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식사도 맞춤시대...영양 듬뿍 프리미엄 화식사료 뜬다

머니투데이

김건우 기자

박양세 우다다 대표/사진제공=우다다

지난 1월 세계 최대 애완동물용품 식품업체 마즈(Mars)가 미국 화식사료 스타트업 놈놈나우(NomNomNow)를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에 인수해 화제가 됐다. 놈놈나우는 세계 최고 영양수의학자로 평가받는 미국 플로리다 대학교 저스틴 쉬말버그 박사와 손잡고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식재료로 맞춤형 화식사료를 만든다. 소비자가 반려견, 반려묘의 정보를 입력하면 연령에 따른 최적의 화식사료 패키지를 제안하고, 집까지 배송해주는 시스템이다.

국내에도 저스틴 쉬말버그 박사와 화식사료 시장을 개척 중인 스타트업이 있다. 2019년 10월 설립된 우다다다. 이 회사는 쉬말버그 박사와 한국 독점계약을 맺고 영양 밸런스를 맞춘 화식사료 브랜드 '어나더베이비'를 선보였다. 불로 익혀 조리한 화식사료는 원재료의 맛은 그대로 살리면서 소화 흡수율이 높아 노령견, 소형견을 둔 반려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박양세 우다다 대표가 반려동물 사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8년 미국 동물사료 사업의 비밀을 파헤친 앤 N. 마틴의 저서 '개·고양이 사료의 진실'을 접하면서다. 이 책은 미국에서 병으로 죽거나 안락사된 반려동물의 시체가 반려동물 사료의 재료로 사용되는 현실을 고발했다. 박 대표는 "국내에서도 2019년 제주도 동물보호센터에서 자연사, 안락사한 유기견 사체를 동물사료의 원료로 사용해 문제가 된 적이 있다"며 "반려동물을 위한 제대로 된 사료를 만들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프리미엄 사료 시장을 연구하다 반려동물 맞춤형 사료 레시피와 영양소 분석 알고리즘을 개발한 쉬말버그 박사의 존재를 알게 됐다. 박 대표는 2020년 1월 미국을 직접 찾아 쉬말버그 박사를 설득했고, 그의 맞춤형 사료 레시피와 알고리즘에 대한 한국 독점권을 따냈다.

쉬말버그 박사는 국가별 한 기업과만 독점 계약을 맺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은 놈놈나우, 영국은 캣킨, 한국은 우다다가 독점 파트너가 된 것. 쉬말버그 박사는 박 대표에게 화식사료의 원재료 배합 공정을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이 아니라 직접 생산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이에 박 대표는 엔젤투자를 유치하고 165㎡ 규모의 공장을 세운 뒤 2020년 8월 첫 생산을 시작했다.

쉬말버그 박사의 레시피 핵심은 19가지 반려동물 필수 비타민과 미네랄이 담긴 혼합제제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휴먼그레이드급의 재료와 혼합제제를 섞어 반려동물의 영양에 최적화된 사료를 만든다. 박 대표는 혼합제재와 원재료의 배합을 건강기능식품 제조사에 의뢰해 제품의 신뢰도를 높였다.

우다다는 소비자가 반려동물의 성별, 연령, 체중, 체형, 활동량, 중성화 여부, 질병 및 알러지 등의 정보를 기재하면, AI(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반려동물에게 필요한 하루 칼로리를 분석하고 정량 포장된 사료를 배송해준다. 박 대표는 "서비스를 통해 쌓인 반려동물 데이터는 쉬말버그 박사에게 보내고 있다. 쉬말버그 박사와 독점계약을 체결한 기업들의 데이터가 모여 화식사료 고도화에 사용된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나스닥에 상장된 화식사료 업체가 있을 정도로 시장이 활성화됐지만 국내는 아직 걸음마 단계 수준이다. 다만 국내도 노령견이 늘어나면서 영양분 흡수율이 높은 화식사료 시장이 커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박 대표는 어나더베이비를 공간사업으로 확장해 화식사료 체험 기회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대명소노그룹의 소노펫클럽앤리조트와 화식사료 쿠킹클래스 등을 시작했고, 대명소노그룹의 유럽 펫호텔 위탁운영도 함께 참여하기로 했다.

이밖에 메가박스와 손잡고 반려동물 동반극장 '어나더베이비 시네마'를 오픈했고, 반려동물 간식매장 '멍스킨라빈스'도 선보였다. 박 대표는 "현재 진행 중인 시리즈A 투자유치를 마무리한 뒤 제주도 반려동물 전세기 등 공간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라며 "공간사업을 통해 화식사료뿐만 아니라 펫보험, 펫놀이동산 등 다양한 사업 기회를 찾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