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사업 매각도 불사" 롯데, '바이오'에 올인하는 이유

이원직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왼)와 이훈기 롯데바이오로직스 이사회 의장 겸 롯데헬스케어 대표가 14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박미리 기자

롯데가 바이오-헬스케어 사업에 그룹 미래를 걸었다. 바이오 사업을 위해 유통, 화학, 식품, 호텔 등 그룹 핵심사업군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수년간 성장이 정체되며 동시다발적으로 미래 먹거리 사업에 투자하고 있는 롯데그룹이지만 그 가운데 '바이오-헬스케어'에 가장 힘을 싣는 모양새다. 특히 '기존 사업 매각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성장 사업 중심으로 사업구조 재편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훈기 롯데바이오로직스 이사회 의장은 14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2022바이오인터내셔널 컨벤션(2022바이오 USA)'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바이오와 헬스케어 육성을 위해 기존 사업 중 경쟁력이 없거나 미래 전망이 유망하지 않은 사업은 매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오, 헬스 앤 웰니스를 롯데그룹의 현 4개 포트폴리오인 식품, 화학, 유통, 호텔에 버금가도록 키우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이 의장은 현재 롯데그룹 지주사인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장(부사장), 롯데헬스케어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중순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뉴욕 생산공장 인수 계획을 발표하면서 바이오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향후 10년간 2조5000억원을 투자해 2030년 글로벌 톱10 바이오 CDMO(위탁개발생산)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이후 이달 초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하고 BMS,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신인 이원직 상무를 초대 대표로 선임했다.

롯데는 최근 몇 년간 유통, 식품 등 기존 핵심 사업의 성장이 정체되며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행보를 이어왔다. 전기차 충전, 모빌리티, 메타버스, 바이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성장산업에 관심을 두고 투자를 단행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여러 차례 '미래를 준비하는 투자'를 강조해 왔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사업이 바이오-헬스케어다. 호남석유화학 시절부터 지근거리에서 신동빈 회장을 보좌해 온 '믿을맨' 이훈기 부사장에게 바이오-헬스케어 사업의 핵심 역할을 맡긴 것도 바이오 사업에 대한 특별한 무게감을 읽을 수 있다. 롯데가 뛰어든 바이오의약품CDMO(위탁개발생산)는 성장성이 높을 뿐 아니라 대형 자본을 투입해 빠르게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앞서 삼성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최상위권 설비와 효율적 생산체제를 구축하며 빠르게 사업경쟁력을 확보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글로벌 바이오업계에서도 잠재력과 자본력을 갖춘 롯데의 바이오 CDMO 진출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CDMO시장은 자본력을 기반으로 단기간 클 수 있는 영역인데다 BMS 공장을 인수하면서 스타트라인을 앞당길 수 있게 됐다"며 "그룹 핵심사업으로 키울만큼 의지를 갖고 바이오 사업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기존 사업 매각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대목과 관련해선 "수년간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하다고 여기고 고민해 왔다"며 "구체적으로 매각 대상이 있다기보다는 꾸준히 진행해 온 작업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롯데는 그동안 금융 계열사나 각 사업군의 비핵심 사업부 정리를 진행해 왔다. 롯데카드 매각, 롯데쇼핑의 중국 사업 정리, 롯데케미칼의 영국 PET자회사, 국제빌딩 매각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신규 투자 확대를 위해 비핵심 계열사를 중심으로 더 과감한 매각 결정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신 회장도 그동안 사장단회의 등에서 꾸준히 핵심사업 강화, 신성장산업을 중심으로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강조해 왔다. 그는 지난해 "신사업 발굴을 강화하고 양적으로 의미 있는 사업보다는 고부가 가치 사업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라"고 당부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데뷔전이 된 바이오USA를 시작으로 바이오 육성에 적극 힘을 실을 방침이다. 이원직 대표는 "바이오 USA 참가를 시작으로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사업 경쟁력을 알리기 위한 대외 활동을 적극 진행할 것"이라며 "글로벌 바이오 사업자와의 협력 강화 등으로 항체 의약품 CDMO 사업자로서 역량을 강화하며 사업 규모와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