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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임원 개인회사는 회장님 것"…기업 옥죄는 이상한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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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선일 기자
  • 유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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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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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회장님도 모르는 계열사(上)

[편집자주] 계열사 임원이 가진 회사도 총수의 소유일까. 임원이 총수의 노예가 아닌 만큼 상식적으론 말이 안 되지만, 우리나라 현행 법에선 말이 된다. 총수 본인도 몰랐던 '계열사' 때문에 총수가 자칫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게 대한민국 공정거래법이다.


"이 회사가 내 계열사라고?"…임원 개인회사도 회장님 책임


(성남=뉴스1) 성동훈 기자 = 김범수 카카오 의장. 2022.2.9/뉴스1
(성남=뉴스1) 성동훈 기자 = 김범수 카카오 의장. 2022.2.9/뉴스1
#카카오는 지난 2016년 초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집단 지정자료'(이하 지정자료)를 제출했다. 그런데 카카오 실무자는 뒤늦게 '계열사 임원이 개인적으로 보유한 회사'도 법률상 카카오의 계열사이기 때문에 관련 자료도 제출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카카오가 공정위에 이 사실을 알리면서 총 5개 회사가 카카오 계열사로 추가 편입됐다. 공정위는 카카오의 '자료 누락 제출'이 경미한 법 위반이라고 보고 경고 처분만 내렸지만 검찰은 동일인(이하 총수)인 김범수 당시 카카오 이사회 의장을 재판에 넘겼다. 김 전 의장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법정싸움에 돌입했고 결국 2019년 대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았다.

카카오 사건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상 기업집단 관련 규정에 허점이 얼마나 많은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국내에서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한 기업집단은 매년 공정위에 지정자료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 자료가 워낙 방대한데다 자료가 조금이라도 누락된다면 총수가 직접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어 기업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경쟁법 전문가들은 공정거래법상 '계열사'의 범위를 좁힐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공정위는 매년 대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 및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자산총액 5조원 안팎 수준의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지정자료를 제출받는다. 지정자료에 포함되는 대표 항목 중 하나가 '계열사 현황'인데, 문제는 계열사의 범위가 너무 넓다는 점이다.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서울대 경쟁법센터가 개최한 '기업집단법제 개편을 위한 법·정책 세미나'에서 김지홍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계열사는 총수가 사실상 사업 내용을 지배하는 회사"라며 "그런데 현행 시행령 및 공정위 실무상 계열사의 범위가 매우 넓게 잡힌다"고 지적했다.

우선 '지분율 요건' 규정에 문제가 있다는 평가다. 공정거래법 시행령에 따르면 '총수 단독으로' 혹은 '총수 및 총수 관련자가 함께' 지분을 30% 이상 보유하고 최다출자자인 회사는 기업집단의 계열사로 규정된다. 그런데 '총수 관련자'에는 계열사 임원도 포함된다. 만약 계열사 임원이 개인적으로 어떤 회사의 지분을 30% 이상 갖고 있으면 총수가 이 회사 주식을 1주도 갖고 있지 않고, 존재 여부조차 모르더라도 기업집단의 계열사가 된다. 이 경우 모르고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면 검찰에 의해 형사재판에 넘겨질 수 있다. 카카오 사건이 그런 사례다.

"계열사 임원 개인회사는 회장님 것"…기업 옥죄는 이상한 법
공정위에 내는 자료 중에는 총수 '친족'의 현황도 있는데 친족의 범위 역시 지나치게 넓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거래법상 총수와 가까운 관계를 의미하는 '특수관계인' 아래 '총수 관련자'가 있고 총수 관련자 아래 '친족'이 있는 형태다.

공정거래법상 친족은 '총수의 배우자, 6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이다. 재계에선 "일면식도 없는 먼 친척의 현황까지 어떻게 다 파악하란 말이냐"고 성토한다. 공정위 역시 총수의 범위가 너무 넓다는 점을 인정하고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서 친족의 범위를 '4촌 이내의 혈족 및 3촌 이내의 인척'으로 좁힐 계획이라고 명시했다.

경쟁법 전문가들은 공정위가 '계열사 범위'와 '총수 관련자 범위'를 모두 좁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지홍 변호사는 이날 세미나에서 계열사 범위와 관련한 '지분율 요건'에 대해 "총수가 1주라도 주식을 보유한 경우여야 한다"며 "이것이 현행 법문과 대법원, 조세심판원의 판단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계열사 범위 관련 '지배력 요건'과 관련해선 "지금처럼 총수 관련자의 지배만으로 계열사에 해당한다고 봐서는 안 된다"며 "총수가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 계열사로 보는 것이 맞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친족 범위에 대해서는 "총수와 실제로 경제적 이해관계를 공유할 개연성이 있고 총수가 지배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는 범위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며 "배우자, 직계존속, 직계비속, 동거친족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생 본 적도 없는 친척 때문에 회장이 감옥 가는 게 맞나"



서울대 경쟁법센터는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업집단법제 개편을 위한 법·정책세미나'를 열었다./사진=유재희 기자
서울대 경쟁법센터는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업집단법제 개편을 위한 법·정책세미나'를 열었다./사진=유재희 기자
현재 우리나라 대기업 총수(동일인)들이 과도한 의무와 책임을 지고 있다는 지적이 학계에서 제기됐다. 총수는 매년 공정거래위원회에 광범위한 자료를 제출해야 하고, 자료에 누락이 발생할 경우 징역 등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공정위 역시 이런 문제에 공감하고 있고 윤석열 정부가 규제완화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새 정부가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서울대 경쟁법센터가 개최한 '기업집단법제 개편을 위한 법·정책 세미나'에서 이봉의 서울대 경쟁법센터장은 "공정위가 기업집단 지정자료를 제출할 의무를 총수 1인에게 지우는 방식이 그룹 경영의 현실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따라 총수 한 명에게 대기업집단 지정 여부를 판단하기 위핸 지정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지정자료에는 △회사 일반 현황 △회사 주주 및 임원 구성 △특수관계인 현황 △주식 소유 현황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이 교수를 비롯해 법조계·학계에선 지정자료 제출 책임을 총수 1명에게 온전히 지우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수의 특수관계인 중 하나인 친족(배우자, 6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현황, 임원의 경제활동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자료를 매년 총수가 누락 없이 파악한다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아예 얼굴을 모르거나 관계가 끊긴 친족의 현황을 매년 파악해 공정위에 제출한다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라며 "해당 친족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에도 책임은 온전히 총수가 진다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봉의 교수는 지정자료 제출 부담을 나눌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행법에 따라 자료제출을 반드시 총수에게 요청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문언상 매우 광범위한 '총수 관련자'에게 요청해도 무방하다"며 "총수로부터 (지정자료를 제출할) 대표회사를 신청받아 그 회사가 제출하는 방식 등이 있다"고 밝혔다.

"계열사 임원 개인회사는 회장님 것"…기업 옥죄는 이상한 법
지정자료에 누락이 발생한 경우 공정위는 사안의 경중을 가려 필요시 검찰에 고발 조치한다. 그러나 이런 조치 이후 검찰의 불기소, 법원의 무죄 판결 사례가 생기면서 관련 제도 자체에 허점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공정위는 2020년 2월 지정자료 제출 누락 혐의로 대기업집단 네이버의 총수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검찰에 고발했다. 주된 혐의는 이 창업자가 2015년 제출한 자료에서 20개 계열사를 누락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 GIO와 실무 담당자들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 불기소 처분했다.

지정자료 제출 누락 시 총수에 대한 제재(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 수위 역시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봉의 교수는 "지정자료 제출 요청은 그 성격상 상대방의 자발적 '협조'를 구하는 것으로 완벽한 자료 제출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서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형사 처벌하도록 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다"며 "현행 형사처벌 조항은 삭제하고 필요 시 과태료로 규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도 기업집단 및 총수 관련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황원철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기업집단에 과도한 범위의 친족 현황 파악을 요구하고 자료제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며 "총수가 사실상 지배하지 않음에도 기업집단의 계열사로 포함되는 경우 기업집단에 과도한 수범 의무와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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