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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람들 전부 굶겨 죽일 작정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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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16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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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의 이슈 인사이트]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6.13/뉴스1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6.13/뉴스1
#1. 1777년 겨울, 조지 워싱턴 장군이 이끄는 미국 독립군은 영국군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겨울을 넘길 주둔지로 워싱턴 장군은 펜실베이니아주 밸리포지를 택했다. 문제는 식량 등의 보급이었다. 전쟁 통에 엄동설한까지 닥치면서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독립군 측 대륙회의가 화폐를 남발한 것도 물가급등에 한몫했다.

그러자 펜실베이니아주 의회는 '물가통제법'을 만들어 모든 독립군 보급품의 가격을 일방적으로 정했다. 결과적으로 이 법은 비극적 결과를 초래한 악법이 된다.

독립군에게 팔아봐야 제값을 못 받게 되자 상인들은 보급품을 영국군에게 팔아버렸다. 독립군은 식량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그해 겨울 수많은 독립군이 굶주림 속에 죽어간 뒤에야 주 의회는 물가통제법을 폐지했다.

#2. 비슷한 시기, 조선 정조 때 일이다. 한양에 기근이 들어 쌀값이 크게 뛰었다.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한 일부 상인들이 사재기에 나서면서 쌀값 폭등은 더욱 심해졌다.

백성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오늘날 서울시장에 해당하는 한성부윤이 나섰다. 그는 쌀 등 곡물 가격을 통제하고 곡물 구매량도 제한하자고 정조에게 건의했다.

정조는 이를 받아들였고 대신들도 환영했다. 이때 한성부(서울시) 관리로 있던 연암 박지원이 정조에게 반대 상소를 올린다.

"한양의 쌀값이 올랐다는 소식에 지금 전국 각지의 장사꾼들이 쌀을 싣고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한양에 와도 비싸게 팔 수 없다고 한다면 그들이 그냥 돌아가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한양에는 쌀이 당도하지 않고, 쌀값은 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한양 백성들을 전부 굶겨 죽일 작정이십니까." 당대를 대표하는 실학자답게 그는 시장경제의 원리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정조는 연암의 의견을 받아들여 가격통제 결정을 철회했다. 연암의 아들 박종채가 아버지에 대한 자료들을 모아 엮은 과정록에 담긴 이야기다.

#3.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의 가치관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으로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Free to Choose)를 꼽는다.

1979년 윤 대통령이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을 때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선물한 책이라고 한다. 신자유주의를 대표하는 고전인 이 책의 요지는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정부의 역할을 최소한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리드먼이 이 책에서 강조하는 또 한 가지가 '가격'의 정보 전달 기능이다. 시장의 정보를 전달하는 신호인 '가격'을 정부가 왜곡하면 시장에 혼란이 생기고 결국 소비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게 이 석학의 핵심 주장이다. 한 마디로 시장 가격에 정부가 함부로 손 대지 말라는 얘기다.

인위적 가격 통제가 불러온 대표적 부작용 사례가 법정 최고금리 인하다. 지난해 7월 정부가 법정 최고금리를 연 24%에서 20%로 내린 뒤 저신용자들은 돈 빌릴 곳을 찾지 못해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정부가 억누르는 또 다른 가격이 공공요금이다. 특히 전기요금 동결은 정부가 물가 안정이 필요할 때마다 뽑아쓰는 '전가의 보도'다. 올들어 '푸틴 쇼크'로 연료비가 급등했음에도 전기료는 사실상 동결됐다. 연료비 연동제는 유명무실화됐다. 대선과 지방선거 등 정치 일정과 과연 무관했을까.

이 때문에 한국전력은 1분기에만 8조원에 가까운 사상 최악의 적자를 냈다. 이대로라면 연간 적자가 30조원에 달할 수도 있다. 전기를 팔 때마다 손해를 보는 한전 입장에서 과연 앞으로 전기를 더 팔기 위해 전력망에 투자를 할 유인이 있을까. 전력망 투자 부진으로 손해보는 건 결국 국민들이다.

한전의 부채는 우리와 후손들이 짊어질 빚이다. 천문학적 적자로 한전의 재무구조가 망가지면 앞으로 전기료를 내려야 할 때도 내리지 못할 수 있다. 전기료는 연료비에 따라 결정하고, 취약계층의 전기료 부담은 별도의 지원으로 덜어주는 게 윤 대통령의 시장경제 철학에 맞는 길이다.

"서울 사람들 전부 굶겨 죽일 작정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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