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더운 바람 이럴수가…석유 배기가스 성분과 같았다

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최성득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연구팀. / 사진제공=울산과학기술원(UNIST)

국내 연구진이 컴퓨터에서 나오는 기체가 '대기 오염물질'과 동일한 성분이 포함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컴퓨터에서 나오는 기체가 '대기 오염물질'과 동일한 성분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컴퓨터 부품이 과열되면서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PAHs)를 배출한 결과다. 이 화합물은 석유·석탄계 화합물을 태울 때 발생하는 물질로, 자연 상태에서 잘 분해되지 않아 유해 대기 오염물질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컴퓨터가 많은 실내 공간에선 주기적 환기가 요구된다.

13일 과학계에 따르면 최성득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건축물과 환경' 6월호에 이 같은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팀은 새집증후군을 연구하던 중 전산실의 PAHs 농도가 다른 실내에 비해 2~4배 높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번 연구에 착수했다.

컴퓨터 서버실에서 PAHs 농도가 일반 실내보다 높게 측정되는 연구. / 사진제공=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팀은 먼저 실내 공기와 컴퓨터 내부 공기를 채취했다. 그 이후 PAHs 농도를 분석한 결과, 실내 공간이 작고 컴퓨터가 많을수록 PAHs 농도가 높았다. 특히 사용기간이 짧은 컴퓨터일수록 많은 양의 PAHs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입주 초기에 실내에서 냄새가 많이 나는 새집증후군과 유사하다.

또 컴퓨터 부품에서 PAHs를 직접 추출하는 실험도 진행했다. 그 결과, 실험에 사용한 모든 컴퓨터 부품에서 PAHs가 검출됐다. 회로기판과 전선피복 등 컴퓨터 부품을 밀폐용기에 담은 뒤 60℃로 가열한 실험에서도 가열 시간이 길수록 PAHs 농도가 높았다.

최성득 교수는 "컴퓨터 외에도 여러 전자제품에서 PAHs가 배출될 수 있으며 실제 레이저 프린터에서 PAHs가 배출된다는 해외 사례 보고가 있다"며 "밀폐된 공간에선 PAHs를 비롯한 다양한 유해 대기 오염물질에 노출될 수 있으므로 환기를 자주하고 적정 실내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향후 컴퓨터 부품의 성분 등을 추가 분석해 정확한 오염 원인을 찾을 예정이다. 이를 통해 중장기적인 건강 위해도를 분석하는 연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