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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도 잘 모르는데 6촌까지" 회장님 '특수관계'…한국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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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재용 기자
  • 심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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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1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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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회장님도 모르는 계열사(下)

[편집자주] 계열사 임원이 가진 회사도 총수의 소유일까. 임원이 총수의 노예가 아닌 만큼 상식적으론 말이 안 되지만, 우리나라 현행 법에선 말이 된다. 총수 본인도 몰랐던 '계열사' 때문에 총수가 자칫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게 대한민국 공정거래법이다.


"쿠팡 총수=미국인 김범석?"...공정위가 연구 맡긴 결과는


쿠팡 김범석 의장
쿠팡 김범석 의장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년에는 김범석 쿠팡Inc 의장과 같은 외국인도 대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올해 안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시행령 등 개정을 추진한다. 제도 개선이 완료되면 내년 5월 1일 대기업집단 지정 때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올초 마무리된 연구용역 결과에 따른 것이다.

1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현재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등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관계부처와 기업 등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관련 제도를 연내 개선하는 게 목표다. 윤석열 정부의 첫 공정위원장이 임명된 후 작업에 속도에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재신 전 공정위 부위원장은 지난 4월 27일 '2022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 관련 브리핑에서 "외국인 동일인 지정 자체가 외국인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고 형벌까지 부과할 수 있는 것이라 신중한 법적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이와 관련해 연구용역을 실시했고 결과를 받은 상태로 이를 토대로 제도 개선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도 지정할 때 상황을 봐야 할 것 같으나 시장의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빠른 시간 내에 (제도 개선을)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촌도 잘 모르는데 6촌까지" 회장님 '특수관계'…한국만 왜?
공정위는 매년 5월 1일 자산총액 기준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또 공정위는 해당 집단의 사업의 지배하는 사람 또는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한다. 동일인이 자연인인 경우 총수라 부른다.

총수로 지정되면 대기업집단 지정자료 제출 의무를 지게 된다. 지정자료는 해마다 공정위가 공정거래법에 따라 각 집단 총수로부터 받는 계열회사·친족·임원·주주현황 자료 등을 말한다. 친족의 범위는 현재 배우자,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이다.

공정위는 기업집단을 지배하고 있는 사람이 외국인인 경우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기도 한다. 동일인에 대한 법적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할 수 있는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앞서 공정위는 대주주가 외국인인 S-OIL(에쓰오일), 한국GM 등을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최근 논란이 된 쿠팡도 창업자이자 대주주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도 총수로 지정하지 않았다. 미국 국적의 외국인이라는 이유다.

외국인에 대한 총수 미지정은 국내 기업들로부터 비판을 받아 왔다.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이유다. 지정자료 허위·누락 제출이 발견될 경우 해당 대기업집단 총수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다른 대기업들이 이런 의무를 지는 것과 비교하면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서 있는 셈이다.

공정위도 문제를 인정하고 지난해 관련 연구 용역을 의뢰해 올해 초 결과를 받았다. 연구는 △총수의 정의나 요건을 법 등에 규정하는 방안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할 때의 법리적 문제와 구체적인 조항 보완 방안 △총수 관련자의 범위 등에 대해 진행됐다.

이 연구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외국인도 총수지정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인 것으로 보인다. 해당 연구용역을 수행한 신영수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공동개최한 '공정거래법 전면개정 이후 대기업집단 정책방향' 학술토론회에서 "최근 쿠팡 건에서 제기된 맹점은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매출 상당부분이 한국에서 발생하고 국내에 거주하는 등 사실상의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객관적 여건이 돼있고 실제 인사권·경영상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다면 내외국인을 불문하고 동일인 지정이 맞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또 신 교수는 "규제받는 자의 예측가능성을 위해 동일인의 정의와 요건 규정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며 "특수관계인에 6촌 혈족이나 배우자의 4촌까지 포함하는 건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영국은 "배우자·아이만 특수관계"라는데...한국은 "6촌까지"



"사촌도 잘 모르는데 6촌까지" 회장님 '특수관계'…한국만 왜?
기업의 친족경영 폐해를 막기 위해 도입된 한국의 특수관계인 규정은 글로벌 동향과 크게 동떨어졌다는 지적을 받는다.

총수의 친·인척을 규제하는 공정거래법 외에 임직원 등 경제적 연관관계나 주주, 출자자 등 경영지배관계까지 특수관계인으로 지정해 규제하는 국세기본법을 비롯해 은행법, 방문판매법 등 각종 법령과 조문에서 특수관계인 규정이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기업 활동의 자유를 침해하고 혼선을 야기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내 특수관계인 규정(총수의 6촌 이내 혈족·4촌 이내 인척)의 문제점은 무엇보다 제도 도입 당시 참고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 법령보다도 범위가 넓다는 데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일본 민법에서는 특수관계인 범위를 6촌 이내 혈족, 3촌 이내 인척으로 규정한다. 법인세법 등에서는 특수관계인 범위가 더 좁다. 금융상품거래법에서 특수관계인 범위를 배우자와 1촌 이내 친족으로 설정한 게 대표적이다.

일본 외에 아시아권 이웃 국가들도 한국처럼 광범위하고 복잡한 특수관계인 범위를 설정하고 있지 않다. 중국은 '관계가 밀접한 가족구성원'이라는 기준을 통해 경제적인 생활공동관계 형성에 의미를 둔다. 관계가 밀접한 가족구성원은 배우자, 만 18세 이상 자녀와 그 배우자, 부모와 배우자의 부모, 형제자매와 그 배우자, 자녀 배우자의 부모로 설정된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서구 선진국에서는 3촌 이내 친척 위주로 특수관계인을 규제한다. 미국에서는 혈연관계에 따른 특수관계인의 범위에 직계존비속(부모·조부모·자녀·손자녀)와 형제자매, 배우자만 포함된다. 배우자 부모나 형제자매인 인척 관계는 특수관계인 규정상 가족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가족의 결혼이나 이혼, 재혼으로 관계가 형성된 이들은 가족의 개념과 범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영국은 특수관계인 범위를 사실상 경제적인 생활을 함께 하는 최소 범위인 배우자와 자녀(미성년 자녀·양자)로 한정한다. 숙부와 숙모, 이종·고존사촌, 조카 등은 명시적으로 특수관계인의 범위에서 제외해 혼란의 여지도 없앴다. 캐나다는 특수관계인 범위를 경제 공동체로 의미가 있는 가족 중심으로 구성한다.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기업제도팀장은 "특수관계인 규제는 경제적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경제공동체를 전제로 하지만 이름도 잘 모르는 친족이나 그들이 운영하는 법인·단체, 임원까지 경제공동체로 규정해 규제하는 건 불합리하다"며 "일단 규제 범위에 넣어놓고 기업이 관계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면 빼주는 식의 방법은 명백한 행정편의주의 규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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