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도 '호실적' 우리소다라은행, '앱 2.0'으로 도약

#.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 위치한 대형 쇼핑몰 '퍼시픽 플레이스(Pacific place)'의 한 카페. 메뉴판이 있어야 할 커피숍 카운터 뒤 벽면이 휑하다. 카운터 위에도 메뉴판 대신 QR코드 판넬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사람들은 당황한 기색 하나 없이 휴대전화로 QR코드를 스캔해 메뉴를 보고 커피를 고른 뒤 미리 충전해 둔 페이머니로 모바일 간편결제를 진행한다. 직원은 현금을 내려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현금 결제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우리은행의 인도네시아 현지은행인 우리소다라은행이 디지털금융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에서 '모바일 플랫폼 재구축'에 나선다. 2017년 출시한 모바일뱅킹 앱(애플리케이션)을 개편하는 수준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앱을 연말쯤 현지 금융감독청(OJK) 승인을 거쳐 내놓을 계획이다.

우리소다라은행이 모바일 플랫폼 재구축 필요성을 절감한 건 코로나19(COVID-19) 위기 속에서 거둔 호실적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들은 주로 기업금융에 주력해 영업을 펼쳐왔다. 그러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며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

반면 기업금융과 소매금융 비중이 5대5인 우리소다라은행은 코로나19 여파에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우리소다라은행은 지난 1분기 185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1분기 우리은행 전체 글로벌 순익(560억원)의 약 33%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지난해에도 47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1년 전(300억원)보다 57.7% 성장했다.

황규순 우리소다라은행 법인장/사진제공=우리소다라은행

황규순 우리소다라은행 법인장은 "지금까지 한국계 은행들은 주로 현지 진출 한국기업을 상대로 영업을 펼쳐왔기 때문에 굳이 디지털 전환을 안 해도 손익이 나는 구조였다"며 "지난해 6월 법인장으로 취임하고 난 뒤 기존보다 개인대출을 4배 가량 늘린 결과, 코로나19에도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소다라은행은 한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모바일 플랫폼이라는 신무기를 장착, 인도네시아 소매금융 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인도네시아는 평균 연령 29세에 자카르타를 포함한 수도권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거의 100%에 달한다. 동남아에서 가장 많은 5개의 유니콘 기업을 보유했지만 기존 금융사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더디다. 제대로 된 모바일 플랫폼을 출시한다면 다른 은행에 견줘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우리소다라은행은 사용자 친화적 UI/UX(사용자환경/경험)도 구현해 낼 방침이다. 특히 새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금융서비스는 물론이고, 고객들의 다양한 수요에 맞춘 생활 서비스 등을 전면 비대면화해 제공, 신규 개인고객들을 끌어들인다는 목표다.

정운형 우리소다라은행 상무는 "현지 대형은행들도 디지털 전환을 외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도 앱은 옛날 그대로인 상황"이라며 "연말까지 현지당국과 적극 소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서비스를 새로운 앱으로 출시한다면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좋은 앱을 만든다고 해도 고객이 이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법. 우리소다라은행은 브랜드 인지도 강화를 위해 동영상과 상품 홍보물을 제작해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알리고 있다. 황 법인장은 "인도네시아 대형은행과 거래하고 있는 고객이 상대적으로 조그마한 우리소다라은행으로 넘어오게 하려면 결국에는 좋은 상품이 있어야 한다"며 "금리 뿐 아니라 젊은세대가 좋아할 만한 '펀'(fun)하고, 한국적인 요소를 넣은 상품을 새 모바일뱅킹 출시 시점에 맞춰 내놓으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는 현금을 충전해서 모바일로 사용할 수 있는 '전자지갑'이 은행 계좌보다 활성화돼있는 나라다. 은행 계좌는 없어도 전자지갑 하나쯤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현지 전자지갑 충전서비스 1, 2위 업체인 고페이(Go-Pay)와 오보(OVO) 앱에서 현재 우리소다라은행 계좌를 통한 페이머니 충전이 가능하다. 또 인도네시아 인터넷쇼핑몰 2위 업체인 쇼피(Shopee)와도 제휴해 쇼피머니 충전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황 법인장은 "인도네시아 결제시장의 경우 현금에서 신용카드를 뛰어 넘고 바로 전자결제로 넘어갔다"며 "대다수 결제가 전자결제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은행이 그런 추세를 따라 디지털 전환을 이루지 못한다면 인도네시아에서 생존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우리소다라은행 직원들이 파란 유니폼을 입고 있는 모습./사진제공=우리소다라은행

황 법인장은 은행의 디지털전환도 결국은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특히 현지 직원들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적이다. 직원들과의 소통 시도 중 하나가 유니폼이다. 황 법인장은 취임 이후 매주 금요일을 우리소다라은행 유니폼을 입는 날로 정했다. 전국 150개 지점 직원 모두가 우리은행의 상징색이기도 한 파란색의 반팔셔츠를 입고 근무한다. 현지 모든 은행원들이 매일 인도네시아 전통의상 '바틱'을 입고 근무하는 것과 차이를 뒀다.

또 디지털 전환을 위한 당근도 제시한다. 모바일뱅킹 가입률을 KPI(핵심성과지표)에 반영해 높은 성과를 거둔 직원에겐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황 법인장은 "직원들과 소통을 잘 할수록 우리소다라은행이 하려는 디지털뱅킹에 대한 직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그 높아진 관심만큼 고객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