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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의대 갈래요? 반도체학과 갈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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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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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14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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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인재가 어느 때보다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자님이면 의대 포기하고 반도체 학과 가시겠어요?"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의 푸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인재 양성을 강력히 주문하면서 각 부처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도출되는 정책 다수가 대학 정원 확대와 같은 가시적 성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우수한 학생들이 반도체 분야 학과에 입학하고 나아가 대학원에 진학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려는 고민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반도체학과는 미달을 기록하고 있다. 취업이 보장되는 계약학과의 경우에는 입학성적이 최상위권으로 분류될 만큼 인기가 높지만, 그 외에는 사정이 다르다. 비수도권 사립대 8곳의 반도체학과는 올해 정시모집에서 경쟁률 1대1 이하를 기록했다. 국립대 한 곳 역시 미달을 피하지 못했다. 단순히 정원을 늘리는 것에서 나아가 인재들의 학과 진학을 유도하는 방안을 고심해야 하는 이유다.

학부 이후 과정 역시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회사에서 연구를 주도하는 것은 결국 석·박사 인력이다. 하지만 학부생들이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는 늘 딜레마를 겪는다는 게 교육 현장의 공통된 의견이다. 대학원에 진학한다고 해서 본인의 가치가 높아진다거나 처우가 나아질 것이란 확신이 없어서다. 대학원 진학을 두고 전공을 바꾸거나 중간에 이탈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반도체 전공 교수가 부족한 상황도 풀어야 할 과제다. 학생을 뽑더라도 수업을 준비하고 가르칠 사람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서울대 공과대만 봐도 330명의 교수 가운데 반도체 전공 교수는 10명 내외에 그치는 것이 현실이다. 연구를 위한 기자재와 실험실 확보도 필수적이다. 장비값이 조 단위에 이르는 탓에 현재 대학에는 구식 장비가 대부분이다. 오래된 장비조차 사용을 위해 대기표를 받는 일이 다반사다.

반도체 인재 부족은 일회성 현상이 아니다. 정부는 이 문제가 디지털 경제 구조로 급변하는 상황에서 온 시대적 변화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만이 아닌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인력난이다. 단기적이고 기술적인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단순 숫자맞추기식의 일차원적 접근이 아닌 시스템 전체를 아우르는 개선책이 필요한 일이다.

오문영 산업1부 기자.
오문영 산업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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