생겼다. 이때 마련된 채용시험 제도가 사실상 현재까지 이어진다고 봐도 무방하다. 2011년엔 권위주의적이라는 지적을 받은 '행정고등고시' 용어까지 사라지고 5급 공채시험으로 변경되며 고위공무원 임용시험을 뜻하는 '고시'라는 용어가 사라졌다.

2010년대 들어서는 타당성이 높은 채용기법을 선발과정에 도입하기 위해 종전까지 외무고시나 행정고시 등에만 있었던 공직적격성 평가(PSAT·Public Service Aptitude Test)가 확대 적용된 것이 특징이다. 2011년 5급 민간경력자, 2015년 7급 민간경력자 채용, 개방형 직위 등에 도입된 이후 지난해엔 7급 공채에 처음 적용됐다. 인사혁신처는 PSAT를 활용한 채용과정을 매우 신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의 인기는 대내외 경제 상황에 따라 롤러코스터 경쟁률을 보인다. 경제 상황이 위기일 때 공무원임용시험 지원자 수가 몰린다. 실제로 1997년 9급 국가공무원 공채 경쟁률은 48대 1이었지만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당시엔 80대 1로 훌쩍 뛰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이듬해인 2009년 경쟁률은 59.9대 1로 전년 49.1대 1 보다 크게 높아졌다. 이후 금융위기가 극복되기 전까지 '82.2대 1'(2010년), '93.3대 1'(2011년)까지 올랐다가 이후부터 경쟁률이 낮아지기 시작했고 2019년 이후 40대 1 밑까지 떨어졌다. 올해는 29.2대 1까지 떨어지며 1992년 19대 1의 경쟁률을 보인 이래 30년 만에 가장 낮은 경쟁률을 보였다.

공무원의 선호도가 낮아지고 있는 점에 대해 전문가들은 MZ세대의 직업관이 확실히 달라졌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봤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들은 직업의 안정성이나 신분보다는 흥미나 워라밸 등이 중요한 직업관을 보인다"면서 "관료주의나 권위주의, 상명하복이 떠올려지는 공직사회의 문화와 MZ세대가 추구하는 직업관은 완전 대척점에 서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러려고 공무원 된 게 아닌데" 철밥통 꿈꿨지만, 현실은 10점 만점에 '2점'




꿈꾸던 공무원 합격했는데…"환상 와장창, 철밥통 깨고 나갈래"
#정다원씨(가명·31)는 2018년 '7급 공무원'이 됐다. 3년반 공부한 결실이었다. 정씨는 "공무원이 어릴 적 꿈은 아니었다"며 "하지만 사기업 친구들을 보니 '철밥통' 공무원이 하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정씨는 합격 후 지방의 한 도청에 배치됐다. 하루 5~6건 민원을 받았다. 최근에는 '행정조치가 잘못됐다'는 항의를 받았다. 한 시간쯤 들어주다가 '서면으로 내용을 정리해달라'고 했다가 불친절 민원 신고를 받았다. 정씨는 "위에서는 '그냥 참으라'고만 한다"고 했다. 업무가 몰리면 야근도 잦았다. 밤 10~11시까지 근무하기 일쑤였다. 같은 공무원인 여자친구와 한달 동안 못 볼 때도 있었다.

정씨는 만족도가 10점 만점에 몇 점이냐는 질문에 "2점"이라 답했다. 그는 "정년이 보장 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하기에는 힘에 부친다"고 했다. 정씨 주변에선 이직을 원하는 공무원 동기, 후배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과거 공무원은 청소년들 '장래희망'에 항상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철밥그릇'이라고 불릴 정도로 안정적이고 '워라밸'을 누릴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년 사이 공무원 지원자는 눈에 띄게 줄어 인기가 예전만 같지 않다. 현직 공무원들은 인기가 떨어진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머니투데이가 만난 공무원들은"'처음 시험을 준비할 때 공무원은 △퇴근이 철저하다 △경쟁이 덜 치열하다 △시험 준비가 수월하다 △안정적이다고 생각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실제 현실은 기대와 많이 달랐다. 서울시의 한 구청에 근무하는 9급 공무원 A씨(26)는 "워라밸이 생각 이상으로 깨져있다"며 "이에 비해 봉급은 매우 약소하다"고 했다.

한 초등학교 행정실에 근무하는 이모씨(31)는 "최근 면년간 공무원 봉급 인상률이 물가 인상률을 밑돌았다"며 "대기업에 간 친구들의 연봉과 비교하면 자괴감을 느끼기까지 한다"고 했다.

업무의 난이도 또한 결코 낮지 않다. 공무원들은 민원 응대 스트레스가 크다는 반응이 두드러졌다. 지방 교육청에 근무하는 8급 공무원 B씨(29)는 서류를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민원인을 돌려보냈다가 "네가 뭘 잘못했는지 고민해보고 전화달라"는 말을 들었다.

민원인으로부터 "네가 뭔데 날 하대하나", "공무원의 6대 의무를 대보라", "너가 그중 지킨 게 하나라도 있느냐"는 말을 듣고 나서 대인기피증까지 생길 정도였다. B씨는 "이제 사람을 마주하기 힘들다"고 했다.

공무원의 가장 큰 장점으로 여겨지던 '정년 보장' 역시 최근 2030세대에게는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도 공무원의 인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중앙부처에 근무하는 C씨(25세)는 "소위 MZ세대들에게 '천직'이라는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잦은 이직을 통해 본인의 지향점을 찾아나가는 현실에서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은 매력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공직사회 특유의 상명하복 분위기도 '비호감도'를 더한다. 특히 실적이 아닌 연공 서열로 동료가 승진할 때 받는 허탈함도 작지 않다. 8급 공무원 D씨(30)는 "최근 전화도 잘 안 받고 자리를 자주 비우는 업무 태도가 불성실한 동료가 먼저 승진해 허무했다"고 했다.

경기도의 한 구청에 근무하는 E씨(29)는 "지금의 공채 경쟁률은 그동안 '공무원은 좋은 직업'이란 환상이 깨져 거품이 빠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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